오마이뉴스 편집부 앞으로



  보내신 글월 잘 읽었습니다. 지난 2018년 5월부터 ‘10만사람’을 끊은 까닭은 그때부터 오마이뉴스 글쓰기를 끊었기 때문입니다. 편집부에서 제 글을 썩 안 좋아하는구나 하고 깊이 느껴서 글쓰기를 끊었습니다. 예전에도 제 글을 썩 안 좋아한다고 느꼈지만 그냥 글쓰기를 했는데요, 저 스스로 더 버틸 수 없으니 끊었습니다.


편집부에서 제 글을 좋아하든 말든 10만사람이야 그대로 이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10만사람까지 굳이 끊고 글쓰기까지 끊은 까닭은 더 깊습니다.


  그때 오마이뉴스 글쓰기를 끊고서 11월까지 여섯 달 즈음 제 글결을 이모저모 손질했습니다. 여섯 달 만에 다시 글을 올릴 적에는, 이렇게 새로 가다듬어서 쓰는 글마저 싫어한다면, 앞으로는 더 글을 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막 새로 글을 쓰는 시민기자이든, 오랫동안 꽤 많이 글을 쓴 시민기자이든, 글 하나를 쓰기까지 어떤 마음이며 생각인가를 읽어내려는 뜻이 오마이뉴스 편집부에 없다면, 굳이 글을 쓸 까닭이 없다고 봅니다.


  저는 예나 이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제 글바탕은 오직 하나입니다. 홀가분하게 제 마음과 삶이 흐르는 결에 맞추어, 이 삶결과 마음결을 슬기로운 사랑으로 담아내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이런 마음결하고 삶결로 글을 씁니다만, 오마이뉴스 편집부는 언제나 ‘최종규 시민기자가 쓰는 글은 너무 길다’고 싫어하더군요. 아무리 마음을 담아서 글을 써도 ‘길면 안 된다’고 하면, 어떻게 보면 장편소설이란 다 사라져야겠지요. 그런데 누리신문 누리글 가운데에도 무척 긴 글이 꽤 많습니다. 오마이뉴스뿐 아니라 다른 곳도 매한가지인데, 이야기가 많으면 이를 낱낱이 밝히려고 길게 쓰기 마련이에요. 이야기가 없는데 억지로 늘린 글하고, 이야기가 넘치기에 이를 갈무리하는 글은 다르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제가 모든 길을 길게 쓰지 않습니다. 길게 쓸 만하다 싶은 글이라면 마음껏 길게 쓸 뿐입니다. 책 하나를 놓고서 쏟아지는 이야기가 철철 흘러넘치면, 이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내려고 할 뿐입니다.


  즐거운 이야깃거리라면, 새롭거나 사랑스럽거나 신나는 이야깃거리라면, 우리는 이 하나를 놓고도 며칠을 밤새워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림책이나 사진책이나 만화책 하나를 놓고 얼마든지 이런 이야기가 흐를 수 있어요. 모든 글이 비슷비슷한 길이에, 비슷비슷한 얼거리에, 비슷비슷한 책을 다루어야 할까요? 아니겠지요? 오마이뉴스라는 누리신문에 제가 쓴 글이 2018년 11월까지 4500꼭지가 넘고, 이 가운데 2000꼭지쯤이 책을 놓고 쓴 글일 텐데, 저처럼 온갖 갈래 책을 두루 다루는 시민기자는 아직 없다고 느낍니다. 그림책이나 동화책 이야기를 쓰는 시민기자도 제가 처음이었을 텐데, 예전(2000년대 첫무렵)에는 편집부에서 ‘왜 그림책이나 동화책 따위를 소개하는 글을 쓰느냐?’며 투덜거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놓고 투덜거리시는 분은 못 봤지만, 이런 느낌을 늘 확확 받았어요. 그무렵에는 오마이뉴스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그림책 비평이나 동화책 비평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만화책이나 사진책을 소개하는 글을 쓸 적에도 편집부는 매우 싫어하는구나 싶더군요. 그도 그럴 까닭이, 편집부 일꾼 가운데 그림책이나 만화책이나 사진책을 곁에 둔다든지 챙겨서 읽는다든지 기꺼이 사서 읽는 분은 거의 없다시피 했을 테니까요. 그렇기에 이러한 책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는지, 이러한 책이 참말로 읽힐 만하거나 알릴 만한 책인지도 판가름하기 어려웠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이러다가 그림책을 소개하는 시민기자가 늘어나는데, 그동안 적잖은 시민기자가 혼인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어린이책하고 그림책을 비로소 읽었기 때문’이에요. 그러고 보니 동화책을 소개하는 시민기자도 저를 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시집을 읽고서 소개하는 시민기자도 매우 드뭅니다. 아는 이웃이 낸 시집을 소개하는 시민기자는 가끔 있으나, 스스로 시집을 챙겨서 사읽고서 소개글을 쓰는 시민기자는 거의 볼 수 없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적고 싶은가 하면, 오마이뉴스 편집부에서 ‘책동네 갈래’ 편집을 맡는 분들이 아는 책이나 알려 하는 책이 매우 좁다고 느낀다는 뜻입니다. 시민기자 가운데 책동네 갈래에 글을 쓰시는 시민기자는 ‘편집부에서 뽑아 놓은 책’을 다달이 몇 권씩 받아서 소개글을 쓰기도 하는데, 모두들 그분들한테 익숙한 책만 뽑아서 쓰시기 마련이라 늘 엇비슷한 책만 다루는 흐름이 짙기도 합니다.


  인문책 중심, 이 가운데 정치·사회 쪽 인문책하고 여성학 쪽, 여기에 문학은 소설책, 이렇게 좁은 갈래로만 책을 바라보고 아는 틀로 오마이뉴스 책동네 갈래를 꾸리는 흐름이라면, 책을 말하는 글뿐 아니라 우리 삶터는 얼마나 재미없고 따분하고 심심하고 답답하려나 싶습니다. 책이란, 인문학하고 소설책만 있지 않은데, 열린 시민기자하고 열린 삶을 말하고자 하는 누리신문이라면 이러한 굴레를 이제라도 털어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적는다면, 오마이뉴스 책동네에 이 갈래 책만 다루지 않는다고 말씀하실 텐데, 이제는 품이 퍽 넓어졌습니다만, 그래도 아직 매우 좁아요. 더욱이 이렇게 좁은 품을 어떻게 늘려야 할는지를 여태 헤아리지 못하는구나 싶습니다. 때로는 책 하나를 깊이 다루는, 이른바 원고종이로 30∼50쪽쯤 되는 글이 있고, 때로는 원고종이로 3∼5쪽쯤으로 짧게 다루는 글이 있고, 때로는 여느 소개글로 원고종이 15쪽 안팎으로 다루는 글이 있을 만하겠지요. 요일마다 여러 갈래 책을 따로 깊이 다루는 글을 모아서 다룰 수도 있을 테지요. 이는 ‘원고료’라는 틀을 벗어날 때에 비로소 할 수 있으니, 편집부에서는 새길을 찾아내도록 마음도 생각도 더 쏟을 노릇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런 새길을 지난 스무 해 가까이 좀처럼 보여주지 않고서, 다른 데에만 자꾸 마음을 돌리셨지 싶습니다. ‘책동네’ 갈래 하나만으로도 독립하여 신문을 하나 낼 수 있습니다. 여행 갈래나 사는이야기도 이와 매한가지입니다. 책동네라는 갈래에서 책이 여러 갈래로 많으니 이 갈래를 제대로 나누어서 보여주도록 한다면, 이 하나로도 훌륭한 노릇을 할 테고, 이에 따라 출판사나 여러 곳에서 저절로 광고도 따라올 수 있겠지요. 애써 소개하는 책이 잔뜩 있지만, 출판사나 여러 곳에서 광고가 따라오지 못하는 까닭은, 이러한 기사를 살려낼 그릇을 키우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환경이나 틀을 손보는 일이 그렇게 힘들까요? ‘책동네’ 기사에서도 ‘인문·어린이책·청소년책·그림책·만화책·사진책·시집·소설책·종교·과학·생태환경’ 들을 가르기가 그렇게 어려울까요? 예전에는 뭉뚱그려도 되었겠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갈래를 나누어 다룰 수 있는 길이 되어야지 싶습니다. 예전에는 자료나 글이 모자랐다지만, 이제는 어느 곳이나 자료나 글이 넘치기에, 이 글을 제대로 가르고 나누어 쉽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도록 짜임새있게 놓지 않는다면, 독자가 다가오기 어려우리라 느낍니다.


  오마이뉴스는 ‘새로운 시민기자’를 어쩐지 더 반기려고 하는구나 싶은데, 아무리 새로운 시민기자가 들어와서 글쓰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꾸준히 글을 쓰는 ‘오래된 시민기자’가 설 자리를 밀어낸다면, ‘새로운 시민기자’가 머잖아 ‘오래된 시민기자’가 될 무렵, 어느새 저절로 이곳을 떠나는 흐름이 되풀이되리라 봅니다. 그리고 참말로 이런 흐름이 꾸준히 나타나지 싶습니다.


  모든 사람은 다르고 다 다른 사람은 글결도 다르기 마련인데, 편집부에서는 이 다름을 보기보다는 오마이뉴스 틀에 맞도록 ‘다른 결을 똑같이 하기’를 너무 크게 바란다고 느낍니다. 아무래도 오마이뉴스 바탕틀이 더 넓게 찬찬히 갈래를 나누어 이모저모 새롭게 이야기를 담도록 하는 품이 아닌 채 그대로 흐르니, 새로운 시민기자가 오래된 시민기자가 될 무렵 설 자리를 저절로 잃어버리는 흐름이라고 느낍니다. 


  오마이뉴스가 스무 돌이라고 하는 잔치를 맞이하기 앞서, 오래된 시민기자한테서, 또 떠나간 시민기자한테서, 왜 더 글을 안 쓰는지를 묻고, 오마이뉴스에서 좋고 나쁘거나 반갑거나 아쉬운 대목을 귀기울여 듣는 자리를 마련하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을까요?

  이런 몸짓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다면 언제라도 기꺼이 다시 ‘10만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되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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