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물감상자 창비시선 132
강우식 지음 / 창비 / 1995년 5월
평점 :
품절


노래책시렁 54


《어머니의 물감상자》

 강우식

 창작과비평사

 1995.5.10.



  붓으로 살며시 움직이니 그림이 태어납니다. 붓으로 슬슬 더 움직이니 그림이 살아납니다. 나뭇가지로 흙바닥을 그으니 그림이 나타납니다. 나뭇가지로 이리저리 흙바닥을 더 그으니 그림이 춤춥니다. 붓을 잡은 이도 나뭇가지를 쥔 이도 그림을 그립니다. 종이가 있어도 그림이고, 종이가 없어도 그림입니다. 《어머니의 물감상자》를 넘기며 시쓰기하고 그림그리기를 맞물려서 헤아립니다. 누구나 소리를 내어 말을 할 수 있고, 이 말소리는 저절로 노래가 되기도 하고 잔소리로 그치기도 하며 그냥 소리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시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시이기도 하고, 시집으로 묶기에 시집이기도 하지만, 시나 시집을 모르면서도 날마다 시를 펴고 시집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떤 말로 아침을 열까요. 우리는 어떤 말소리로 하루를 누릴까요. 우리는 어떤 말씨로 노래를 읊으며 밤을 맞이할까요. 시라는 이름으로 태어나는 글은 퍽 많으나, 막상 시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 글은 어디에 있을까 아리송합니다. 시를 대학교에서도 가르치고, 시 한 줄을 놓고 큰돈을 내놓기도 하는데, 정작 노래가 되어 흐르는 글은 어디에 있는지 알쏭달쏭합니다. 모두 허깨비 아닌가 싶습니다. ㅅㄴㄹ



이 산문 아래에 와 / 마시는 한잔의 소주는 / 열반이다. // 머릿속은 月印千海의 물결로 황홀타. (낙산사吟/112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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