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씁니다 ― 11. 바라다 ㄴ



  예전에 동시를 쓴 낱말로는 다시 안 쓰려고 생각하지만, 예전에 그 낱말로 쓴 줄 모르고 새로 쓸 때가 있습니다. 아마 그 낱말이 새롭게 마음에 꽂혀서 저절로 쓰는구나 싶습니다. ‘바라다’라는 낱말로 두 꼭지째 동시를 쓰고 나서 생각합니다. 제 마음에 무언가 애틋하게 바라는 한 가지가 있어서 이 글을 쓰지 않았을까 하고요. 곁님하고 꿈길을 걸으면서, 아이들하고 사랑길을 걸으면서, 이웃님하고 삶길을 걸으면서, 스스로 마음길을 걸으면서, 이 길에서 온갖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거나 옮기는 일이란 무엇인가 하고 다시 생각합니다. 고흥 망주산에서 염소하고 어우러지는 이웃님한테 ‘바라다 ㄴ’을 종이에 옮겨적어서 드립니다. 바라는 길이란 바람길이요, 바람이 흐르는 길이란 우리가 바라보면서 바라는 길이라는 느낌이 문득 온몸을 사로잡아서, 이 느낌을 하나하나 옮겼습니다. 스스로 즐기는 놀이란 무엇인가를 떠올리면서, 제가 즐기는 놀이를 곁님도 아이들도 이웃님도 같이 누리면 좋겠다고 꿈꾸면서, 서로 돌이랑 속삭이고 이슬하고 바람 타고 날아오르기를 빌면서 글 몇 줄을 적습니다. 우리한테는 사람동무만 있지 않고, 풀동무 꽃동무 고드름동무도 있는 줄 헤아리자고, 우리 곁에는 우리가 바라보면서 피어나는 바람이 있고, 우리 몸뿐 아니라 마음을 보드랍고 포근히 감싸는 바람을 바라보는 하루가 있는 줄 새삼스레 들여다보자고 하는 뜻을 글줄에 담습니다.



바라다 ㄴ


함께 놀면

좋겠다 싶은

작은 돌 조개껍데기 깃털

풀꽃 새싹 이슬방울 고드름


너랑 놀고 싶기에

너하고 말을 섞으며

네 마음을 읽고

내 마음을 속삭일게


나는 즐겁게 꿈꾸고

기쁘게 바라지

돌하고 얘기하며 놀기를

이슬하고 날아다니며 웃기를


바라고 바라면서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바라고 바라다가

바람 되려고 눈 감는다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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