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씁니다 ― 10. 탈



  살면서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받아들이거나 바라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겪거나 마주치지 않고서 섣불리 좋거나 나쁘다고 여길 수도 있어요. 겉모습만 보면서 좋다거나 나쁘다고 여길 때가 있고, 혀에 얹지도 않고서 맛이 없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눈을 감고 먹을 적에는 겉모습을 못 따지겠지요. 아무래도 두 눈을 뜨고서 바라보니까 자꾸 겉모습을 따지는구나 싶어요. 우리한테 두 눈이 있으니 눈을 감고서 겉모습은 아예 안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눈이 있다는 핑계로 자꾸자꾸 겉모습에 얽매인다면 어떤 길을 걸을까요? 우리 집 두 아이가 생김새만으로 맛없다고 여겨 안 먹는 밥이 있기에 글을 하나 쓰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으레 말하는 ‘토끼하고 늑대’ 이야기로 빗대기로 했어요. 우리 집 아이들은 늑대 한살이를 여러모로 헤아리거나 살피기에 늑대가 ‘나쁜 짐승’이 아닌 줄 생각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배우기까지는 꽤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머리나 마음에 슬기롭거나 차분한 생각이 자라기 앞서, 삶터에서 한눈이나 외눈으로 가르는 이야기에 젖어들고 나면, 한눈길이나 외눈길을 바로세우기란 참 벅차더군요. 이는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매한가지라고 느껴요. 꾸밈없이 바라보면서 생각하기보다는,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다면서 둘 사이를 넘나들 틈을 없애기 일쑤이거든요. 아이들하고 탈을 이야기하는 글을 쓰면서 저 스스로 새삼스레 돌아보았어요. 이 글은  저부터 이 삶을 좋거나 나쁘다고 가르는 버릇이 아직 남았으니 털어내도록 북돋운다고. ㅅㄴㄹ




토끼 탈을 쓴

늑대가 저기 있다면

늑대 탈을 쓴

토끼가 여기 있어요


늑대는 늑대로

고운 벗이 될 수 있는데

왜 토끼라는 탈을 써야

다가설 수 있다고 여길까요?


토끼는 토끼로

힘센 동무가 될 텐데

꼭 늑대라는 탈을 써야

씩씩할 수 있는 줄 여길까요?


나는

오늘도 모레도 탈이 없이

내 얼굴이 되겠어요

나는 나로 만나고 서겠어요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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