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집마실을 하는 즐거움



  누리책집에서 또각또각 글판을 두들기지 않고, 두 다리로 책집마실을 하는 즐거움이란 무엇일까요? 누리책집에서 책을 산 분은 아마 다들 알 테지만, 누리책집에서 책을 고르고 살펴서 값을 치르기까지도 품이나 겨를을 꽤 들여야 합니다. 딸깍딸깍 조금 한대서 쉬 끝나지 않습니다. 몸을 움직여 책집까지 스스로 다녀오는 일보다 품이 적게 든다고만 할 수 없어요. 그런데 누리책집에서 새책은 그때그때 새로 올라온다지만, 그동안 태어난 오랜 숱한 책은 다 올라오지 않거나 못합니다. 우리가 다리품을 팔면서 마을책집을 찾아가지 않는다면, 헌책집을 다니지 않는다면, 온누리에 가득한 어마어마한 책을 두루 만나지 못합니다. 아주 조금만, 아름다운 책을 늘 마주하더라도 아주 살짝 맛볼 뿐입니다. 다리품을 팔면서 마을책집으로 마실을 다니면, 첫째, 우리 마음눈을 넓힐 수 있습니다. 둘째, 도시에 있는 숲을 누릴 수 있습니다. 누리책집으로도 마음눈을 넓힐 책을 손에 넣겠지요. 그러나 자동차 소리가 뚝 끊긴 채 고요한 숲바람이 일렁이는 숨결은 누리지 못해요. 조그마하든 널따랗든, 마을책집은 ‘책이 되어 준 나무가 자라던 숲’을 누리는 쉼터이자 놀이터이자 만남터입니다. 우리가 책을 읽을 적에는, 줄거리(지식)만 받아먹지 않습니다. 줄거리를 이루기까지 어떤 숲이 어떤 사랑으로 살았는가를 마음으로 받아들이지요. 살아숨쉬는 이야기가 깃든, 숲에서 자란 나무가 흙에 뿌리를 내리며 바람을 마시고 햇볕을 사랑한 노래가 깃든 종이에 얹은 삶을 누려 봐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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