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씁니다 ― 7. 두레



  한걸음을 걷자고 생각합니다. 토막걸음이 아닌 온걸음을 내딛자고 생각합니다. 서른 언저리에는 토막힘만 내어도 좋다고, 한창때에 토막힘을 써야 늙어서도 꾸준히 힘을 낼 만하리라 여긴 적 있는데, 서른세 살 무렵부터 토막걸음 토막힘은 집어치우기로 했습니다. 언제나 모든 걸음이 온걸음이 되도록 한발 두발 씩씩하게 나아가자고 여겼어요. 이러면서 2007년에 서재도서관을 열었지요. 제 서재를 도서관으로 삼아서 이웃님하고 제 책을 나누었어요. 서재도서관을 하노라면 알뜰한 책이나 값진 책이 너덜너덜해지거나 닳거나 찢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겉모습은 바래거나 해지더라도 알맹이는 한결같거든요. 그리고 이런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뜻을 반갑게 여긴 이웃님 한 분이 있었고, 이 이웃님은 경기도 광주에서 ‘서재도서관, 책읽는 베짱이’를 열었습니다. 제가 뿌린 서재도서관이란 씨앗이 이 나라 어느 곳에서 새로운 서재도서관으로 싹이 텄어요. 2018년 11월에 이 이웃님 서재도서관 이야기를 담은 책이 하나 태어납니다. 그 책에 동시를 한 꼭지 써서 띄웠습니다. 이웃님이 저더러 동시를 써 달라 하지 않았지만, 제가 나서서 먼저 써서 드리고 싶었어요. 서재도서관이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라 두레로 하는 일인 줄 온몸으로 잘 밝히셨거든요. 처음에는 한 사람 꿈에서 싹트는 서재도서관이지만, 이 작은 싹을 돌보면서 키우는 손길이란 언제나 넉넉하며 따사로운 두레라 할 만해요. 고맙습니다. 동시 하나를 새로 쓸 수 있어서. ㅅㄴㄹ



두레


내가 마시는 물은

내가 먹는 밥은

내가 누리는 바람은

내가 사는 집은


벌레 새 물고기 짐승 개구리

풀 나무 돌 꽃 흙 모래

여기에 하늘 해 비 별

모두 어우러져서 태어나


내가 읽는 책도

내가 쓰는 연필도

내가 입는 옷도

모두 이와 같을 테지


다 함께 마음을 모아

서로서로 뜻을 모두어

싹싹하면서 다부진 손길로

한마당 한숲 한사랑 되는 두레야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