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쓰다 - 작가들의 고양이를 문학에서 만나다
나쓰메 소세키 외 지음, 박성민 외 옮김 / 시와서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인문책시렁 39


《고양이를 쓰다》

 나쓰메 소세키 외

 박성민·송승현 옮김

 시와서

 2018.8.10.



새끼 고양이 네 마리를 대하는 아이들 네 명의 감정도 역시 서로 다른 데가 있었다. 그것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일 것이다. 애증은 나쁜 것이라고 하지만, 애증이 없는 세계가 혹시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쓸쓸할까. (41쪽)


노인의 손이 부인의 손끝에서 은화를 긁어당기듯 낚아챘다. 그리고 새끼 고양이를 감싼 수건을 받자마자 잡동사니가 실린 짐 위로 내던지더니, 손잡이를 잡기가 무섭게 덜커덩덜커덩 수레를 끌기 시작했다. (88쪽)


“아!” 듣고 있던 고양이는 “정말 어리석은 말이로군” 하고 야생의 꼬리를 흔들며 습한 야생의 숲으로 혼자 걸어 돌아갔다. 하지만 아무한테도 말하지는 않았지. (221쪽)



  고양이가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 곁에서 살았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만, 한국말에서 ‘고양이’는 개랑 더불어 무척 오래되었으면서 살가이 여기는 낱말입니다. ‘냐옹이’나 ‘나비’처럼 귀엽게 일컫는 이름이 따로 있는 고양이를 두고, ‘집고양이·길고양이’로 따로 가르기도 하고, ‘들고양이’가 있기도 합니다. 가만히 보면 먼 옛날부터 ‘마을고양이’도 있었겠지요.


  어미를 잃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한테 밥을 준 지 어느새 한 달 즈음 되지 싶은데, 어미를 잃은 뒤에 다른 또래 고양이나 어른 고양이하고 사귀지 못한 탓인지, 이 새끼 들고양이는 자꾸 사람을 따르려 합니다. 사람 사는 집으로 자꾸 들어오려 하고, 사람 손이나 품을 자꾸 타려 해요. 아니 들고양이 가운데 이렇게 사람한테 다가오는 녀석이 있던가?


  《고양이를 쓰다》(나쓰메 소세키 외/박성민·송승현 옮김, 시와서, 2018)를 읽습니다. 고양이를 둘러싼 삶과 사람과 사랑과 살림이 촉촉히 묻어나는 여러 나라 여러 글을 묶었습니다. 좀 오래된 글이라 할 수도 있을 텐데, 달리 보면 고양이를 그만큼 가까이에 두고서 지켜본 이야기가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어미를 잃고서 오랫동안 굶던 새끼 고양이는 처음에는 먹이를 앞에 두고 악다구니였습니다. 아직도 이 티를 다 씻지 못했습니다만, 조금씩 털어내지 싶어요. 이제 배를 곯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지요. 그러나 이 새끼 고양이는 고양이로 살아가는 길에서 큰 실마리를 아직 못 배워요. 고양이가 고양이다우려면 스스로 사냥해야 합니다.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사람 손으로 먹이를 얻는 살림이 아닌, 스스로 먹잇감을 찾아서 누리는 몸짓이 되어야지요.


  사람은 어떻게 먼먼 옛날부터 고양이를 가까이할 수 있었을까요? 때로는 사람 손을 타거나 따르기도 하지만, 언제나 제 결과 길을 지켜서 꿋꿋하게 설 줄 아는 몸짓이 바로 사랑스러운 들넋이 아닐까요? 네(사람)가 먹이를 준다면 고맙게 받지만 너희(사람)한테 종이 아니라고 하는, 너희한테 노리개 구실을 하지 않는다는, 나(고양이)는 언제나 나로서 이 땅에 네 발을 디디면서 삶을 노래하는 멋진 숨결이라는 대목을 보여주기에 고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집에서 한동안 얹혀 지내는 새끼 고양이가 부디 씩씩하게 홀로서기를 할 수 있기를 빌어 마지 않으면서 먹잇그릇을 내놓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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