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기를 치켜세움
폴 오스터 지음, 샘 메서 그림,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책으로 삶읽기 364


《타자기를 치켜세움》

 폴 오스터

 샘 메서 그림

 황보석 옮김

 열린책들

 2003.12.30.



2년인가 3년 전, 나는 종말이 다가왔다는 느낌이 들어서 브루클린 문구점 주인인 레온을 찾아가 타자기 리본을 50개 주문해 달라고 했다. 그는 내가 부탁한 사이즈의 리본을 긁어모으기 위해 며칠 동안 이리저리 수소문을 해야 되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일이지만, 그중 일부는 캔자스시티 같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우송된 것들이었다. (23쪽)



《타자기를 치켜세움》(폴 오스터·샘 메서/황보석 옮김, 열린책들, 2003)을 읽었다. 글밥이 얼마 없는 책이라 책집에 서서 읽었다. 헌책집에서 만났는데, 펴낸해를 읽고는 틀림없이 판이 끊어졌겠다 싶었다. 책집에서 손전화를 켜서 살피니 참말로 판이 끊어졌고 한참 망설인다. 이 책을 사느냐 다시 꽂느냐, 책집에 서서 다 읽었으니 굳이 안 사도 되지 않느냐 하면서. 마침내 이 책을 사기로 다짐하고서 연필을 쥔다. 마음에 드는 대목은 옆자리에 동그라미를 작게 그린다. 옮김말이 엉성한 대목은 빗살을 그려 손질해 본다. 셈틀이 아닌 타자기로 글을 쓰는 삶을 단출하게 펼쳐 주었고, 글쓴이가 몸뚱이처럼 여기며 늘 함께하는 타자기를 마주한 그림벗이 타자기를 담아낸 그림을 죽 엮어 놓는다. 나는 셈틀로도 글을 쓰지만 연필로도 글을 쓴다. 한때 연필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은 적이 있었으나 연필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요즘 연필을 옛날하고 대면 매우 안 좋다. 이웃나라 일본은 아직도 연필을 매우 잘 깎는다. 어쩌면 한국이란 나라에서 연필은 무늬로만 살아남고, 속으로는 다 죽은 셈 아닐까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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