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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육서 노린재 ㅣ 한국 생물 목록 25
안수정 외 지음 / 자연과생태 / 2018년 7월
평점 :
인문책시렁 35
《한국 육서 노린재》
안수정·김원근·김상수·박정규
자연과생태
2018.7.15.
처음에 《노린재 도감》을 낼 때는 10년쯤 지난 뒤에 증보판을 내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많은 종이 단시간에 추가되어 2016년부터 새 노린재 도감을 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리하여 2017년에 정리해 보니 2010년 도감보다 248종이나 늘어나 490종이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국내 미기록종이나 신종도 포함되었습니다. (4쪽)
노린재아목 앞날개 반은 질긴 가죽질이고 반은 막질이어서 반초시라고도 하며, 뒷날개는 모두 막질이다. 노린재아목 어원은 이렇게 앞날개 두 부분 재질이 다른 데서 기원하지만 우리나라 말에서 노린재는 노린내 비슷한 냄새가 난다는 데서 유래한다. 영어권에서는 ‘true bugs’라고 부른다. (8쪽)
[에사키뿔노린재] 몸은 황록색 바탕에 초록색 및 적갈색 무늬가 있다. 앞가슴등판 앞부분은 노란색이고 뒷부분은 짙은 갈색이다. 작은방패판에 흰색이나 연한 노란색 하트 무늬가 있다. 하트 무늬는 간혹 가운데가 세로로 갈라진 것도 보인다. 알에서 2령이 될 때까지 약충을 보호한다. 뿔노린재과에서는 포티뿔노린재와 함께 가장 흔히 보인다. 성충은 다양한 식물에서 보이지만 산초나무와 초피나무에서는 약충과 함께 자주 보인다. (282쪽)
인천이나 서울에서 살 적에는 미처 못 알아챘으나, 고흥에서 살며 늘 마주하는 노린재입니다. 참말로 노린재가 가득하거든요. 그런데 노린재는 어디에나 가득하지는 않습니다. 농약을 치지 않는 풀밭에 가득합니다. 이른봄부터 늦가을까지 이곳저곳에서 갖가지 노린재가 저마다 다른 몸짓하고 모습으로 즐겁게 풀노래를 부르면서 어우러져요.
노린재는 무엇을 먹으면서 살까요? 노린재가 사는 풀밭하고 노린재가 못 사는 풀밭은 무엇이 다를까요? 노린재가 사는 풀밭에서는 풀살림이 어떠한 얼거리일까요? 노린재를 눈여겨보지 않고서 숲이나 들을 마구 밀어붙여도 좋을까요? 우리는 노린재를 지키거나 돌보려는 마음으로 숲을 건사하고 도시를 줄이거나 없앨 수 있을까요? 노린재가 살아갈 터에 골프장이나 공장이나 발전소가 못 들어오게끔, 송전탑이나 고속도로나 운동장이 못 들어서게끔 씩씩하게 손사래칠 수 있을까요?
뭍살림 노린재를 다룬 《한국 육서 노린재》(안수정·김원근·김상수·박정규, 자연과생태, 2018)는 대단한 도감 가운데 하나입니다. 631쪽에 이르는 도감인데, 한국에서 사는 모든 노린재를 담지는 못했다지만, 490 가지를 담아냈다고 합니다. 놀랍지요. 그냥 뭉뚱그리는 이름인 ‘노린재’가 아니라 490 가지로 다 다른 이름을 붙여서 바라보고 마주하는 노린재이거든요.
노린재에는 ‘닮은얼룩뿔노린재’처럼 노린재란 말이 들어가는 노린재가 있으나, ‘닮은쑥부쟁이방패벌레’처럼 노린재란 말이 안 들어가는 노린재가 있다고 합니다. ‘밀감무늬검정장님노린재’처럼 기나긴 이름을 읊고 사진을 바라보고 한살림을 헤아립니다. 우리 곁에 숱하게 있는 이웃을 어느 만큼 알아보는 하루일까요? 이웃사람뿐 아니라 이웃새, 이웃벌레, 이웃나무, 이웃풀, 이웃구름을 얼마나 알아차리는 삶일까요? 풀밭에서 가만히 쪼그려앉고서 귀를 기울이고 눈을 크게 떠 봐요. 노린재 한 마리를 만나서 이름을 불러 봐요. “이름 모를 들꽃” 같은 바보스런 이름 못지않게 엉성한 “그냥 노린재”라는 말씨를 이제는 떨쳐내 봐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