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의 모자 산지니시인선 12
신정민 지음 / 산지니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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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31

《나이지리아의 모자》
 신정민
 산지니
 2015.12.31.​


  모르는 사람한테는 왜 모르느냐고 지기가 참말로 어렵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온통 모르는 데 어디부터 실마리를 풀어서 알려주어야 할는지 까마득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아는 사람한테도 왜 모르느냐고 캐묻기가 참으로 힘듭니다. 아는 사람이란, 스스로 아는 만큼만 알기 일쑤인데다가, 스스로 안다는 생각에 그 앎이 뒤틀렸다든지 외곬이라고 하는 대목을 알려주기가 더할 나위 없이 괴롭지요. 낱낱이 헤아려 보면, 모르는 사람한테도 아는 사람한테도 뭔가 이야기를 들려주기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그러면 누구하고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알지도 모르지도 않는 사람, 곧 마음을 트거나 연 사람하고만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의 모자》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저는 시를 참 모르겠습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여러 이웃님이 쓰는 시를 그야말로 모르겠습니다. 시인인 이웃님은 누가 읽으라고 시를 쓸까요? 어떤 사람이 읽으라는 시를 쓸까요? 대학교 문창과를 나온 사람이 읽기 바라는 시인가요? 인문책 천 권이나 만 권쯤 읽은 사람이 알아들을 만한 시인가요? 진보신문 한 가지쯤 받아읽는 사람이 사서 읽을 시인가요? 열 살 어린이나 여덟 살 아이가 어깨동무하면서 함께 놀듯이 누릴 만한 시인가요? 좀 내려와 주셔요.

어머니가 되기 좋은 나라에서 온 편지 / 답장 대신 모자를 뜬다 / 시는 사랑이 쓰는 거라서 / 그리움만이 단어를 찾아 떠나고 (나이지리아의 모자/22쪽)


시간을 빌려주겠다고 문자가 왔다 모르는 번호였다 / 월요일을 보장해주겠다고 메일이 왔다 누군지 물어볼 겨를이 없었다 (가나안 슈퍼의 깡통들/9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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