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씁니다 ― 3. 사랑



  아이들이 새끼 고양이를 주웠습니다. 말 그대로 주웠습니다! 우리 집 두 아이가 마을을 휘휘 돌며 놀다가 어느 한켠에서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보았대요. 처음에는 누가 기르나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앙상한 새끼 고양이가 배고파서 울어대는 모습을 보고는 안 되겠다 싶어서 얼른 안고서 집으로 돌아왔대요. 이 새끼 고양이를 씻기고 먹이고 재우면서 기운이 돋게 하고, 아무리 찾아도 어미가 나타나지 않아서 천으로 똥꼬를 살살 닦으며 새끼 고양이가 스스로 똥을 누도록 이끌어 줍니다. 우리는 때때로 집을 비우고 며칠씩 마실을 다니기도 하는 터라, 나중에 집을 비울 적을 헤아려 이 새끼 고양이를 한동안 데리고 다녀야겠구나 싶어서 순천 시내까지 가서 고양이 들집을 하나 장만했습니다. 아이들이 묻더군요. “품에 안고서 기차나 버스를 타면 안 돼?” “기차나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들집에 고양이나 개를 넣고 타지 않으면 싫어해. 들집이 없으면 사람도 탈 수 없어. 고양이나 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고양이나 개나 버스나 기차에서 마구 뛰어다니면 그곳 일꾼을 괴롭힐 수 있으니 꼭 들집에 깃들도록 해서 함께 다녀야 해.” 사랑은 어디에서 비롯할까요? 눈여겨볼 줄 아는 마음에서, 눈여겨본 뒤에는 기꺼이 손을 내미는 몸짓에서, 생각하여 움직였으면 즐겁게 노래하는 하루에서, 시나브로 피어나는 사랑이지 싶습니다. 아이들이 가르치고 이끌어 주기에, 순천에서 고흥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서 글줄을 적을 수 있어요. ㅅㄴㄹ



사랑


우리는 말하지 않아요

우리는 살림을 하고

사랑을 하고 놀이를 하며

저절로 말이 태어나요


우리는 글쓰지 않아요

우리는 하루를 가꾸고

이야기를 가꾸고 사랑을 가꾸며

가만히 글이 자라요


우리는 밥먹지 않아요

우리는 흙을 짓고

사랑을 짓고 노래를 지으며

넉넉히 밥을 나눠요


우리는 잠들지 않아요

우리는 꿈을 품고

생각을 품고 사랑을 품으며

새롭게 눈떠서 날아요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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