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도피 逃避
해외로 도피 여행을 떠났다 → 나라밖으로 숨는 여행을 떠났다
도피 못하게 차단해 놓았다 → 달아나지 못하게 막아 놓았다
그 도피 의식마저도 → 그 내빼는 마음마저도
외국으로 도피하였다 → 나라밖으로 내뺐다 / 나라밖으로 꽁무니 뺐다
잠시 도피해 있어야 했다 → 살짝 숨어야 했다 / 한동안 사려야 한다
현실에서 도피하다 → 삶에서 등돌리다 / 삶을 등지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도피할 수 있는 → 어지러운 터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도피(逃避)’는 “1. 도망하여 몸을 피함 ≒ 도일(逃逸)·도찬(逃竄)·찬도·찬분·타피(?避) 2.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일에서 몸을 사려 빠져나감 3. [북한어] 무엇을 몰래 숨기거나 빼돌림”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내빼다’나 ‘달아나다’로 손보면 되고, ‘사리다’나 ‘벗어나다’나 ‘등지다’나 ‘숨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비슷한말이라면서 줄줄이 붙는 여러 한자말은 사전에서 털어낼 노릇입니다. 이밖에 한국말사전은 한자말 ‘도피’를 셋 더 싣는데, 이 세 가지도 털어내 줍니다.
도피(桃皮) : 1. 복숭아의 껍질 2. 복사나무의 껍질
도피(塗被) : = 도포(塗布)
도피(圖避) : = 도면(圖免)
저의 첫 도피생활 때였습니다
→ 제가 처음 숨어 살던 때였습니다
→ 제가 처음 숨어 살 때였습니다
→ 제가 처음 몸을 숨겼을 때였습니다
→ 제가 처음 숨어 지낼 때였습니다
《희망의 근거》(김근태, 당대, 1995) 283쪽
그러한 태도야말로 무책임하게 천사주의적인 환상의 세계로 도피하는 문학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 그러한 몸짓이야말로 아무렇게나 천사주의 꿈나라로 달아나는 문학과 그리 다르지 않다
→ 그러한 몸짓이야말로 그냥 천사주의 꿈나라로 숨어버리는 문학과 엇비슷하다
《우리 동화 바로 읽기》(이재복, 소년한길, 1995) 313쪽
도시, 회색 하늘, 소음, 혼잡, 혹은 생존경쟁에서의 도피
→ 도시, 잿빛 하늘, 시끄러움, 북새통, 또는 싸움판에서 달아나기
→ 도시, 잿빛 하늘, 시끄러움, 어지러움, 또는 싸움판에서 벗어나기
《뼈의 소리》(이와아키 히토시/김완 옮김, 애니북스, 2006) 11쪽
난 그냥 도피하고 싶은 것뿐일까
→ 난 그냥 달아나고 싶을 뿐일까
→ 난 그냥 벗어나고 싶을 뿐일까
→ 난 그냥 숨고 싶을 뿐일까
《3월의 라이온 9》(우미노 치카/서현아 옮김, 시리얼, 2013) 28쪽
그렇다면, 우리들, 사랑의 도피를 하는 거야?
→ 그렇다면, 우리들, 사랑떠나기를 하나?
→ 그렇다면, 우리들, 사랑숨기를 하나?
《코우다이 家 사람들 3》(모리모토 코즈에코/양여명 옮김, 삼양출판사, 2016) 1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