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은 동물들의 평생 안식처 동물보호구역 동물권리선언 시리즈 9
로브 레이들로 지음, 곽성혜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문책시렁 12


《고통받은 동물들의 평생 안식처 동물보호구역》

 로브 레이들로

 곽성혜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8.5.10.



처음으로 접한 가짜 동물보호구역은 내 고향인 캐나다 토론토에서였다. 어릴 때 동물들을 보러 갔다가 끔찍한 기분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기니피그부터 대형 고양잇과 동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물이 보호구역 안에 자리잡은 조그만 창고 안에 처박혀 있었다. 제일 큰 우리라고 해 봤자 개집 정도였다. (115쪽)


야생동물 밀매와 불법 포획을 막으려면 정부가 불법으로 감금된 동물을 압수했을 때 보낼 곳이 있어야 한다. 그들을 일단 피신시키고 치료해 줄 피신처가 없으면 불법을 적발하고도 고통 속에 있는 동물에게 도움을 줄 방법이 없다. (66쪽)


새로운 보금자리에 사자들을 방사했을 당시 사자들은 어리둥절했다. 방사된 사자 중에는 태어나면서부터 쇼 동물로 살아서 풀밭을 처음 밟아 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자들은 곧 넓은 공간을 활보하기 시작했고, 특히 그늘에서 쉬고 기어오를 수 있는 나무를 무척 좋아했다. (69쪽)



  자동차만 가득한 터전에서 산다면 자동차를 잘 알기 마련입니다.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어른이 된다면 아파트를 잘 알기 마련입니다. 학교를 열두 해뿐 아니라 스무 해 가까이 다니고 보면 학교를 잘 알기 마련입니다. 자, 이런 삶이라면 자동차하고 아파트하고 학교 말고 무엇을 더 알 만할까요? 무엇을 눈여겨보거나 지켜보거나 살펴볼까요?


  서울 한복판에 사슴이 풀을 뜯는 일이 없습니다. 부산 골목길에 꾀꼬리가 찾아들어 둥지를 짓는 일이 없습니다. 다만, 어쩌면 이런 일이 더러 있을 수 있을 텐데, 서울이나 부산 같은 커다란 도시에 살면서 숲짐승이나 숲이웃을 헤아리기란 매우 어려워요. 늘 마주하거나 지켜보아야 하는 모습은 싱그러운 숲내음이 아닙니다.


  《고통받은 동물들의 평생 안식처 동물보호구역》(로브 레이들로/곽성혜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8)을 읽으면 ‘거짓 동물보호구역’ 이야기하고 맞물려 ‘제대로 마련하는 동물보호구역’이란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짚습니다. 지구별 어디에서나 사람들이 삶터를 망가뜨리거나 무너뜨리면서 숲짐승하고 숲이웃 모두 시름시름 앓는다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범이나 사자가 왜 쇠우리에 갇힌 채 태어나서 자라야 할까요? 들판을 신나게 달릴 줄 아는 숲짐승은 왜 좁은 쇠우리에 갇힌 채 스물 몇 해씩 구경거리가 되어야 할까요? 사람한테 이바지할 수 있도록 크고작은 숲짐승 몸뚱이를 놓고서 실험을 하고 약을 집어넣고 때로는 죽이기까지 해도 될까요?


  오늘 우리가 여러 숲짐승하고 숲이웃을 괴롭히거나 죽이는 모습을 지켜보면, 사람살이에서도 이웃에 있는 사람을 아끼거나 어깨동무하는 마음이 사라진 모습하고 이어지지 싶습니다. 우리 삶터에 풀 한 포기 마음껏 못 자라고, 나무 한 그루 껴안기 어려우며, 풀벌레나 개구리 노랫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파트랑 찻길이랑 시멘트 학교 둘레에서는 ‘동물보호구역’도 ‘사람이 살 보금자리’도 제대로 건사하기 어렵겠지요. 관광지나 골프장이나 발전소 아닌 숲짐승 쉼터를 마련할 줄 아는 정책이 태어나기를 빕니다. 고속도로는 그만 놓고, 아니 고속도로 몇 군데는 걷어치워서, 망가진 숲을 싱그러운 숲으로 돌려줄 수 있기를 빕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