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양념 짜장국수
나는 몰랐는데 아이들하고 먹은 짜장국수 양념이 탔다고 한다. 어딘가 좀 시커멓고 느끼하구나 싶었는데 양념을 태워서 이랬구나. 짜장국수 양념에 탄맛이 돌 적에 부엌지기한테 ‘탄 양념 짜장국수를 물리고 새로 해 주도록’ 바라는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다. 그런데 문득 돌아보니, 중국집 부엌지기가 앙념을 태운 줄 몰랐을까? 양념을 태우고도 그냥 먹으라고 내놓을 수 있을까? 중국집 일꾼은 양념이 탄내가 나는 짜장국수를 손님한테 멀쩡히 내놓으며 먹으라고 해도 될까? 그들 부엌지기하고 일꾼이 이녁 아이한테도 ‘태운 양념 짜장국수나 밥’을 먹으라고 내밀려나? 우리가 쓴 글에서 어느 한 곳이 일그러졌거나 엉성하거나 어정쩡하다면, 말씨나 글결이 어설프거나 얄궂거나 뒤틀렸다면, 이때에는 통째로 버리고 새로 쓸 노릇이다. 태운 양념 짜장국수는 버리고 새로 볶아서 내주어야 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