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서 찾아볼 낱말
사전에서 어떤 낱말을 찾아보는지 모르기 일쑤이다. 어려운 말을 찾아볼 사전인가, 쉬운 말을 찾아볼 사전인가? 우리는 으레 사전에서 어려운 말을 찾아봐야 한다고 여기지만, 정작 우리가 사전에서 찾아볼 낱말은 쉬운 낱말이다. 생각해 보자. 어려운 낱말을 사전에서 한 번 찾아보면 웬만해서는 그 낱말을 다시 찾아볼 일이 없다. 어렵다고 여기는 낱말은 사전을 한 번 찾아보면 뜻을 바로 깨닫고는 더 찾아볼 일이 사라진다. 이와 달리 쉽다고 여기는 낱말은 사전을 한 번 찾아보아도 뜻을 좀처럼 깨닫지 못한다. 오래도록 곱씹어야 하고, 자꾸자꾸 되씹어야 한다. 더욱이 쉽다고 여기는 낱말은 끝없이 새로 찾아보기 마련이다. 자주 쓰는 낱말일수록 사전에서 자주 찾아보아야 한다. 왜 그럴까? 쉽다고 여기는 자주 쓰는 낱말은 새로운 뜻하고 쓰임새가 차츰 늘어난다. 쉬우니까 자꾸 쓰기 마련인 낱말이요, 이러면서 말결은 나날이 깊어지고 넓어지니, 사전에서 찾아볼 낱말이란 가장 흔하다고 여기는 가장 쉽다고 여길, 그렇지만 가장 어려운 낱말이다. ‘어려운 말’이란 오히려 ‘쉬운 말’이고, ‘쉬운 말’이란 도리어 ‘어려운 말’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읽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