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비밀스러운 삶 - 명랑한 소들의 기발하고 엉뚱한 일상
로저먼드 영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문책시렁 6


《소의 비밀스러운 삶》

 로저먼드 영

 홍한별 옮김

 양철북

 2018.6.18.



동물을 몇 마리만 키우는 사람은 한 마리 한 마리를 다른 존재로 바라보며 각 동물의 섬세한 특징이나 특이한 개성, 기질 등을 정확히 파악한다. 농장에서 대규모로 가축을 키운다고 해서 동물들의 개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13쪽)


한 반 학생들이 모두 똑같기를 바라는 교사는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취미를 즐기는 사회를 원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거미나 나비, 노랑멧새, 소 한 마리 한 마리를 구분할 만큼 똑똑하지 않다고 해서 모든 개체가 똑같은 건 아니다. (14쪽)


소가 자유로이 돌아다니지 못하게 제한하면 몇 세대 뒤에 소의 뇌 크기가 30퍼센트 작아진다는 것이다. (15쪽)


신기한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동물이 다치면 버드나무를 굉장히 많이 먹는다는 사실이다. 버드나무가 아스피린의 원료라는 사실과 상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79쪽)



  영화 〈K-PAX〉를 보면 지구라는 별에서 정신병원이라는 곳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좋아하는 차림새로 좋아하는 일을 합니다. 이름은 틀림없이 정신병원이고, 이곳 의사나 간호사는 전문 규칙이나 틀에 맞추어 움직일 뿐이요, 사람들한테 약을 끊임없이 먹이거나 맞히지만, 머리카락이라든지 옷이라든지 밥을 스스로 골라서 누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할까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학교는 아이들을 어떻게 다룰까요? 저는 ‘다루다’라는 낱말을 썼는데요, 참말 한국에서 학교는 아이들을 ‘돌보는’ 구실 아닌 ‘다루는’ 몫을 맡습니다. ‘불량’이 되지 않도록 다루고, ‘규범에 맞도록’ 다루며, ‘교과서 수업 진도’로 다루고, ‘대학입시 틀’로 다루며, ‘급식 기준’이라든지 ‘나이·성별에 맞추어’ 다룹니다.


  《소의 비밀스러운 삶》(로저먼드 영, 홍한별 옮김, 양철북, 2018)은 오랫동안 들밭지기로 일한 글쓴이가 소를 비롯한 갖가지 짐승을 돌보면서 배운 살림을 풀어놓은 책입니다. 이 책을 쓴 분은 ‘농장 경영’을 하지 않았습니다. 들에 펼쳐진 풀밭에서 다 다른 집짐승이 다 다른 숨결로 즐겁게 살아가도록 ‘돌보는 살림’을 꾸렸습니다.


  들밭지기는 소한테서 배우고, 돼지랑 닭한테서 배웁니다. 햇볕하고 바람한테서도 배우며, 흙하고 소젖한테서도 배워요. 돌이나 모래한테서도 배울 뿐 아니라, 풀포기 하나한테서도 배웁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학교는 교과서를 뺀 다른 자리에서는 배우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 만하고, 어떤 살림을 지켜볼 만할까요? 어른들은 무엇을 가르칠 만하고, 어떤 사랑을 물려줄 만할까요?

  숫자로 시험성적을 높이 거둔다고 해 봤자, 살림짓기 하나 못하는 아이하고 어른이란 이 땅에서 어떤 보금자리를 이룰까요? 다 다르게 아름다우며 다 다르게 기쁜 꿈을 짓지 못하는 곳이라면, 학교란 감옥을 가리키는 슬픈 이름이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