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8.1.
《세상을 들여다보는 한자》
김경선 글·권정훈 그림, 뜨인돌어린이, 2018.7.23.
《세상을 들여다보는 한자》를 펴면서 생각한다. 한자만 ‘온누리를 들여다보는 글’이지 않으리라. 알파벳도 한글도 가나도 온누리를 들여다보는 글이다. 모든 글은 저마다 다른 삶터에서 저마다 다른 삶을 마주하면서 태어난다. 그런데 이제껏 이 나라에서는 한글로 온누리를 바라보거나 헤아리거나 읽으려고 한 일이 드물다. 어쩌면 아예 없다고까지 할 만하다. 사람들은 한글이 소리를 담은 글이라고만 여기지만, 한글은 소리글일 뿐 아니라 뜻글이다. 소리마디마다 소리에 뜻이 함께 흐르고, 이 뜻이란 이 땅에서 삶을 지어 온 사람들이 남긴 살림이 깃든다. 오랜 한말(한국말)을 읽으면서 오랜 살림살이를 읽을 만하고, 새로운 한말을 헤아리면서 새로 자라면서 일어나는 기쁜 사랑을 헤아릴 만하다. ‘말’이라는 낱말 하나에, ‘흙ㄱ’이라는 낱말 하나에, ‘꿈’이라는 낱말 하나에, ‘길’이라는 낱말 하나에 얼마나 깊거나 넓은 소리랑 뜻이 흐를까? 그런데 이러한 깊이나 너비는 책 없이 살던 수수한 사람들은 예부터 몸으로 지어서 물려주었다. 굳이 글로 옮기지 않더라도 이야기로 엮어 알뜰살뜰 사랑스러운 노래로 이어주었다. 내가 말을 다루는 길을 걷는다면, 말 한 마디에 서린 숨결로 온별하고 온넋을 읽는 눈길을 살필 수 있어야겠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