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7.29.


《우주가 잠들었을 때 나는 달이 되었다》

임경자 글, 문학의전당, 2014.3.17.



1945년에 만주에서 태어났다는 분이 거의 일흔 해 만에 낸 첫 시집 《우주가 잠들었을 때 나는 달이 되었다》를 읽는다. 마음이 가는 시가 있고, 무덤덤한 시가 있는데, 마음이 가는 시는 글재주를 부리지 않은 이야기이다. 무덤덤한 시는 여러 이름난 시인들이 하듯이 글재주를 부린 글이다. 글재주를 부리지 않을 적에는 이야기가 싱그럽다. 글재주를 부리면 이야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시는 어렵게 써야 할 까닭이 없다. 스스로 살아오고 지어낸 살림살이를 그대로 옮기면 된다. 글을 배워야 쓰는 시가 아니라, 삶을 지어야 쓸 수 있는 시이다. 누구나 쓰면 되는 글인 시인데, 한국에는 시인이나 작가가 너무 많다. 굳이 시인이나 작가는 안 되어도 될 텐데, 이런 이름에 매이는 분이 너무 많다. 시는 그냥 쓰면 된다. 시는 그냥 쓸 적에 노래가 된다. 잘나거나 멋져 보이도록 꾸미지 않을 적에, 눈물은 눈물대로 웃음은 웃음대로 풀어내면 모두 시요 노래이다. 우주가 잠들 적에 달이 되어 보고, 우주가 눈뜰 적에 별이 되어 보면 얼마나 즐거울까. 구태여 지구라는 별에 매여 살아야 하지 않는다. 온누리에 별이 얼마나 많은가. 별마다 삶터는 얼마나 많은가. 너른 바람을 마시고, 푸른 눈빛을 밝힐 수 있기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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