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사랑합니다 민중열전 1
김해자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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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4


《당신을 사랑합니다》

 김해자

 삶이보이는창

 2012.3.13.



“영감이 약하고 일을 안 허니께 애들이 장작 패고 나무 하고 삼 삼고 다 했어.” (36쪽/농사꾼 김낙화)


“내 삶이 눈물 꾸욱 참을 만치 열악한 줄은 정말 몰랐유. 아니, 그런 거 못 느끼고 살았슈. 뭐를 남하고 비교할 수 있어야 열악하다 좋다 느끼는 거 아니겄유?” (64쪽/장인 이영철)


“내가 사람으로 사람답게 사는 곳으로 만들지 않으면 나는 갈 데가 없어 … 흥정해야 하는 삶을 용납할 수 없어. 나하고 흥정하지 않고 이 책의 가치와 대화하라고.” (98, 103쪽/아벨서점 곽현숙)


“우리 기사들이 쪼깨 얄미운 짓도 가끔 허고 사요. 용서해주씨요. 우리 사정이 쪼깨 어려운께 그라지라우. 회사 택시는 환경이 더 안 좋아라우. 이 바닥이 말시, 시간이 지내도 발전성이 없어라우.” (185쪽/택시드라이버 김인수)



  시인 한 사람이 여러 이웃을 만납니다. 시인이 만난 사람은 모두 우리 삶터에서 낮은자리를 지킨다고 합니다. 그런데 낮은자리나 높은자리가 따로 있을까요? 우두머리나 벼슬아치가 높고 낮은 자리를 갈랐을까요? 우리 스스로 낮고 높은 자리를 나눌까요?


  시인이 만난 사람들은 차림새도 얼굴도 몸짓도 다릅니다. 저마다 다른 일을 하니까 저마다 다른 일에 맞는 차림새요 얼굴이요 몸짓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몸을 맞추고 마음을 갈고닦아서 하는 일이기에 다 다른 차림이면서 얼굴이요 몸짓이 되지 싶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김해자, 삶이보이는창, 2012)에 나오는 사람들은 시인이 사랑하는 이웃이면서, 우리가 사랑할 만한 이웃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우러져 살며 늘 따스하다고 느끼지만 얼마나 왜 따스한가를 미처 헤아리지 못한 이웃일 수 있습니다.


  이웃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냅니다. 높은 목소리가 아닌 낮은 목소리입니다. 나즈막하게 부드럽게 목소리를 냅니다. 고만고만 한 마디씩 줄줄이 들려줍니다. 이야기로는 몇 마디인데, 몇 마디를 이야기하기까지 긴 나날을 보냈습니다. 긴 나날을 보내고서야 비로소 몇 마디로 추려서 들려줄 수 있습니다.


  스스로 살아낸 하루를 속으로 삭여서 이야기로 꽃피웁니다. 둘레에서 구경한 말은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손수 발을 담근 삶이 이야기로 거듭납니다. 먼데에서 지켜본 모습은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몸소 움직이고 뛰고 부딪히고 넘어지고 까이고 다치면서 아물거나 다독인 하루가 이야기로 흐릅니다.


  그대를 사랑한다면, 그대 마음에 흐르는 넋을 사랑한다면, 그대 마음에 살랑살랑 부는 고운 바람 같은 넋을 사랑한다면, 그대가 들려주는 말에 서린 웃음하고 눈물을 사랑한다면, 그대하고 나 사이에는 아무 걸림돌이 없겠지요. 오직 징검돌이 있어 마음하고 마음이 오가겠지요. 사랑할 수 있어 눈빛이 흐르고, 눈빛이 흐르며 말빛이 새롭고, 말빛이 새로우며 삶빛이 싱그럽습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제자리를 가꾼 그대를 사랑합니다. 2018.7.3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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