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이 있을 수 있다지만

[오락가락 국어사전 19] ‘솔’ 한 마디이면 넉넉하다



  사전이라고 해서 반드시 빈틈없어야 한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때로는 허술하거나 모자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웬만한 말풀이가 으레 뒤엉키거나 뒤죽박죽이라면? 빈틈이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일 테지만, 되도록 빈틈을 줄이도록 마음을 기울여야 할 테고, 사람들이 말을 슬기로우면서 즐겁게 쓰고 배우며 나눌 수 있도록 틈틈이 손질하고 가다듬어야지 싶습니다.



생장점(生長點) : [식물] 식물의 줄기나 뿌리 끝에 있으며 생장을 현저하게 하고 있는 부분. 수정란에서 배를 거쳐 생기는 싹에서는 식물체의 선단부에서 활발히 세포 분열을 하여 식물의 생장을 이룬다. 화본과(禾本科) 식물의 줄기와 같이 마디 사이의 부분에 있는 것도 있다 ≒ 생장 원추·성장점·자람점

자람점(-點) : [식물] = 생장점

자람마디 : x



  자라는 점이기에 ‘자람점’일 테지요. ‘자라다’를 한자말로 ‘생장’이라고도 한다는데, 식물학에서 ‘자람점’이나 ‘자람마디’처럼 한결 쉽게 쓰면 더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생장점 → 자람마디. 자람점”으로 다룰 수 있어요.



뒷그루 : [농업] 같은 땅에 한 해에 여러 번의 농작물을 심을 때에 나중 번의 농사 ≒ 후작(後作)

후작(後作) : 1. 뒤에 만든 작품 2. [농업] = 뒷그루



  농사에서 쓰는 ‘뒷그루’를 한자말로 옮기면 ‘후작’이라고 합니다. 사전에 한국말하고 한자말을 나란히 싣습니다만, 한국말 한 가지만 다루어도 됩니다. 그리고 나중에 지은 작품을 놓고도 ‘뒷그루’를 써 보아도 재미있으리라 생각해요.



정교하다(精巧-) : 1. 솜씨나 기술 따위가 정밀하고 교묘하다 2. 내용이나 구성 따위가 정확하고 치밀하다

정밀하다(精密-) : 아주 정교하고 치밀하여 빈틈이 없고 자세하다

치밀하다(緻密-) : 1. 자세하고 꼼꼼하다 ≒ 밀치하다(密緻-)·세치하다 2. 아주 곱고 촘촘하다

빈틈없다 : 1. 비어 있는 사이가 없다 2. 허술하거나 부족한 점이 없다

꼼꼼하다 : 빈틈이 없이 차분하고 조심스럽다



  ‘정교하다·정밀하다’는 돌림풀이입니다. 이러면서 ‘치밀하다’하고 맞물리는데, ‘치밀하다’는 ‘꼼꼼하다’로, ‘꼼꼼하다’는 ‘빈틈하다’로 맞물립니다. 뜻풀이나 쓰임새를 살피면 ‘정교하다·정밀하다’는 “→ 빈틈없다. 꼼꼼하다”로, ‘치밀하다’는 “→ 빈틈없다. 촘촘하다”로 다룰 만합니다.



솔 : 먼지나 때를 쓸어 떨어뜨리거나 풀칠 따위를 하는 데 쓰는 도구. 짐승의 털이나 합성수지, 가는 철사 따위를 묶어서 곧추세워 박고 그 끝을 가지런히 잘라서 만든다 ≒ 브러시·쇄모

브러시(brush) : 1. = 솔  2. [전기] 돌아가는 발전기나 전동기의 정류자에 닿아서 밖으로 전류를 끌어내거나 밖으로부터 전류를 끌어들이는 장치

쇄모(刷毛) : = 솔



 사전에 영어 ‘브러시’하고 한자말 ‘쇠모’를 실으면서 “= 솔”로 풀이합니다. 곰곰이 따지면 ‘브러시·쇄모’는 사전에서 덜 만합니다. 그냥 외국말이니까요. “→ 솔”로 다루지도 말고 털어내면 좋겠습니다.



단순하다(單純-) : 1.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다 2. 외곬으로 순진하고 어수룩하다

순진하다(純眞-) : 1. 마음이 꾸밈이 없고 순박하다 2. 세상 물정에 어두워 어수룩하다

어수룩하다 : 1. 겉모습이나 언행이 치밀하지 못하여 순진하고 어설픈 데가 있다 2. 제도나 규율에 의한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매우 느슨하다



  ‘단순하다’라는 한자말은 “2. 순진하고 어수룩하다”라는 뜻으로도 쓴다고 해요. 그런데 ‘순진하다’는 “2. 어수룩하다”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단순하다 2’ 풀이는 겹말풀이입니다. 더구나 ‘어수룩하다 1’를 “순진하고 어설프다”로 풀이하기에 세 낱말은 뒤죽박죽 돌림·겹말풀이입니다. ‘단순하다 2’하고 ‘순진하다 2’는 “→ 어수룩하다”로 다룰 노릇이고, ‘어수룩하다 1’ 뜻풀이를 제대로 손질해야겠습니다.



안력(眼力) : = 시력(視力)

목력(目力) : = 시력

시력(視力) : 물체의 존재나 형상을 인식하는 눈의 능력. 눈으로 두 광점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으로, 광도나 그 밖의 조건이 동일할 때, 시각 세포의 분포 밀도가 클수록 시력이 좋다 ≒ 눈·목력·시정도·안력·안세(眼勢)·안총

눈 : 2. = 시력(視力) 3. 사물을 보고 판단하는 힘



  무엇을 볼 적에 ‘시력’을 쓰고, 비슷하게 ‘안력·목력’이나 다른 한자말이 있다고 합니다만, 모두 쓸 일이 없지 싶어요. 더욱이 ‘눈’이라는 낱말이 “눈으로 보는 힘”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이 대목을 헤아린다면 ‘시력·안력·목력……’은 모두 “→ 눈. 눈힘”으로 다룰 만하고, ‘시력’을 뺀 다른 한자말은 사전에서 덜어내면 좋겠습니다.



건강하다(健康-) :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무 탈이 없고 튼튼하다

튼튼하다 : 1. 무르거나 느슨하지 아니하고 몹시 야무지고 굳세다 2. 사람의 몸이나 뼈, 이 따위가 단단하고 굳세거나, 병에 잘 걸리지 아니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3. 조직이나 기구 따위가 무너지거나 흔들리지 아니하는 상태에 있다 4. 사상이나 정신이 흔들리지 아니할 정도로 확실하고 굳은 상태에 있다



  ‘건강하다’라는 한자말은 ‘튼튼하다’를 뜻할 뿐이에요. 굳이 따로 풀이말을 붙이기보다 “→ 튼튼하다”로 다룰 만합니다. 그리고 ‘튼튼하다·든든하다·굳세다·굳다’는 비슷하면서 다른 낱말이니, ‘튼튼하다’ 뜻풀이에 아무렇게나 쓰지 말고, 제대로 갈라서 쓰도록 갈무리하면 좋겠습니다.



꽃가루받이 : [식물] = 수분

제꽃가루받이 : [식물] = 자가수분

딴꽃가루받이 : [식물] = 타가수분

수분(受粉) : [식물] 종자식물에서 수술의 화분(花粉)이 암술머리에 옮겨 붙는 일. 바람, 곤충, 새, 또는 사람의 손에 의해 이루어진다 ≒ 가루받이·꽃가루받이

자가수분(自家受粉) : [식물]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꽃의 꽃가루가 스스로 암술머리에 붙어 열매나 씨를 맺는 일. ‘제꽃가루받이’로 순화 ≒ 제꽃가루받이

타가수분(他家受粉) : [식물]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가진 꽃의 꽃가루가 곤충이나 바람, 물 따위의 매개에 의하여 열매나 씨를 맺는 일 ≒ 딴꽃가루받이



  ‘꽃가루받이’를 비롯해서 ‘제꽃가루받이·딴꽃가루받이’처럼 애써 한국말로 잘 지은 학문말이 있으나, 사전은 이를 제대로 못 다룹니다. ‘수분·자가수분·타가수분’을 “→ 가루받이. 꽃가루받이”, “→ 제꽃가루받이”, “→ 딴꽃가루받이”처럼 다루기를 바랍니다.



수정(受精) : [생물] 암수의 생식 세포가 하나로 합쳐져 접합자가 됨. 또는 그런 현상. 동물은 정자와 난자가 합쳐져 수정란을 이루고, 종자식물에서는 암술의 씨방 안의 난핵과 수술의 정핵이 결합하여 수정란을 만든다 ≒ 정받이

정받이(精-) : [생물] = 수정(受精)

씨받이 : 1. 동식물의 씨를 거두어 마련하는 일 2. 집안의 혈통을 이을 아이를 다른 여자가 대신 낳아 주는 일. 또는 그 여자

씨앗받이 : x



  학문말로 ‘수정·정받이’를 쓰면서, ‘씨받이’는 못 쓰는 얼거리입니다. ‘씨받이’라는 낱말이 오늘날 둘째 뜻 느낌이 더 짙어서 학문말로 쓰기 어렵다면 ‘씨앗받이’를 쓸 수 있어요. 또는 ‘풀씨받이’처럼 푸나무에 따로 쓰는 낱말을 지어 보아도 됩니다.



구태의연(舊態依然) : 조금도 변하거나 발전한 데 없이 예전 모습 그대로이다. ‘여전하다’로 순화

여전하다(如前-) : 전과 같다

예전 : 꽤 오래된 지난날

전(前) : 1. 막연한 과거의 어느 때를 가리키는 말 2. ‘이전’의 뜻을 나타내는 말 3. ‘앞’의 높임말



  ‘여전하다’라는 한자말로 고쳐쓰라는 ‘구태의연’인데, 뜻풀이를 살피면 ‘예전’이란 한국말을 써요. 곧 ‘여전하다’도 ‘예전’으로 손보아 “여전하다 → 예전 같다”로 다룰 만하고, ‘전(前)’도 “→ 예전. 앞”으로 다룰 수 있어요. ‘구태의연’은 “→ 예전대로이다. 낡다”로 다루어 봅니다. 2018.4.16.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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