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아프리카 창비시선 321
이제니 지음 / 창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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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7


《아마도 아프리카》

 이제니

 창비

 2001.10.15.



  아이들하고 한국 어딘가를 걸을 적에 아이들은 한국말 아닌 바깥말에 귀가 쫑긋합니다. 저 말은 어느 나라 말이냐고 묻습니다. 아이들하고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 어딘가를 걷다가 한국말로 얘기하는 소리가 들리면 고개를 돌려 어디에서 한국말 쓰는 사람이 있는지 찾으려 합니다.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 말이 잘 들리고, 다른 나라에서는 한국말이 잘 들릴까요? 익숙한 말이란 익숙한 삶이요, 안 익숙한 말이란 안 익숙한 삶일 수 있습니다. 말놀이를 한다면, 사람들이 익숙하게 쓰는 말을 살짝 꼬아서 덜 익숙하도록 하는 셈일는지 모릅니다. 거꾸로 안 익숙한 말을 마치 익숙한 말이라도 되는 듯 꾸미는 셈일는지 모르고요. 《아마도 아프리카》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놀이를 폅니다. 말놀이로도 시집 한 권이 되는구나 싶지만, 이 시집에 흐르는 말놀이는 저한테는 살짝 따분합니다. 제 삶으로 스미는 말을 느끼기는 어렵군요. 거꾸로 제가 시골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사전을 새로 쓰는 말놀이를 살짝 따분히 여길 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삶에 따라 다르게 읽을밖에 없으니까요. 서울냄새로 자욱한 시집에서 풀냄새를 찾으려 한 사람이 잘못입니다. ㅅㄴㄹ



분홍 설탕 코끼리는 발에 꼭 끼는 장화 때문에 늘 울고 다녔다. 발에 맞는 장화를 신었다 해도 울고 다녔을 테지. (분홍 설탕 코끼리/10쪽)


요롱이는 말한다. 나는 정말 요롱이가 되고 싶어요. 요롱요롱한 어투로 요롱요롱하게 단 한번도 내리지 않은 비처럼 비가 내린다. (요롱이는 말한다/20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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