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이 알지 않으려고



글을 쓸 적하고 안 쓸 적은 다르기 마련이다. 말을 할 적하고 안 할 적도 다르기 마련이다. “그렇게 배우면서 새롭게 하기로 합시다.” 하고 말할 적에 “알았어.” 하고 대꾸한다면 제대로 배우거나 새롭게 할 수 있을까? 제대로 배우거나 새롭게 할 마음이라면 “알았어.”가 아닌 “그래 이 일은 이렇게 하고, 저때에는 저렇게 하자.” 하고 낱낱이 짚는 말을 스스로 터뜨려야 한다. 우리 입에서 스스로 터져나오도록 북돋우는 말이 아니라면 우리 삶으로 스미지 못한다. 글쓰기도 이와 같으니, 여태까지 어렴풋하게 짚기만 하던 대목을 똑똑히 바라보고 똑똑히 알아서 똑똑히 삶으로 녹이려고 글을 남긴다. 말은 입을 거쳐 소리로 터뜨려서 마음에 남기는 이야기라면, 글은 손을 거쳐 눈으로 바라보고 빛내어 마음에 새기는 이야기라 할 만하다. ‘어렴풋이 알면 잊기 쉽고 잃기 좋더라’는 삶을 치러 보았기에, 앞으로는 ‘제대로 알도록 머리로 되새기고 손으로 가다듬어서 눈으로 지켜보고 마음으로 새기도록 글을 쓴다’고 할 만하다. 2018.7.26.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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