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7.20.


《승무》

조지훈 글, 정음문화사, 1984.3.10.



고등학교에 다닐 적에는 입시공부 때문에 처음 읽은 조지훈 님 시요, 그 뒤로는 1960년 민주혁명을 다룬 글을 배우려고 읽은 조지훈 님 산문이다. 이렇게 읽은 뒤 스무 해 가까이 잊고 살다가 시집 《승무》를 새삼스레 펴는데, 깜짝 놀란다. 어린이한테 읽히려고 쓴 글은 군더더기 하나 없을 뿐 아니라 살짝 사투리를 섞으면서 부드럽고 쉽게 혁명을 풀어내어 알려주셨네. 어른한테 읽히려고 쓴 글은 한자가 잦고 좀 딱딱하거나 어려운 말씨여서,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내놓는 글’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싶었지만, 한문을 잘 알거나 펴는 어른이 아이 앞에서는 어떤 말씨로 가다듬는가를 새삼스레 느낀다. 글결을 살피면 권정생 님도 어른이 읽도록 쓴 글은 한자말도 많고 좀 딱딱하다. 어린이한테는 한자말이나 영어를 섣불리 안 섞을 뿐 아니라, 사투리를 알맞게 넣어서 부드럽고 쉽게 쓰는 분들이 왜 어른한테는 이렇게 글을 못 쓰거나 안 쓸까? 어린이한테뿐 아니라 어른한테도 더할 나위 없이 쉽고 부드러우며 상냥하고 곱게 말넋을 가꾸고 말빛을 키우면 훨씬 아름답지 않을까? 나라밖에서 이런저런 문학상을 받는다고 하는 분이 쓴 글을 보면 도무지 어린이한테 못 읽힐 만하다고 느낀다. 나라밖 이웃에 앞서 이 나라 어린이를 볼 노릇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