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되다
“왜 냉장고에도 먼지가 생겨? 왜 날마다 쓸고닦지 않으면 먼지가 쌓여?” 아이들이 묻는다. 아이들이 묻는 말에 상냥히 웃으면서 대꾸한다. “너희가 날마다 쳐다보지 않으면 무너져. 몸이 무너지면서 먼지가 된단다. 자, 생각해 보렴, 너희가 날마다 들여다보고 만지는 것 가운데 먼지가 타거나 생기는 것이 있니?” “음, 음, 음, 없나?” “그렇지. 날마다 늘 쳐다보고 다루면 먼지 탈 틈이 없어. 우리가 늘 보니까. 그런데 우리가 늘 보지 않는 것, 가끔 보는 것, 스치듯 지나가는 것, 또 잊어버린 것이나 잃어버린 것은 우리 눈길을 받지 못해서 몸이 시나브로 무너지고, 이렇게 무너진 조각이 먼지라는 모습으로 우리 눈에 보이지. 그래서 우리는 집이나 살림이나 옷을 늘 손질한단다. 우리 손으로 지은 것이라면 모두 우리가 손수 돌봐 주어야 해. 우리 몸도 이와 같아. 우리가 우리 몸을 날마다 돌보고 잘 씻어 주면 깨끗하면서 튼튼하지.” 아이들하고 얘기를 하다가 문득 글쓰기가 떠오른다. 글도 먼지하고 똑같지 않을까? 늘 쓰지 않는다면, 날마다 꾸준히 지켜보고 바라보고 돌아보지 않는다면, 우리가 쓴 글은 먼지가 되리라. 지켜보아 주는 이웃이 있기에 우리가 쓴 글 하나는 오래오래 숨결을 잇는다. 지켜보아 주는 이웃이 없으면 누가 쓴 글이든 어느새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2018.7.15.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