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에 갇힌 말을 끌어낼 때

[오락가락 국어사전 18] 아리송한 올림말·풀이말



  우리 사전은 어느 모로 보면 무덤입니다. 말이 싱그러이 살아서 숨쉬는 너른마당이 아닌, 송장 같은 말이 가득한 무덤이에요. 우리 사전에 잔뜩 낀 죽음 기운을 걷어내야지 싶습니다. 아리송한 올림말을 치우고, 야릇한 풀이말은 정갈히 가다듬어야겠습니다.



태연자약(泰然自若) : 마음에 어떠한 충동을 받아도 움직임이 없이 천연스러움 ≒안연자약

천연스럽다(天然-) : = 천연덕스럽다

천연덕스럽다(天然-) : 1. 생긴 그대로 조금도 거짓이나 꾸밈이 없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있다 2. 시치미를 뚝 떼어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체하는 태도가 있다

자연스럽다(自然-) : 1. 억지로 꾸미지 않아 어색함이 없다 2. 무리가 없고 당연하다 3. 힘들이거나 애쓰지 않고 저절로 되다

꾸밈없다 : 가식이 없이 참되고 순수하다



  ‘태연자약’은 ‘천연스럽다’를 거쳐 ‘천연덕스럽다·자연스럽다’로 나아갑니다. 그런데 두 한자말은 돌림풀이가 되면서 ‘꾸밈없다’로 이어져요. ‘꾸밈없다’ 뜻풀이를 “꾸미지 않아 참되고 맑다”쯤으로 손질하고서 ‘태연자약·천연스럽다·천연덕스럽다’를 “→ 꾸밈없다”로 다룰 만합니다. ‘자연스럽다’는 “1. → 꾸밈없다 2. → 마땅하다 3. → 저절로”로 다룰 수 있습니다.



천도(遷都): 도읍을 옮김 ≒ 이도(移都)

도읍(都邑) : 1. = 서울 2. 그 나라의 수도를 정함 3. 조금 작은 도회지

서울 : 1. 한 나라의 중앙 정부가 있는 곳 ≒ 경궐(京闕)·경도(京都)·경락(京洛)·경련(京輦)·경부(京府)·경사(京師)·경읍(京邑)·경조(京兆)·도부(都府)·도읍(都邑) 2. [지명] 한반도의 중심부에 있는 도시



  ‘도읍’을 옮긴대서 ‘천도’라 한다지만, ‘도읍 = 서울’이니, “서울을 옮김”으로 ‘천도’ 뜻풀이를 고칠 만한데, ‘천도 → 서울 옮기기’처럼 다루어도 됩니다. 그리고 ‘서울’이라는 낱말에 잔뜩 붙인 비슷한말이라는 한자말은 모두 털어내어도 됩니다.



경직(硬直) : 1. 몸 따위가 굳어서 뻣뻣하게 됨. ‘굳음’으로 순화 2. 사고방식, 태도, 분위기 따위가 부드럽지 못하여 융통성이 없고 엄격하게 됨 3. [의학] 근육이 수축하여 굳어지는 일

굳다 : 1. 무른 물질이 단단하게 되다 2. 근육이나 뼈마디가 뻣뻣하게 되다 3. 표정이나 태도 따위가 부드럽지 못하고 딱딱하여지다

뻣뻣하다 : 1. 물체가 굳고 꿋꿋하다 2. 풀기가 아주 세거나 팽팽하다 3. 태도나 성격이 아주 억세다



  ‘굳음’으로 고쳐쓸 ‘경직’이니 다른 뜻풀이를 더 붙이지 말고 “→ 굳다. 뻣뻣하다”로 다루면 됩니다. 그리고 ‘굳다·뻣뻣하다’가 돌림풀이로 나오니, 두 낱말을 제대로 갈라서 풀이를 다루어야겠습니다.



초근목피(草根木皮) : 풀뿌리와 나무껍질이라는 뜻으로, 맛이나 영양 가치가 없는 거친 음식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초근(草根) : = 풀뿌리

목피(木皮) : = 나무껍질

풀뿌리 : 풀의 뿌리 ≒ 초근(草根)

나무껍질 : 나무의 껍질 ≒ 목피

거친밥 : x

막밥 : x



  ‘초근 + 목피’로 엮은 한자말은 “거친 밥”을 가리킨다지요. 그렇다면 ‘거친밥·막밥’ 같은 낱말을 새롭게 지어서 써 볼 만합니다. ‘초근’하고 ‘목피’는 사전에서 덜어도 되고요. ‘풀뿌리·나무껍질’ 뜻풀이는 “풀에 돋은 뿌리”하고 “나무에 있는 껍질”처럼 풀이말을 손질하면서 ‘-의’를 덜면 좋겠습니다.



맞춤법(-法) : [언어] 1. 어떤 문자로써 한 언어를 표기하는 규칙. 또는 단어별로 굳어진 표기 관습 ≒ 정서법·정자법·철자법 2. = 한글 맞춤법

정서법(正書法) : [언어] = 맞춤법

정자법(正字法) : [언어] = 맞춤법

철자법(綴字法) : [언어] = 맞춤법



  ‘맞춤법’ 한 마디이면 넉넉합니다. ‘정서법·정자법·철자법’은 모두 사전에서 털어도 됩니다. 비슷한말로도 붙일 까닭이 없어요. 알맞고 쉽게 잘 지은 낱말이 있으면, 낡거나 딱딱한 말은 털어낼 수 있도록 사전을 추슬러야겠습니다.



괴상망측(怪常罔測) : 말할 수 없이 괴이하고 이상하다

괴이하다(怪異-) : = 이상야릇하다

이상하다(異常-) : 1. 정상적인 상태와 다르다 2.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지식과는 달리 별나거나 색다르다 3. 의심스럽거나 알 수 없는 데가 있다

망측하다(罔測-) : 정상적인 상태에서 어그러져 어이가 없거나 차마 보기가 어렵다

이상야릇하다(異常-) : 정상적이지 않고 별나며 괴상하다 ≒ 괴괴하다·괴이하다·괴하다·궤괴하다·면요하다

괴상하다(怪常-) : 보통과 달리 괴이하고 이상하다

야릇하다 :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이 묘하고 이상하다



  ‘괴상망측’ 같은 한자말을 살피면 ‘괴이·이상·괴상·망측’을 거쳐 ‘야릇하다’로 오지만, ‘야릇하다’도 ‘이상하다’로 풀이하고, ‘이상야릇하다’ 같은 말까지 씁니다. 매우 어지럽습니다. ‘야릇하다’를 알맞게 쓰도록 이끌면 되고, ‘아리송하다·알쏭하다’를 쓰도록 이끌 수 있습니다.



교언영색(巧言令色) : 아첨하는 말과 알랑거리는 태도

아첨하다(阿諂-) : 남의 환심을 사거나 잘 보이려고 알랑거리다 ≒ 미열하다·미첨하다·아미하다·아유하다·아종하다·첨유하다·첨하다

알랑거리다 : 남의 비위를 맞추거나 환심을 사려고 다랍게 자꾸 아첨을 떨다 ≒ 알랑대다

알랑방귀 : 교묘한 말과 그럴듯한 행동으로 남의 비위를 맞추는 짓을 속되게 이르는 말



  ‘알랑거리다’가 있고, ‘알랑방귀’도 있어요. 이 낱말을 헤아릴 수 있다면 ‘교언영색’은 “→ 알랑말. 알랑거리다. 알랑방귀”로 다룰 만합니다. ‘아첨하다’는 “→ 알랑거리다”로 다루면 되어요. ‘아첨’에 붙은 갖은 비슷한말은 모두 털어낼 노릇입니다.



야근(夜勤) : 퇴근 시간이 지나 밤늦게까지 하는 근무. ‘밤일’로 순화

밤일 : 1. 밤에 하는 일 ≒ 야간작업·야공(夜工)·야업(夜業) 2. ‘성교(性交)’를 완곡하게 이르는 말

밤샘 : 잠을 자지 않고 밤을 보냄 ≒ 철소·철야·철효·통소

밤샘일 : x



  ‘밤일’로 고쳐쓸 ‘야근’이라면 고쳐쓸 노릇이면서 뜻풀이도 지울 노릇입니다. 그런데 ‘밤일’을 살피니 ‘야간작업·야공·야업’ 같은 비슷한말을 붙이네요. 이런 한자말은 모두 사전에서 털어낼 노릇입니다. ‘밤샘’에 붙은 ‘철소·철야·철효·통소’도 모두 털어낼 수 있습니다. ‘밤일·밤샘’을 알맞게 쓰도록 이끌면서 ‘밤샘일’도 새롭게 쓰도록 이끌 수 있습니다.



무덤 : 송장이나 유골을 땅에 묻어 놓은 곳. 흙으로 둥글게 쌓아 올리기도 하고 돌로 평평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대개 묘석을 세워 누구의 것인지 표시한다 ≒ 구묘(丘墓)·구분·구총(丘塚)·만년유택·묘지(墓地)·분묘(墳墓)·분영(墳塋)·유택(幽宅)·총묘(塚墓)

뫼 : 사람의 무덤 ≒ 묘(墓)·탑파(塔婆)

묘(墓) : = 뫼

묘지(墓地) : 1. = 무덤 2. 무덤이 있는 땅. 또는 무덤을 만들기 위해 국가의 허가를 받은 구역 ≒ 총지(塚地)



  ‘무덤’하고 ‘뫼’라는 낱말이 있으니 ‘묘·묘지’는 “→뫼. 무덤”으로 다루면 됩니다. 그런데 ‘구묘·구분·구총·만년유택·분묘·분영·유택·총묘’에다가 ‘탑파’까지 갖가지 비슷한 한자말을 잔뜩 실었군요. 이런 한자말을 굳이 써야 할까요? 모두 털어낼 노릇이지 싶습니다.



화(火) :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

성 : 노엽거나 언짢게 여겨 일어나는 불쾌한 감정

노엽다(怒-) : 화가 날 만큼 분하고 섭섭하다

노하다(怒-) : ‘화내다’ 또는 ‘화나다’를 점잖게 이르는 말



  ‘화’를 ‘성’으로 풀이하고 ‘성’은 ‘노(노엽다)’로 풀이하는데, ‘노엽다’난 ‘화’로 돌아갑니다. ‘화·노(노엽다·노하다)’는 “→ 성. 골. 부아”로 다룰 만합니다. 이러면서 ‘성·골(골부림)·부아’를 제대로 풀이해서 결이 다른 대목을 밝혀야지 싶어요. 2018.4.8.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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