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57
남말
‘남말’은 사전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남 말 할 일이 아니다”라든지 “남 말하고 앉았네”처럼 띄어서 써야 맞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 봅니다. ‘남말’을 새말로 삼어서 “남하고 얽힌 말”을 뜻하는 자리에 쓸 만합니다. ‘남말하다’를 써도 좋지요.
‘남’이라는 낱말을 놓고 ‘남남’하고 ‘남부럽다’이 사전에 있는데, 이밖에 얼마든지 새롭게 말줄기를 뻗을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남남하다’입니다. 허물없이 아주 가까운 사이에는 ‘너나들이(너 + 나 + 들이)’라 하는데, 가까이 있어도 등을 돌리며 지낸다면 “둘은 남남하는 사이입니다”라 할 만하고, 줄여서 ‘남남사이’라고도 할 만하지요.
남을 부럽게 여기는 마음이 ‘남부럽다’라면 남을 좋게 하는 일은 ‘남좋다’입니다. “남좋은 일을 하다”처럼 쓸 만해요. 이와 맞물려 ‘나좋다’를 “나좋은 일을 할 생각이에요”처럼 써도 어울립니다.
내 일이 아니면 “남 일”일 텐데, ‘남일’을 “남일은 쳐다보지 말자”처럼 쓸 수 있어요. 이 얼거리로 ‘이웃일’을 “이웃일에 마음을 쓰다”처럼 쓰고요. 그리고 다른 나라를 ‘남나라’라든지, 다른 집을 ‘남집’이라든지, 다른 마을을 ‘남마을’이라 해 보면 어떠할까요. 내 돈이 아니기에 ‘남돈’, 내 길이 아니기에 ‘남길’, 내 뜻이 아니기에 ‘남뜻’입니다. 이런 말하고 맞물려 ‘제일·제나라·제집·제돈·제길·제뜻’이라 하면 재미있게 맞습니다. 이 가운데 ‘제집’은 사전에 오른 낱말이기도 합니다.
말이란 남이 지어 주지 않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지어서 씁니다. 스스로 쓸모를 찾으면서 알맞게 짓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남말보다 제말에 마음을 기울일 줄 안다면, 언제나 새로우며 즐겁고 알맞게 사랑스러운 말을 빚을 만해요. 남눈치를 안 보고 제넋을 읽는다면, 남눈에 매이지 말고 제눈으로 본다면, 남말 아닌 제말을 야물게 다스릴 수 있습니다. 2018.5.9.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