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56


 막말


  사전에 ‘막말’이 나옵니다. ‘언어폭력’도 나옵니다. 오늘날 삶터에서는 으레 ‘언어폭력’ 같은 한자말을 쓰는데, 이런 한자말을 쓰더라도 말뜻을 찬찬히 짚는 분은 좀 드물지 싶습니다. “말로 주먹질을 한다”가 어떤 결인가를 헤아리는 분도 퍽 적지 싶어요.


  ‘막말’이란 마구 하는 말입니다. 마구 하는 말이란 앞뒤를 가리거나 재거나 살피지 않고 하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막말’이란 생각 없이 하는 말입니다. 생각할 줄 모르는 마음으로 하는 말이지요.


  생각 없이 말하거나 생각할 줄 모르는 마음으로 말하면 어떤 말이 흐를까요? 바로 ‘아무것도 모르는 채 하는 말’이거나 ‘슬기롭게 바라보지 못하는 말’이기 일쑤입니다. ‘막말’이란 모르면서 하는 말이요, 어리석게 하는 말인 셈입니다.


  참말로 그렇습니다. 말을 막 하는 사람은 하나도 모르기 일쑤요, 잘 모르기 마련이며, 잘못 알거나 엉뚱하게 짚곤 합니다. 제대로 속을 들여다보면서 헤아린다면 함부로 말하지 않습니다. 찬찬히 참모습을 읽으면서 바탕을 짚는다면 섣불리 말하지 않습니다. 슬기롭게 삶을 읽고 삶을 지으려는 마음이라면 아무 말이나 줄줄이 늘어놓지 않아요.


  우리는 말 한 마디를 할 적에 늘 생각해야 합니다. 더 많이 말해야 하지 않습니다.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넓게 헤아려서 말해야 합니다. 우리한테는 더 많은 낱말이 있어야 하지 않아요. 우리는 더 많은 낱말을 익히거나 외워야 하지 않습니다. 고작 쉰이나 오백 낱말만 엮어서 말을 하더라도 깊고 넓고 차분하고 슬기롭게 생각하는 마음으로 말할 줄 알아야 합니다.


  슬기롭게 ‘슬기말’을 하고, 사랑스럽게 ‘사랑말’을 합니다. 살림을 가꾸는 ‘살림말’이나 삶을 짓는 든든한 ‘삶말’을 합니다. 이제 우리는 한자말이나 영어나 토박이말 같은 겉모습 아닌, 속넋을 환히 밝히는 참말을 하는 길을 가야지 싶습니다. 2018.4.2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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