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혀서 빈부차별 사라질까
어느 기자 이웃님이 얘기합니다. 푸름이한테 교복을 입히면 ‘더 비싼 상표를 입지 못하도록 막는 구실’을 해서, 푸름이 사이에서 ‘빈부차별을 줄이도록 할’ 수 있다고요. 이 말을 들으며 빙긋 웃고 대꾸했습니다. “그러면 신은요? 가방은요? 속옷은요? 가난한 집 아이는 교복 한 벌을 빠듯하게 장만할 텐데, 잘사는 집 아이는 여러 벌 장만해서 돌려입겠지요. 그래도 교복이 빈부차별을 줄이도록 하나요? 가난한 집 아이는 오히려 교복 장만하는 값 때문에 더 힘들지 않을까요?” 이렇게 되묻는 말에 기자 이웃님은 달리 대꾸를 하지 못하십니다. 마땅한 노릇이겠지요. 푸름이한테 교복을 입힌들 빈부차별이 겉으로 안 드러나게 막지 못합니다. 겉차림으로 눈가림을 하는 길이 아닌, 어떤 옷을 입든 서로 아낄 줄 아는 마음과 눈길이 되도록 참살림을 가르치고 배워야지요. 더 비싼 옷을 입는 대서 멋지지 않은 줄, 더 값싼 옷을 입는 대서 안 멋지지 않은 줄, 어버이랑 어른 누구나 푸름이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을 슬기롭게 세우도록 이끌 노릇입니다. 옷차림이라는 겉모습에 휘둘리지 않는 튼튼하고 고운 마음으로 피어나도록 함께 배울 노릇이라고 여겨요. 무엇보다 옷을 돈을 치러서 사는 길을 찬찬히 줄이고, 푸름이 스스로 실을 얻고 천을 마름해서 뜨개질이나 바느질로 옷을 짓도록 가르치고 이끌어서 ‘옷살림이란 무엇인가?’를 나누어야지 싶어요. 가난한 마을에 도서관을 세울 적에도 잘 생각해야 합니다. 건물을 더 번듯하게 짓는다거나 책을 더 많이 갖추어야 하지 않습니다. 낡은 집을 손질한 자그마한 도서관도 좋아요. 우리가 살필 곳이라면 ‘마음을 슬기롭게 가꾸는 길에 동무가 되는 책’을 제대로 가리는 책살림입니다. 아무 책이나 권수만 늘려서는 안 됩니다. 돈이나 겉모습을 부러워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책이라면 아예 치워 버려도 됩니다. 스스로 일어서고 스스로 배우며 스스로 짓는 길을 즐거이 나누도록 북돋우는 어여쁜 벗님 같은 책을 차근차근 장만해서 갖추면 됩니다. 이러한 책을 어른하고 푸름이가 함께 읽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도서관을 열 노릇입니다. 2018.7.8.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