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 2018.6.28.)

 ―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배움길을 떠나는 아침에 불쑥 한 가지 생각이 들어, 짐을 꾸리다 말고 국가인권위원회 누리집에 들어가서 진정서를 하나 씁니다. 7월 18일에 전남 보성고등학교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바탕으로 이야기꽃을 펴기로 했는데, 지난 6월 14일에 이 일이 갑자기 없던 말이 되었습니다. 보성고등학교 쪽에서는 제 옷차림을 꼬투리 잡아서 ‘민소매 반바지’ 차림으로는 강사로 올 수 없다며 손사래쳤어요. 보름쯤 앞서는 다른 일로 바쁘기도 해서 그러려니 잊고 지나쳤지만 잊히지는 않았고, 오늘 아침에 ‘그대로 넘어가지 말자’는 생각이 굳게 들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는 500글씨만 쓸 수 있어서 간추려서 진정서를 적었습니다만, 누리집에는 처음에 써 둔 글을 모두 걸쳐놓으려고 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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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서 이름 : 강사는 민소매 반바지 차림이면 안 되는가?


반갑습니다. 저는 국어사전 집필을 하는 최종규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2001년∼2003년에는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 일을 했고, 2003∼2006년에는 돌아가신 이오덕 어른 유고를 정리하는 일을 했으며, 2016년에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2017년에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을, 요즈음 《읽는 우리말 사전 1·2·3》을 써냈으며, 새로운 국어사전을 한창 씁니다. 이러한 일을 하면서 틈틈이 강의를 나가곤 합니다. 한국에서 사전을 집필하면서 한국말을 새롭게 살찌우거나 가꾸는 길을 걷는 분이 매우 드물어,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분들이 있고, 국어사전 집필을 시골(전남 고흥)에서 두 아이를 돌보면서 하기에, 어떻게 아이를 도맡아 돌보면서 시골살림을 지으면서 한국말 가꾸는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분한테 이야기를 들려주곤 합니다.


저는 1998년부터 ‘한국말과 국어사전 이야기를 들려주는 강사’ 노릇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스무 해 동안 여러 기관이나 학교나 도서관에 강의를 다니면서 한 번도 듣거나 항의를 받은 적이 없는 옷차림을 놓고서, 2018년 6월 14일에 전남 보성고등학교 쪽에서 갑작스레 ‘강연 일정 취소’ 연락을 했습니다.


보성고등학교에서 강연 일정을 계획한 담당교사는 저한테 “나시에 반바지 입고 오시지 마시고 티셔츠에 청바지 입고 오세요”라고 손전화 쪽글을 남기면서 강사 옷차림을 ‘지정’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때껏 여름철에 기관이나 학교나 도서관에서도 민소매(나시)에 반바지 차림으로 강의를 나갔어도 누구 하나 무어라 따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강연이란 이야기를 듣고 헤아리면서 즐겁게 생각을 북돋우는 자리이지, 강사자 얼굴을 보거나 옷차림을 쳐다보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보성고등학교 쪽에서는 “보성고 인문학콘서트 학생 학부모 교사 등 200여 명이 참석하는데 뒷감당이 무서워서 추진할 수가 없네요.”라고 손전화 쪽글을 더 보내었습니다. 민소매에 반바지 차림으로 하는 강의가 ‘단정하지 않을’ 까닭이 없으며, 이와 같은 옷차림은 개인 취향일 뿐 아니라 인권이고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민소매에 반바지 차림인 강사는 강의를 할 수 없다면서 갑자기 강연 일정을 취소한 보성고등학교는 개인 자유와 인권을 침해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바로잡아 주시기를 바라며, 앞으로 강사 옷차림을 놓고 ‘양복이어야 한다거나 긴바지에 긴소매여야 한다는 규정이 없도록 조치를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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