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기 싫으면 말더라도



  어느새 서른 해 가까이 글손질을 하면서 산다. 글쓰기를 하면 마땅히 뒤따르는 일이 글손질이다. 글을 써서 바로 끝내는 일이란 없다. 늘 손질한다. 마치 밥을 먹고 나면 늘 설거지를 하는 살림하고 같다. 즐겁게 먹고서 일하거나 논 뒤에는 똥오줌을 누어 몸을 비우는 삶하고도 같다. 글을 썼으면 누가 ‘읽는다’고 으레 말하지만, ‘쓰기·읽기’뿐 아니라 ‘쓰기·손질’이 늘 맞물려 흐른다고 본다. 우리는 누구나 하느님이라 하더라도, 내가 쓴 글이 ‘하느님 글이니까 아무도 손질하면 안 돼!’ 하고 여기지 않아야 즐겁다. 자, 생각해 보라. 우리는 누구나 하느님이니까, 참말로 우리는 모두 하느님이니까 ‘내가 쓴 이 멋진 하느님 글을 이웃 하느님이 짚어 주는 대로 새롭게 바라보면서 손질할 적에 더없이 아름다이 피어나’기 마련이다. 글쓰기를 마치고서 글손질을 하기 싫다면, 누가 글손질을 해 줄 적에 싫으면 손사래를 치더라도 생각해 보기를 빈다. 그대가 글쓰기를 하는 까닭은 그대 글이 빈틈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대 글이 빈틈있기 때문인 줄을. 빈틈이 있으니 즐겁게 쓰고, 즐겁게 쓴 뒤에는 즐겁게 배워서 손질을 한다. 2018.6.21.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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