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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꼬리투구새우가 궁금해?
변영호 지음 / 자연과생태 / 2018년 6월
평점 :
숲책 읽기 141
3억 5천만 해를 살아온 작은 이웃
― 긴꼬리투구새우가 궁금해?
변영호
자연과생태, 2018.6.4.
투구새우 화석은 3억 5000만 년 전 고생대 석탄기 독일 지층에서 처음 나왔고 그 뒤 중생대 백악기 지층에서도 나왔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생김새가 같습니다. (10쪽)
《긴꼬리투구새우가 궁금해?》(변영호, 자연과생태, 2018)라는 책을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긴꼬리투구새우’라는 이름은 이 책을 읽으며 처음 들었습니다. 지구별에 몇 없는 화석생물이라고 하는군요.
긴꼬리투구새우라는 작은 이웃은 언제쯤 알려졌을까요? 이 작은 이웃을 눈여겨본 사람들은 3억 5000만이라는 해를 가로지르는 동안 생김새가 똑같은 민물새우를 바라보면서 무엇을 느꼈을까요?
3500만 해 동안 똑같은 생김새라고 해도 놀랍다 할 만하고, 350만 해 동안 똑같은 생김새라고 해도 놀랍다 할 만합니다. 참말로 이 기나긴 해에 걸쳐 지구별 온갖 목숨붙이는 저마다 생김새가 바뀌었습니다. 사람을 놓고 보아도 꾸준히 조금씩 거듭났습니다. 사람이 오늘날 같은 생김새로 살기까지 여러 모습을 거쳤다지요.
그런데 우리 몸을 놓고 보면, 1900년대 첫무렵 한겨레 모습하고 2000년대 한겨레 모습조차 사뭇 다릅니다. 우리는 지난 백 해에 걸쳐 몸이며 살결이며 키이며 제법 달라졌어요. 우리는 사람몸이 3억 5천만 해를 지나면서 하나도 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긴꼬리투구새우가 발생하는 시기는 모내기철입니다. 남부 지방에서는 5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보이고, 이모작으로 모내기가 늦을 때는 7월 하순까지 보입니다. (38쪽)
전혀 다른 쪽에서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긴꼬리투구새우가 갑자기 많아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눈여겨보니 눈에 많이 띄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 사실 긴꼬리투구새우는 옛날부터 우리 논에서 살아온 생물입니다. 어쩌면 그간 우리가 관심 갖지 않았기에 보이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48쪽)
한국에서는 2000년대 뒤부터 비로소 긴꼬리투구새우를 눈여겨보았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이 같은 작은 민물새우가 있는 줄 느끼거나 알아차리거나 눈여겨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긴꼬리투구새우가 논이나 둠벙에서 어떤 구실을 하는지, 긴꼬리투구새우를 비롯한 작은 목숨이 우리 삶터에서 어떤 이웃으로 지내는지는 앞으로 차근차근 더 살펴야 한다고 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쉽게 헤아릴 만하지 싶어요. 오랜 나날 우리 곁에서 조용히 이웃으로 지내온 작은 목숨이 있기에, 이보다 큰 이웃목숨이 있습니다. 이보다 큰 이웃목숨이 있어, 이보다 큰 이웃목숨이 있고요. 흔히 먹이사슬이라 일컫지만, 먹이사슬이기보다는 이웃숲 또는 숲이웃이라 할 만하다고 봅니다. 숱한 작은 이웃이 있어 논이 한결 푸르고 들이 한결 싱그러우며 마을이 한결 아름다워요.
긴꼬리투구새우 몸은 매우 복잡한 구조여서 목숨을 걸고 탈피합니다. 탈피는 물 흐름이 없고 오염되지 않은 논에서 이루어집니다. 부화한 유생은 1일 간격으로 탈피하고 자랄수록 탈피하는 간격이 뜸해집니다. 한 달 사이에 15번 이상 새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72쪽)
《긴꼬리투구새우가 궁금해?》는 이제까지 긴꼬리투구새우를 살피면서 밝히거나 알아낸 이야기를 조곤조곤 다룹니다. 이름에 ‘새우’라는 말이 붙었기에 여느 새우하고 어떻게 다른가라든지, 이 작은 새우에는 눈이나 코나 입이 어떻게 생겼는지, 지구별에 몇 갈래나 있는지, 한국에서 처음 눈에 뜨인 때라든지, 어디에서 볼 수 있고, 어떻게 알아보는지, 왜 논에만 살고, 보호종인지 아닌지, 기나긴 나날을 똑같은 생김새로 살아온 수수께끼라든지, 알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낳고 어떻게 깨어나는지, 긴꼬리투구새우가 좋아하는 논이 따로 있는지 같은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한국에서 연구 논문은 1992년에 처음 나왔다 하고, 1991년에 삼천포에서 처음 보았다 하는데, 2001년에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이 되었고, 2007년에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복원 사업을 했으며, 2012년에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에서 풀렸다고 합니다.
논에서 긴꼬리투구새우를 찾고 싶다면 동글동글 퍼지는 작은 물결을 눈여겨보라고 합니다. 동그라미로 퍼지는 작은 물결이 있다면 바로 그곳에 긴꼬리투구새우가 있을 만하다고 하는군요.
긴꼬리투구새우는 논에서 다양한 자세로 헤엄을 치며 특히 배영을 자주 합니다 … 배영은 먹이 활동과 관련이 있습니다. 써레질과 모내기를 끝낸 논에는 긴꼬리투구새우 먹이인 유기물, 수초 등이 많이 떠 있습니다. 그래서 먹이를 더욱 먹기 쉽도록 몸을 뒤집어서 헤엄칩니다. 또한 막 탈피를 끝내고서 쉴 때도 누워서 헤엄칩니다. (89쪽)
《긴꼬리투구새우가 궁금해?》를 쓴 분도 말씀하지만, 우리는 1990년대에 이르도록 이 작은 논이웃을 눈여겨보지 않았다고 할 만합니다. 그무렵까지 온통 기계화·도시화·현대화를 바라보며 달렸어요. 논에 어떻게 하면 농약을 더 쳐서 더 많이 거두느냐에만 매달렸습니다. 제비도 거미도 개구리도 메뚜기도 눈여겨보지 않았어요. 이동안 긴꼬리투구새우는 모진 터전을 견디어 냈다고 할 텐데, 3억 5천만 해에 이르는 나날 가운데 어쩌면 바로 이때가 긴꼬리투구새우한테 가장 힘들었을는지 몰라요.
긴꼬리투구새우는 살아갈 터전이 안 좋다면 알에서 안 깨어난 채 고이 잠들면서 기다린다고 합니다. 알인 채 열 몇 해를 거뜬히 버틴다고 해요. 어쩌면 열 해뿐 아니라 스무 해나 서른 해를 거뜬히 버틸는지 모릅니다.
긴꼬리투구새우는 우리가 수수하면서 아늑한 들살림이 되기를 기다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계 움직이는 소리만 흐르는 들이 아닌, 농약바람만 춤추는 시골이 아닌, 흙지기가 흥얼흥얼 부르는 노랫소리가 흐르는 들이 되고, 아이들이 논둑이며 논물에서 신나게 놀 수 있는 시골을 기다릴는지 몰라요. 참말로 이 작은 새우를 비롯해 맹꽁이도 지렁이도 꿩도 다슬기도 개똥벌레도 아이들한테 반가운 동무입니다. 씩씩하게 뛰노는 아이하고 즐거이 일노래를 부르는 어른을 바라면서, 또 지켜보면서, 그 기나긴 나날을 우리 곁에서 살아왔을 수 있습니다. 2018.6.18.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숲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