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48


 이가 다치다


  아침저녁으로 이를 닦습니다. 밥을 아침하고 저녁에 두 끼니 먹기에 이때에 이를 닦아요. 이를 닦는 일을 ‘이닦기’라고 말하고, 아이들한테 “이를 닦자”나 “‘이닦이’ 하자” 하고 말해요. 문득 사전을 살피니 ‘이닦기·이닦다’는 없습니다. ‘양치(養齒)’만 싣습니다.


  한국말은 ‘이·이빨’인데, 사전을 더 살피면 ‘이빨’을 “‘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로 다루고, ‘치아(齒牙)’를 “‘이’를 점잖게 이르는 말”로 다룹니다. 엉뚱합니다. 어떻게 한국말은 낮춤말이요 한자말은 높임말일까요?


  그러고 보니 이를 다스리는 병원은 “이 병원”이 아닌 ‘치과’일 뿐입니다. 의사는 “치아 건강”을 말합니다. “치아가 손상될 수 있으니”라든지 “치아 미백이 가능할까”처럼 말하지요.


  의사 가운데 “이 튼튼”이나 “이가 다칠 수 있으니”나 “이를 하얗게 할 수 있을까”처럼 말하는 분은 얼마나 될까요? 아이도 어른도 치과라는 곳을 드나들면서 차츰 ‘이·이빨’을 잊거나 멀리하면서 ‘치아’만 써 버릇할 수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이빨’은 짐승한테만 쓰는 말이라고 잘못 여길 수 있어요.


  ‘이빨’은 무엇일까요? ‘이빨’은 ‘이’를 세게 나타나는 낱말입니다. 그리고 ‘머릿니’하고 가려서 쓰는 말이기도 해요. 한국말에서 ‘이’는 여러 자리에 써요. 머릿니도 있지만, 사람을 가리키며 ‘이(이이·저이·그이)’라 하고, 어느 곳을 가리키는 ‘이(이곳·저곳·그곳)’이라 하지요. 여러 이는 ‘머릿니’나 ‘이이’나 ‘이곳’처럼 앞말이나 뒷말이 붙듯, 밥을 먹는 뼈인 ‘이’도 뒷말을 붙여 ‘이빨’일 뿐이에요.


  말을 말답게 쓰는 길이란 말하고 얽힌 삶을 삶 그대로 바라보는 눈길입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할 적에는 있는 그대로 말하지 못합니다. 찬찬히 못 보면 찬찬히 말을 못하고, 슬기로이 살피지 않으면 슬기로이 말하지 못해요. 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이 튼튼 몸 튼튼 마음 튼튼 늘 꿈을 꾸자!” 하고요. 2018.4.1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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