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 어떻게 시작할까 스토리닷 글쓰기 공작소 시리즈 2
이정하 지음 / 스토리닷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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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209


글쓰기를 넘어 ‘책쓰기’로 함께 가요
― 책쓰기 어떻게 시작할까
 이정하
 스토리닷, 2018.4.15.


책은 독자가 책값을 치르고 보는 상품이다. 작가 자신만 읽고 좋으면 그만인 작품이 아닌 까닭에 책은 많은 이들에게 읽힐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내가 책을 쓰면 어떻게,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책을 알리고, 판매까지 이루게 할 것인가.’는 출판사만의 고민이 아니어야 한다. (27∼28쪽)


  ‘글쓰기’라는 낱말이 사전에 오른 지 스무 해가 채 안 됩니다. 스무 해쯤 앞서는 ‘글 쓰기’처럼 띄어서 써야 했습니다만, 이오덕 님을 비롯한 뜻있는 이들이 꿋꿋하게 ‘글쓰기’로 붙여서 썼기에 어느새 한 낱말로 굳으며 퍼졌어요.

  예전에는 ‘글짓기’라는 낱말을 으레 썼는데, ‘글짓기’가 한 낱말이 된 지는 쉰 해가 채 안 됩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을 거쳐 ‘작문(作文)’이란 한자말이 들어왔고, 해방 뒤에야 이를 ‘글짓기’로 손질해서 쓸 수 있었어요.

  그러면 옛날에는 어떤 말을 썼을까요? ‘글지이’입니다. ‘글지이’는 “글을 짓는 사람”하고 “글을 짓는 일”을 아울렀어요. 먼 옛날에는, 밥이나 옷을 짓듯 글도 마땅히 ‘짓는다’고 여겼습니다.

  이제 오늘 이곳에서 글을 놓고 돌아보면, 글을 쓰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달삯 받는 기자가 아니어도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따로 글쓴이나 지은이 이름이 없더라고 책을 쓸 수 있습니다. 아직 ‘책 쓰기’처럼 띄어서 써야 한다고 여길 테지만, 머잖아 ‘책쓰기’라는 낱말도 사전에 오르리라 봅니다.


나는 혼자 책을 쓰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수천, 수만 명이 될 수도 있다. 잘하면 우리나라 사람은 물론이고 해외 사람들도 이 책을 읽는다고 할 때 정성을 들여 쓴 원고와 그렇지 않은 원고는 단박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50쪽)

정작 사람들이 책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책 쓸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기 때문이다. (70쪽)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어쩌면 어떤 정보나 사실을 알기보다는 ‘저 사람(작가)은 어떤 사람일까?’ ‘그가 쓴 책은 어떤 책일까?’ 하고 궁금해서 책을 읽는 것인지도 모른다. (103쪽)


  《책쓰기 어떻게 시작할까》(이정하, 스토리닷, 2018)를 읽으면서 글하고 책이 걸어온 길을 가만히 돌아봅니다. 한국말사전에 ‘글짓기’조차 오르지 않던 무렵에는 글은 아무나 지을 수 없다고 여겼어요. 학교에서 반공 글짓기를 억지로 시키던 때에 아이들이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하도록 북돋우는 교사가 하나둘 늘면서 ‘글쓰기’를 가르칠 무렵에도 글은 누구나 쓰기 어렵다고 여겼습니다.

  ‘글쓰기’가 차츰 퍼지면서 ‘글쓴이’라는 낱말도 사전에 오릅니다. 예전에는 ‘지은이’조차 사전에 없었고, ‘저자(著者)·필자(筆者)·작자(作者)·작가(作家)’ 같은 한자말만 사전에 있었어요. 이런 한자말만 사전에 오르던 무렵에는 참말, ‘글은 아무나 못 쓴다’는, ‘전문가만 글을 쓴다’는 생각이 감돌았어요. 쉽고 수수한 한국말인 ‘글짓기·지은이·글쓰기·글쓴이’가 하나씩 사전에 천천히 오르는 사이, 누구나 삶을 글로 담아내는 물결이 일었고, 이제는 누구나 삶을 책으로 여미는 터전이 생깁니다.

  《책쓰기 어떻게 시작할까》는 누구나 글을 쓰고 책을 여밀 수 있는 오늘날, 책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엮으며, 어떻게 내고, 어떻게 팔고, 어떻게 알리며, 어떤 이웃님하고 책을 나눌 적에 즐거울까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을, 이제는 ‘책 하나라는 틀’로 헤아리면서 스스로 짜임새있게 써 보자는 이야기를 펴요.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옛말처럼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 그것은 어쩌면 힘들고 듣기 싫은 말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166쪽)

이제 책은 국문과를 졸업하거나 문학창작학과를 졸업한 사람들만 쓰는 시대가 아니다. 원래부터 책이란 그런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192쪽)


  즐거워서 글을 쓰다 보면 글이 꽤 쌓이기 마련입니다. 이레마다 글을 한 꼭지를 쓰더라도 한 해라면 쉰 꼭지가 넘고, 다섯 해라면 이백쉰 꼭지가 넘습니다. 열 해라면 오백 꼭지가 넘을 테지요. 그런데 아무리 즐거워서 글을 쓰더라도 무턱대고 쓰기만 하면 나중에는 잔뜩 쌓여 스스로 헷갈리거나 어지러울 수 있습니다.

  책쓰기란, 책 하나를 헤아리면서 글을 쓰기란, 글머리를 처음부터 또렷하면서 알차게 잡아 보자는 뜻이라고 할 만합니다. ‘어떻게 책을 써요?’ 하고 어려워하기보다는, 길면 열 해, 줄잡아 다섯 해, 짧으면 두세 해쯤 내다보면서 차근차근 글쓰기를 누려 보자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글을 잔뜩 써 놓고 ‘이렇게 글이 많으니 책을 낼 수 있겠지요?’ 하고 묻기보다는, ‘잔뜩 쌓아 놓은 글을 갈무리하거나 고쳐쓰느라 애먹지 말’고, 처음부터 줄거리를 잡아서 ‘글로 담고 싶은 생각’을 차근차근 풀어내 보면 좋다고 할 만해요. 《책쓰기 어떻게 시작할까》는 이 같은 실마리를 풀기 좋도록, 크게 세 갈래로 이야기를 엮습니다. 먼저, 왜 글을 쓰고 싶은가를 스스로 묻자고 합니다. 큰그림을 짜기 앞서는 글을 쓰지 말자고 하지요. 다음으로는, 즐겁게 글을 쓰자고 합니다. 틈틈이 조금씩 쓰고, 모든 글을 빈틈없이 쓰려 하지 말며, 써 놓은 글을 스스로 읽고 되읽자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글벗하고 모여서 함께 써 보자고 해요. 혼자 끙끙 앓기보다는 마음 맞는 글벗하고 글을 돌려읽으면서 서로 도움벗이 되자고 합니다.


“모든 글은 하루만 지나도 옛날 글이 될 테니, 날마다 새롭게 배운다는 마음으로, 출판사하고 여러 차례 글손질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첫 책이 태어났습니다.” (76쪽/인터뷰 최종규)

“사전을 읽어 주셔요. 비록 우리 한국말사전이 거의 모두 엉터리 말풀이로 가득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사전을 읽어 주셔요. 사전에 흐르는 돌림풀이하고 겹말풀이를 깨달으면서 한숨을 쉬어도 좋고, 우리 나름대로 사전 뜻풀이를 바로잡아도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서 ‘우리가 쓰는 말을 우리 나름대로 제대로 풀이한 사전’을 공책에 찬찬히 적어서 엮을 수 있어요. 글을 쓰는 사람이 되려면 누구나 ‘내 사전’이 있어야 합니다.” (80쪽/인터뷰 최종규)


  ‘글쓰기’란, 말 그대로 글을 쓰는 일입니다. 살아가는 나날을 꾸밈없이 드러내어 적기에 글쓰기입니다. ‘글짓기’란, 말 그대로 글을 짓는 일입니다. 밥이나 옷이나 집을 지을 적에는 그냥 짓지 않습니다. 얼거리를 살펴서 차근차근 지어요. 참다이 글짓기를 한다면, 글로 밝힐 우리 삶이나 넋을 어떻게 여밀 만한가를 곰곰이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책쓰기, 또는 책짓기라고 한다면, 단출하거나 두툼하게 여밀 책 하나를 헤아리면서, 더하거나 덜어낼 이야기를 알맞게 가누는 길을 찾으려 한다고 할 만합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이야기를 책 하나로 어떻게 여미면 좋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물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책 하나로 어떻게 묶으면 좋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멋지게 누린 여행길을 책 하나로 어떻게 담으면 좋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어요.

  글 한두 꼭지로는 마음이 안 차는 이야기라면 홀가분하게 책쓰기를 헤아릴 만합니다. 어떤 전문가가 나서서 써 주기를 바랄 까닭 없이, 우리가 저마다 스스로 배우고 살핀 삶을 즐겁게 풀어내어 책을 쓸 만해요. 글쓰기 한 걸음을 디뎌 민주나 평등이나 평화를 살며시 지폈다면, 책쓰기 두 걸음을 내디디면서 민주나 평등이나 평화를 가만히 꽃피울 만하지 싶습니다.

  이오덕 님은 아이들한테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우리 모두 글을 써요, 신나는 글쓰기”라 말씀했어요. 오늘 우리는 책쓰기를 함께하면서 “우리 모두 책을 써요, 아름다운 책쓰기”를 외칠 수 있습니다. 2018.5.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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