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집에 관한 거의 모든 것 - 흙건축가 황혜주 교수의 단단한 집 짓기
황혜주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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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집을 짓는 마음 배우기
― 흙집에 관한 거의 모든 것
 황혜주
 행성B, 2017.12.22.


외국 학자들에게 한국사람들이 아파트에 사는 모습은 미스터리입니다. 한국처럼 경제 규모가 큰 나라에서 왜 아파트에 사느냐는 겁니다. 외국 학자들에게 강남 아파트를 보여주며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라고 하면 ‘이상한데?’ 합니다. (23쪽)


  흙집짓기를 건축학으로 풀어내어 널리 나누는 길을 걷는 황혜주 님은 《흙집에 관한 거의 모든 것》(황혜주, 행성B, 2017)이라는 책을 선보입니다. 이 책은 흙집을 어떻게 짓느냐 하는 이야기도 다루지만, 이보다는 흙집을 어떤 마음으로 짓느냐 하는 이야기를 두드러지게 다룹니다. 흙집을 지을 적에는 무엇보다 흙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하고, 흙을 마음으로 아낄 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황혜주 님은 처음에는 콘크리트를 살피는 배움길을 걸었다는데, 아이가 태어난 뒤에 어느 날 마음이 확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녁이 다루는 콘크리트는 아이한테 좋을 수 없는 줄 처음으로 느꼈다지요. 그동안 콘크리트가 사람한테 안 좋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건축재료 가운데 하나로만 여겼다면, 아이가 찾아온 뒤에는 아이하고 함께 생각하고 만지고 살피면서 곁에 둘 수 있는 건축재료를 찾아서 배움길을 걸어야겠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마당이라고 하는 중요한 것이 아파트에는 빠져 있습니다. 아파트는 원래 출발 자체가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집의 가장 중요한 기능―먹고 자고 씻고―만 하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32쪽)

거시적인 측면에서의 장점 이외에도 미시적으로는 우리 몸에 좋습니다. 탈취도 해 주고, 냄새도 좋고, 습기도 조절해 주고, 원적외선도 많이 나옵니다 … 그런데 이렇게 좋은 재료인 흙을 왜 안 쓸까요? 그것은 사람들이 아직도 흙을 과거의 재료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41쪽)


  《흙집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은 두 갈래 이야기를 다룹니다. 첫째는 ‘흙을 제대로 알자’입니다. 243쪽 책에서 155쪽을 이 이야기로 갈무리합니다. 흙이 무엇이고 흙이 이 별에서 어떤 발자취로 흘러온 줄 모르고는 섣불리 흙집을 짓지 않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흙 이야기를 조곤조곤 풀어내고서야 비로소 흙집을 어떻게 지으면 되는가를 사진을 알맞게 넣어서 보여줍니다.

  어느 모로 보면 굳이 앞쪽 이야기를 다루지 않아도 되리라 여길 수 있습니다. 흙집짓기를 바라는 이로서는 ‘흙이란 무엇인가를 배우기’가 귀찮거나 따분할 수 있어요. 이를테면 사람들이 집을 빌리거나 살 적에 ‘콘크리트란 무엇인가’를 배우지는 않기 마련입니다. ‘철근은 무엇인가’를 배운다거나 집에 쓴 온갖 건축재료를 하나하나 따지거나 배우는 사람은 드물어요.


1년에 집 한 채를 멋지게 짓는 사람하고 한 달에 몇 채씩 막 찍어내는 사람하고 누가 더 잘 지을까요? 이건 재능의 문제가 아닙니다. (53쪽)

금은보석이 귀하다고 얘기하지만, 사람은 바람, 햇빛, 어머니 같은 존재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놓치며 살고 있습니다. (55쪽)


  아이를 둔 어버이라면 가만히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아이는 으레 맨발로 뛰어놀고 싶습니다. 아기는 으레 맨몸으로 기어다니면서 놀고 싶습니다. 자, 이 아이들을 콘크리트 바닥에서 맨발이나 맨몸으로 뒹굴도록 둘 만할까요? 아이들이 흙바닥에서 맨발이나 맨몸으로 뒹굴도록 두면 어떨까요? 나무로 짠 바닥에서 아이들이 맨발이나 맨몸으로 뒹굴면 어떠한가요?

  아스팔트를 깐 길바닥에서 아이들이 맨발로 뛰어놀기를 바랄 어버이가 있을까요?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아스팔트 바닥을 맨발로 다니면 다치기 쉽습니다. 이와 달리 흙바닥에서는 넘어져도 무릎이 까지는 일이 없습니다. 도시에서 아이들은 양말에 두꺼운 신을 꼭 챙겨서 돌아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숲이라든지 흙마당에서는 양말도 신도 홀가분하게 벗고서 돌아다니거나 놀 만해요.


바깥에 있는 공기가 흙벽을 타고 들어온다기보다 실내 공기가 흙 속에 들어가서 정화되어 나옵니다. 그래서 표면 부분에 흙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73쪽)

시멘트 같은 것은 이론상으로 100여 년 정도밖에 가지 못하는 데 반해서 흙집은 이론상으로 만 년 이상 가도 문제가 없거든요. (74쪽)


  우리는 누구나 집에서 지냅니다. 밤에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지어 먹습니다. 집에서 잠만 자더라도 집이라는 곳은 아늑해야 합니다. 아늑한 집일 적에는 잠만 자고 바로 나가야 하더라도 참으로 포근하면서 즐거운 터전이 됩니다. 《흙집에 관한 거의 모든 것》 같은 책을 흙집짓기를 바라는 어른뿐 아니라, 무럭무럭 자라는 푸름이도 함께 읽으면 좋겠구나 싶습니다. 앞으로 어떤 꿈을 이루도록 나아가면 즐거울까 하고 헤아리는 길에 ‘먹고 자고 입는’ 살림살이도 함께 살피며 배우면 좋겠어요. 즐거운 우리 집에서 즐겁게 꿈을 키웁니다. 2018.5.3.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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