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42


 치움이


  청소하는 일을 하기에 ‘청소부(淸掃夫·淸掃婦)’라고 합니다. 이 이름이 이 일을 하는 사람을 낮잡는다고 해서 ‘환경미화원(環境美化員)’이라는 이름이 새로 생깁니다. ‘-원’을 붙이는 이름도 낮춤말이라 여겨, ‘교원(敎員)·간호원(看護員)’을 ‘교사(敎師)·간호사(看護師)’로 바꾸었어요. 이런 얼거리를 본다면 ‘미화원’ 아닌 ‘미화사’라 할 노릇이겠지요.


  이 대목에서 생각해 보아야지 싶습니다. ‘청소부 → 미화원 → 미화사’로 나아가면 낮잡지 않는 말이 될까요? 이름을 바꾸며 생각을 바꾸기도 합니다만, 우리는 겉이름만 바꿀 뿐, 속생각은 안 바꾸는 삶은 아닐까요? 먼저 속생각을 바꿀 적에 겉이름도 제자리를 찾지 않을까요?


  1990년대 첫머리를 떠올립니다. 그무렵 ‘도움이(도우미)’라는 이름이 갑자기 태어났어요. 대전에서 세계박람회를 연다며 ‘자원봉사자’나 ‘안내원’ 일을 하는 이한테 ‘도우미’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이때 뒤로 ‘봉사자·안내원’뿐 아니라, 돕는 사람을 ‘도움이’로 흔히 가리켰고, 돕는 일을 ‘도움주기’로 어렵잖이 가리키곤 했습니다.


  ‘도움이’ 한 마디가 발판이 되어 ‘돌봄이·보살핌이’ 같은 이름이 태어납니다. ‘귀염이·이끎이’라든지 ‘살림이·나눔이’ 같은 이름도 태어나요. 이러한 이름을 헤아린다면 한자 ‘부·자·원·사’에 얽매이기보다는 ‘이’라는 한국말로 너나없이 수수하게 이름을 붙일 만합니다.


  그래서 ‘청소부·미화원’이라면 ‘치움이·말끔이·깔끔이’ 같은 이름을 붙일 수 있어요. 때로는 ‘치움님·말끔님·깔끔님’이나 ‘치움꾼·말끔꾼·깔끔꾼’이라 할 만하며, ‘깨끗님·정갈님·맑음님’이나 ‘깨끗꾼·정갈꾼·맑음꾼’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하는 일을 살펴 또렷하면서 수수하게 이름을 붙일 적에 오히려 이 일을 누구나 할 수 있으며 누구나 하고 누구나 넉넉히 할 만하다는 뜻을 나눌 수 있습니다. 2018.4.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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