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안 하는 글쓰기



  선물을 받은 찻그릇을 작은아이가 깬 듯하다. 곁님이 찻그릇을 찾으려고 나하고 큰아이한테 묻지만, 감쪽같이 안 보였을 뿐 아니라, 두 사람은 그 찻그릇을 쓴 일이 없어서 모른다. 곁님이 마지막으로 작은아이한테 물었다. 작은아이는 웃는 낯으로 그 찻그릇을 어찌저찌하다가 깨뜨렸다고, 깨진 조각을 어느 한구석에 놓았다고 알려준 듯하다. 작은아이가 곁님한테 들려주는 말을 옆방에서 들으며 깨진 찻그릇 조각이 어떻게 있는가를 들여다보려가 말았다. 굳이 깨진 조각을 볼 까닭은 없으니까. 작은아이가 옆방으로 건너올 즈음 넌지시 작은아이한테 이야기한다. 찻그릇은 깨뜨릴 수 있고, 부엌에서 장난을 칠 수도 있다고, 그런데 우리는 즐겁게 할 일이 있고, 즐겁지 않아서 굳이 할 까닭이 없는 일이 있다고, 부엌에서는 뛰지도 달리지도 춤추지도 않는다고, 왜 부엌에서 뛰지도 달리지도 춤추지도 않는지를 생각해 보면, 우리가 즐겁게 할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오늘인지 어제인지 깬 찻그릇은 다시 돌아올 일이 없고 굳이 더 생각할 일이 없는데, 부엌에서 이렇게 다시 놀면 작은아이가 아끼는 다른 무엇이 깨질 수도 있는 줄 배우면 좋겠다고, 오늘 하나를 배웠으면 이다음에는 재미없거나 반갑지 않은 일을 끌어들이지 않도록 다시 안 할 수 있는 몸짓이 되면 좋겠다고 나긋나긋 이야기한다. 아이야, 우리는 늘 배우는 사림이야. 우리는 배우다가 넘어질 수 있어. 우리는 배우다가 돈을 잃거나 길을 잃을 수도 있어. 그런데 그런 모든 몸짓도 배움이란다. 고마이 선물받은 찻그릇이 깨졌으면 새로 장만할 수 있고, 우리가 흙그릇 빚는 분한테 새로 값을 치르고 찻그릇을 마련할 수 있어. 우리는 우리가 오늘하고 모레에 어떤 몸짓으로 살림하고 살아가면 즐거울까를 생각하자. 새롭게 할 일하고, 구태여 다시 할 까닭이 없는 일을 생각하자. 2018.4.18.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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