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알까



  아이들이 나이를 물을 적에 “열한 살”이니 “여덟 살” 같은 말을 안 한다. “너희는 삼만오천 열한 살이야.”라든지 “우리는 삼만오천 여덟 살이야.” 하고 말한다. 2018년 올해로 치자면, 둘레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한테 열하나나 여덟이라는 숫자를 바라지만, 이 아이들은 이 지구라는 별에서 먼먼 아득한 나날에 걸쳐 숱한 길을 걸어왔으리라 느껴, 아이들 나이도 어버이 나이도 두 자리 숫자로만 말할 만하지 않다고 여긴다. 아무튼 이 아이들은 봄마다 아버지한테 말한다. “아버지, 우리가 잘 적에 개구리 노랫소리 듣잖아? 그런데 밖에서 듣는 개구리 소리가 훠얼씬 좋다!” 냇물 소리하고 개구리 소리를 섞은 노래를 밤에 가만히 들으면서 자는데, 새봄이면, 기계에서 흐르는 소리를 넘어 마을논이며 뒤꼍이며 마당이며 곳곳에서 개구리가 노래하는 소리가 퍼진다. 아이들은 몸이며 마음으로 알아챈다. 그때그때 노래하는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가를. 손수 심어 손수 가꾸어 손수 거두고 손수 갈무리해서 손수 다듬어 손수 지은 뒤 손수 차려서 손수 먹는 밥이 가장 맛있단다. 그러면 어떤 글이 가장 맛깔스러운 줄 아니? 우리가 스스로 맞닥뜨려서 스스로 헤쳐나가고 스스로 생각한 뒤에 스스로 갈무리해서 스스로 쓴 글을 스스로 되읽으면 가장 맛깔스럽단다. 2018.4.18.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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