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림풀이 아닌 제풀이 생각하기

[오락가락 국어사전 10] 으뜸으로 삼을 말이란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막상 이 사전이 한국말을 으뜸으로 안 삼는 얼거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국말사전이 한국말을 으뜸으로 안 삼으면 어떤 사전이 될까요? 이런 사전이 한국말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요? 뜻풀이를 어떻게 붙이고, 비슷한말이나 한자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를 가누지 못한다면, 한글이 아무리 훌륭한 글이라 하더라도, 이 훌륭한 글에 알맹이인 말을 제대로 싣기 어렵습니다. 돌림풀이 아닌 제풀이를 할 노릇이면서,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살찌우는 길을 함께 찾아야 합니다.



제일(第一) 1. 여럿 가운데서 첫째가는 것 2. 여럿 가운데 가장

가장 : 여럿 가운데 어느 것보다 정도가 높거나 세게

첫째가다 :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꼽히거나 으뜸이 되다

우선적(優先的) : 딴 것에 앞서 특별하게 대우하는

으뜸 : 1. 많은 것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 또는 첫째가는 것 2. 기본이나 근본이 되는 뜻



  한자말 ‘제일’은 “→ 첫째가는. 가장”으로 다루면 좋습니다. ‘우선적’은 “→ 먼저. 맨 먼저”로 다룰 만하고요. 그런데 사전을 살피면 ‘첫째가다’하고 ‘으뜸’이 돌림풀이입니다. 찬찬히 추슬러 줄 노릇입니다.



관목(灌木) : [식물] 키가 작고 원줄기와 가지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으며 밑동에서 가지를 많이 치는 나무. ‘떨기나무’로 순화

떨기나무 : [식물] = 관목



  ‘떨기나무’로 고쳐쓸 ‘관목’이라면, ‘관목’이라는 낱말에 풀이를 달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사전은 이렇게 하지 않고 ‘떨기나무’를 “= 관목”으로 다루고 맙니다. ‘관목’은 “→ 떨기나무”로 다룰 노릇입니다.



대치(對峙) : 서로 맞서서 버팀

맞서다 : 1. 서로 마주 서다 2. 서로 굽히지 아니하고 마주 겨루어 버티다 3. 어떤 상황에 부닥치거나 직면하다

맞붙다 : 1. 서로 마주 닿다 2. 싸움이나 내기 따위에서 서로 상대하여 겨루다 3. 서로 떨어지지 아니하고 함께하다


  ‘맞서다’하고 ‘맞붙다’가 있습니다. 결이 살짝 다르면서 비슷한 낱말입니다. 한자말 ‘대치’를 “서로 맞서서 버팀”으로 풀이하기보다는 “→ 맞서다. 맞붙다”로 다루면 좋겠습니다.



위안(慰安) : 위로하여 마음을 편하게 함. 또는 그렇게 하여 주는 대상

위로(慰勞) :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줌

달래다 : 1. 슬퍼하거나 고통스러워하거나 흥분한 사람을 어르거나 타일러 기분을 가라앉히다 2. 슬프거나 고통스럽거나 흥분한 감정 따위를 가라앉게 하다 3. 좋고 옳은 말로 잘 이끌어 꾀다

어르다 : 1. 몸을 움직여 주거나 또는 무엇을 보여 주거나 들려주어서, 어린아이를 달래거나 기쁘게 하여 주다 2. 사람이나 짐승을 놀리며 장난하다 3. 어떤 일을 하도록 사람을 구슬리다

다독이다 : 1. 흩어지기 쉬운 물건을 모아 가볍게 두드려 누르다 2. 아기를 재우거나 달래거나 귀여워할 때 몸을 가만가만 두드리다 3. 남의 약한 점을 따뜻이 어루만져 감싸고 달래다



  ‘위안’은 ‘위로’를 가리키고, ‘위로’는 ‘달래다’를 가리켜요. ‘달래다’하고 비슷한 ‘가라앉히다’나 ‘어르다’나 ‘다독이다’가 있습니다. 이 여러 낱말이 다르면서 비슷한 결을 돌림풀이 아닌 제풀이를 해야겠고, ‘위안·위로’는 “→ 달래다. 다독이다. 어르다”로 다루면 됩니다.



사고하다(思考-) : 생각하고 궁리하다

궁리하다(窮理-) : 1. 사물의 이치를 깊이 연구하다 2. 마음속으로 이리저리 따져 깊이 생각하다



  “생각하고 궁리하다”를 뜻한다는 ‘사고’라는데, ‘궁리’는 ‘생각’을 가리키지요. 그렇다면 ‘사고하다 = 생각하고 생각하다’인 꼴이니 엉성합니다. ‘사고·궁리’는 모두 “→ 생각”으로 다룰 노릇입니다.



맹세(盟誓) : 일정한 약속이나 목표를 꼭 실천하겠다고 다짐함 ≒ 서맹(誓盟)

다짐 : 1. 이미 한 일이나 앞으로 할 일에 틀림이 없음을 단단히 강조하거나 확인함 2. 마음이나 뜻을 굳게 가다듬어 정함

약속(約束) :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하여 둠. 또는 그렇게 정한 내용 ≒ 권약



  ‘다짐’하는 일이 바로 ‘맹세’입니다. 어떻게 하기로 할 적에 ‘약속’이라는 한자말도 쓰는데, 이 또한 ‘다짐’이에요. ‘다짐’ 말풀이를 찬찬히 갈무리하면서 쓰임새를 넓혀 주어야지 싶습니다. ‘맹세·약속’은 “→ 다짐”으로 다루면 됩니다.



외면(外面) : 1. 마주치기를 꺼리어 피하거나 얼굴을 돌림 2. 어떤 사상이나 이론, 현실, 사실, 진리 따위를 인정하지 않고 도외시함

꺼리다 : 1. 사물이나 일 따위가 자신에게 해가 될까 하여 피하거나 싫어하다

도외시(度外視) : 상관하지 아니하거나 무시함

무시하다(無視-) : 1. 사물의 존재 의의나 가치를 알아주지 아니하다 2. 사람을 깔보거나 업신여기다



  얼굴을 돌린다는 ‘외면’은 ‘등돌리다’로 손볼 만합니다. ‘꺼리다’하고도 맞물립니다. 사전은 ‘외면’을 ‘도외시’로 풀이하고, ‘도외시’를 ‘무시’로 풀이해요. 이러면서 다른 낱말을 엿볼 수 있으니, ‘외면’은 “→ 등돌리다. 꺼리다”로 다루고, ‘도외시’는 “→ 등돌리다. 업신여기다. 모른 척하다”로 다루며, ‘무시하다’는 “→ 업신여기다. 깔보다. 얕보다. 몰라주다”로 다루면 됩니다.



겉쪽 : = 표면

겉면(-面) : 겉에 있거나 보이는 면 ≒ 외면(外面)

외면(外面) : 1. = 겉면 2. 말이나 하는 짓이 겉에 드러나는 모양

표면(表面) : 1. 사물의 가장 바깥쪽. 또는 가장 윗부분 ≒ 겉쪽 2. 겉으로 나타나거나 눈에 띄는 부분



  ‘겉쪽’을 “= 표면”으로 다뤄야 하지 않습니다. ‘표면’을 “→ 겉쪽”으로 다뤄야지요. ‘겉면·외면’도 “→ 겉쪽”으로 다루면 됩니다. 겉으로 드러나거나 보이는 쪽이니 ‘겉쪽’입니다. ‘겉자리’ 같은 낱말도 함께 쓸 만합니다.



파도(波濤) : 1. 바다에 이는 물결 ≒ 도란(濤瀾)·도파(濤波) 2. 맹렬한 기세로 일어나는 어떤 사회적 운동이나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강렬한 심리적 충동이나 움직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물결 : 1. 물이 움직여 그 표면이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운동. 또는 그 모양 ≒ 수파(水波) 2. 파도처럼 움직이는 어떤 모양이나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파도’를 ‘물결’로 풀이하는 사전인데, ‘물결’ 둘째 뜻을 ‘파도’로 풀이하면서 뜬금없지요. 처음부터 ‘물결’ 한 마디만 쓰면 됩니다. ‘파도’는 “→ 물결”로 다루면 됩니다.



소멸(消滅) 1. 사라져 없어짐 ≒ 소망(消亡)·시멸 2. [물리] 반입자와 소립자가 서로 합체하여 그 정지 에너지를 다른 입자의 형태로 내보냄. 또는 그런 과정

사라지다 : 1. 현상이나 물체의 자취 따위가 없어지다 2. 생각이나 감정 따위가 없어지다 3. ‘죽다’를 달리 이르는 말

없어지다 : 1. 어떤 일이나 현상이나 증상 따위가 나타나지 않게 되다 2. 사람이나 사물 또는 어떤 사실이나 현상 따위가 어떤 곳에 자리나 공간을 차지하고 존재하지 않게 되다 3. 성립되지 않다 4. 그 자리를 떠서 보이지 않게 되다



  ‘사라지다’하고 ‘없어지다’는 비슷한말입니다. 한자말 ‘소멸’을 “사라져 없어짐”이라 풀이하면 엉뚱한 겹말풀이입니다. 그런데 사전은 ‘사라지다’를 ‘없어지다’로 풀이하니 얄궂어요. ‘소멸’은 “→ 사라지다. 없어지다”로 다루고, ‘사라지다·없어지다’ 말풀이를 손질할 노릇입니다. 2018.2.18.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