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삼국지 - 답답한 직장인의 숨통 트이는 생존 전략서
리광더우 지음, 오수현 옮김 / 북메이드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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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중국의 고전으로

누구나 삼국지를 주저 없이 꼽을 것이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우리의 대표작가들인 이문열, 황석영, 김홍신 등이

모두 각자의 삼국지 번역본을 보유하고 있고, 만화,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문화 전 방면에 걸쳐

수많은 버전을 계속 양산하고 있는데 원전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드물겠지만

기본 줄거리나 주인공들에 대해선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각종 문화 장르의 소재로는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애용되는 소재가 되었는데

삼국지의 주요 등장인물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했던 '심리학, 삼국지를 말하다'에 이어

이번엔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삼국지를 분석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에선 위, 촉, 오의 삼국을 각각 독점 공기업, 민영 주식회사, 가족경영기업으로 비유한다.

천자를 끼고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하면서 권력과 자원을 독점한 조조의 위나라는

시장에서 특권을 누리며 경쟁상대가 없는 독점적 지위에 있는 공기업과 유사하다 할 수 있었다.

반면, 도원결의를 통해 관우, 장비와 의형제를 맺은 유비의 경우 자신이 영입한 인재들에게

그에 합당한 지분을 주면서 경영에 참여하게 하는 주식회사 방식의 국가 경영을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손권의 경우 손견과 손책을 거쳐 가업을 이어받은 전형적인 재벌 2세 경영인으로

자신의 친인척인 주유 등을 경영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현재 우리의 대기업들의 경영체제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세 기업은 대표이사들의 성향이 완전히 다르다 보니

기업의 조직이나 전략도 판이하게 달랐다.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M&A를 서슴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조씨 기업은

그만큼 성과도 크지만 악덕 기업의 이미지로 오늘날까지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한 반면

한나라 황제의 황숙이란 정통성과 명분에 '충의', '인덕' 등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비한 유씨

기업은 빈약한 사업기반에도 불구하고 틈새전략을 구사하여 천하삼분지세를 달성하게 된다.

재벌 2세로서 유리한 지점에서 출발한 손씨 기업의 경우 건달 출신들을 학습시켜

공부하는 조직으로 만들었고, 지역마케팅에 치중하여 확고한 지역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그밖에 유명한 삼고초려가 사실은 스펙이 딸리던(?) 제갈공명의

자기 PR을 통한 탁월한 취업전략의 결과물이란 흥미로운 분석과

배신자로 낙인이 찍혀 처형된 위연을 자기 능력을 제대로 발휘해 보지도 못한

우울한 이직자로 평가한 부분은 기존에 알던 사실과는 다른 새로운 견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을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부분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삼국지에 대해 새로운 해석과 평가로

저자의 기발한 시도가 막연하게 느껴지는 경영 서적들에 비해 쉽게 와닿았다.

삼국지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는 동시에 삼국지란 친근한 고전을 통해

힘겨운 비즈니스 현실을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를 키워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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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의 식탁 - 최재천 교수가 초대하는 풍성한 지식의 만찬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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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땐 또래 아이들의 장래희망 중 가장 인기가 높던 직업이 바로 과학자였다.

나도 멋모르고 그 대열에 합류했었는데 초등학생시절까지만 해도 과학에 관심도 많고 좋아했는데

중학생 이후로는 과학과는 인연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다.

그나마 초등학생때까진 실험 등을 통해 과학에 대한 흥미나 호기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는데

중학교 이후에 만난 과학은 난해한 이론들만 있을 뿐 거기에 푹 빠지게 만들 매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문과를 선택하게 되면서 과학과는 더욱 멀어지게 되었는데

이젠 과학과 친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조차 믿기지 않을 정도가 되고 말았다.

 

직업도 과학과는 무관한 일을 하다 보니 딱히 과학과의 만남을 가질 기회는

어쩌다 읽게 되는 책을 통해서밖에 없는데 과학 분야의 서적은 쉽게 손이 가지 않아서

가물에 콩 나듯 연례행사 수준이 되고 말았는데

최근 최재천 교수가 제시한 '통섭'이라는 새로운 화두에 관심이 가던 차에

그가 추천하는 책들로 차린 만찬에 참석하게 되었다.

 

최재천 셰프가 차린 통섭의 식탁에는 셰프 추천 메뉴, 에피타이저,

메인 요리, 디저트, 일품 요리, 퓨전 요리 등 풍성한 요리들로 가득했다.

셰프의 전공이 생물학이다 보니 생물학 관련 요리가 대거 등장하는데

예전에는 그다지 젓가락이 가지 않았던 음식들이었지만 역시 셰프가 그 분야의 달인인데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게 음식을 차려 내니 절로 손이 갈 수밖에 없었다.

최재천 셰프가 차려놓은 메뉴 중 내가 이전에 맛본 음식은 겨우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밖에 없었으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편식을 하고 살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통섭의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의 주재료는 역시 동물, 생명, 진화 등으로 셰프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동물들의 삶을 관찰, 연구함으로써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 해주는 책들이

많았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의 다른 구성원들과 더불어 살아야 함에도

자신들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만하며 환경을 파괴하고 동식물들을 멸종의 상태로 내몰고 있는데

지금의 상태를 반성하지 않는다면 결국 자신들도 파멸로 내몰 것임을 경고하는 책들이 인상적이었다.

현명한 인간이란 의미의 '호모 사피엔스'라는 자만을 버리고 '공생 인간'이란 의미의

'호모 심비우스'로 거듭나자는 셰프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았다.

또 다른 주요 재료 중 하나인 진화와 관련해선 역시 다윈이 많이 거론되었는데

그의 이론 중 이미 확고한 지위를 차지한 자연선택론과는 달리 성선택론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는 상태인데 이를 소개한 책들은 꼭 찾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보통 소문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들 하지만 최재천 셰프가 마련한 '통섭의 식탁'에는

진귀한 먹거리가 가득했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대중적인 음식보다는

남들이 잘 모르는 숨겨진 맛집에서나 맛 볼 수 있는 독특한 음식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미식가 수준에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편식을 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 책은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기본 상식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통섭의 식탁을 중요성을 잘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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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스틸 (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숀 레비 감독, 휴 잭맨 출연 / 월트디즈니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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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복싱으로 근근히 살아가던 찰리(휴 잭맨)는 황소와의 한판 대결에서 방심하다

자신의 로봇 엠부쉬를 고철로 만들어버린 후 헤어진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아들 맥스를 아내의 언니가 입양하는데 동의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돈을 요구한다.

찰리는 그렇게 마련한 돈으로 로봇 노이지를 구입하지만

잠시 동안 맥스도 맡아야 하게 되어 마지 못해 맥스를 데리고 경기에 나서는데...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장난감 변신로봇을 가지고 놀던 추억을 되살려주었다면

이 영화는 이종격투기 경기의 강렬함 이상을 보여주는 로봇들간의 화끈한 복싱경기를 통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가족간의 사랑을 회복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로봇으로 복싱하는 것밖에 모르는 철없던 찰리가 진정한 아버지로 다시 태어나

아들 맥스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전형적인 가족드라마(존 보이트 주연의 영화 '챔프'가 연상된다)에

겉으로 보기에 시원찮아 보이는 구식로봇 아톰이 최첨단 로봇 제우스를 물리치는 감동의 스포츠

영화('록키' 등 많은 복싱영화가 보여준 익숙한 스토리)를 가미한 전형적인 헐리웃표 영화였는데 다양한 로봇들의 향연과 질리지 않는 익숙한 스토리가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지 않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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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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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로서의 꿈을 접고 뉴욕 월가의 잘 나가는 변호사로 살아가던 벤은

아내 베스와의 결혼생활이 삐걱대던 와중에 아내가 게리라는 삼류 사진가와 바람이 난 사실을

알게 되자 순간적인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게리를 살해하고 마는데...

 

'모멘트'로 처음 만났던 더글라스 케네디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뜻하지 않게 살인을 하면서 자신이 죽인 남자의 삶을 살아가는 남자의 얘기를 그리고 있다.

자신이 못다 이룬 사진가의 꿈에 미련이 남아 자신의 집에 최고의 촬영장비들과 암실까지 갖춘

벤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에게 싫증이 나 아내가 바람을 피운 상대인 게리가 되어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된다. 스스로는 결코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사진가로서의 삶을 살인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통해 얻을 수 있었으니 인생이란 정말 예측불허임을 잘 보여주었다.

게리의 시체와 함께 자신마저 죽이고 게리로 새롭게 태어난 벤은

몬태나주의 마운틴폴스로 숨어들어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그토록 원하던 사진가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오히려 잃어버린 인생을 간절히 그리워하던 벤.

하지만 조용히 숨어 사진가로서의 삶을 살려고 했던 벤은 물 만난 고기처럼

그동안 몰랐던 실력을 맘껏 발휘하게 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까봐 조바심이 나면서도 제2의 인생의 기쁨을 누리던 벤은

전시회에서 아내 베스와 마주칠 뻔한 위기상황을 가까스로 벗어나지만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면서 사는 사람은 이 세상에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자신이 잘 하는 일이 일치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소수의 행운아들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따로 있어도 주어진 현실에 맞춰 좋아하지 않는 일이라도

하면서 삶을 꾸려나간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에 대한 미련이 남아

취미라는 명목으로 끈을 놓지 않는데 이 책에서 벤이 바로 그런 인물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을 놔두고 어쩔 수 없이 변호사의 길을 가지만

항상 맘은 사진에 있던 벤에게 사진을 직업으로 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동안 그다지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직장과 가정, 아니 자신을 잃고 나서부터였다.

벤은 나름 가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난 아내는 뻔뻔하게도 이혼을

요구하며 아이들도 데리고 집을 나가버리자 벤은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아내와 바람 피운

게리를 죽이고 만다.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벤은 비록 기존의 인생을 송두리째 잃게 되지만

뒷수습을 완벽하게 해 다시 한번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것도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사진가로서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하는데 벤으로 살 때 이런 기회가 찾아 왔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운 맘이 들었을 것 같다. 항상 자신이 뜻하는 대로 인생이 풀린다면 삶이 너무 쉽겠지만

우리네 인생은 항상 최선보다는 차선, 차선보다는 차악을 선택하게 만든다.

나도 '그때 이런 선택을 했다면 지금쯤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는데 어떤 선택을 하든 늘 버린 카드에 대한 미련을 떨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선택은 신중하게 하되 후회는 하지 않아야 하는데 녹록지 않은 삶의 무게에 휘청거릴 때마다

맘이 약해져 가지 못한 길에 눈이 돌아가는 게 인지상정인가 보다.

 

몇 번이나 인생 세탁(?)을 해야 했던 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정답인가

고민하게 만드는데 인생에는 정답이 없고 각자 자신한테 최적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면서

거기에 만족을 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벤의 두번째 삶이 원래 벤이 원하던 삶일 수 있었지만

거짓 위에 쌓아 올린 모래성이었기 때문에 한 방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다시 새로운 삶을 찾아야했는데 과연 세번째 삶도 그리 순탄하진 않았을 것 같다.

아무리 빨아도 결코 씻을 수 없는 엄청난 죄의 그림자가 항상 벤을 따라다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런 벤을 받아주고 함께 할 앤과 새로 태어난 아이까지 있으니

벤의 세번째 인생이 외롭지만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엄청난 죄를 저지르고도

자신의 삶을 계속 꾸려나가는 벤의 행운을 부러워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더글라스 케네디와는 이 책으로 두번째 만남을 가졌는데 그의 이야기 솜씨는 확실히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모멘트'에서도 순간의 실수로 소중한 사랑을 잃어버린 남자의 얘기가 감칠맛 나게 그려졌는데

책에서도 한 순간의 실수로 다른 삶을 살게 된 남자의 얘기가 정말 스릴 넘치게 펼쳐졌다.

두 책 모두 순간의 실수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는 남자들의 얘기를 다루는데

두 책의 주인공처럼 평생을 후회하는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벌써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은 단 두 권을 읽었지만 앞으로 그의 책을 계속 읽게 될 것 같다.

그와의 만남은 결코 실수가 아니었음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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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일주일을 - 히드로 다이어리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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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불안', '여행의 기술' 등으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알랭 드 보통의 이 책은

그가 히드로  공항에서 일주일간을 보낸 체험담을 담고 있다.

히드로 공항에서 그에게 일주일간 공항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상주작가'의 기회를 주면서

공항과 관련된 아무 얘기나 쓰라고 한 제안을 받아들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인데,

히드로 공항에서 일하는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 공항을 오가는 여행객들의 관찰 등

일주일간 공항에서 지내면서 경험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특유의 입심으로 풀어놓고 있다.

 

첨에 이 책 제목을 봤을 때 바로 떠올랐던 건 탐 행크스 주연의 영화 '터미널'이었다.

모국에서 쿠테타가 발생해 하루 아침에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공항 노숙자가 된 남자의 얘기를 담은 이 영화를 통해 공항에서의 삶이 어떤지를 대략이나마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책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영화 속 공항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노숙자 신세인 탐 행크스와

특별 대우를 받으며 공항에서의 일주일을 즐기는 알랭 드 보통을 똑같이 볼 수는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알랭 드 보통의 히드로 공항에서의 체험담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내용과 유사한 골격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공항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공항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떠나거나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연출하는 만남과 이별의 공간이기도 한 공항에 대해

알랭 드 보통은 우리 문명을 관통하는 다양한 주제들을 깔끔하게 포착한,

화성인을 데리고 갈 단 하나의 장소라고 평한다.

 

개인적으론 공항을 이용한 경험이 거의 없다 보니 공항이란 공간이 상당히 낯설게 느껴진다.

공항에서의 짧은(?) 대기시간 동안 공항 여기저기를 둘러볼 맘의 여유도 없었고

온통 여행 목적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공항 속에서의 기억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히드로 공항도 정말 잠시 들렀는데 별 기억이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항이란 인류 문명의 총아라 할 수 있는 공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사연을 가지고 추억을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짧은 일주일 사이에 하룻밤의 로맨스를 만들어낸 알랭 드 보통에게도

히드로 공항은 다른 공항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될 것 같다.

 

사실 무엇보다 부러웠던 게 알랭 드 보통이 받은 제안이었다.

여행작가같은 경우에는 여행을 보내주면서 책을 쓰게 한다지만 내용에 특별한 제한없이

공항을 마구 누빌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게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공항이 그렇게 매력적인 장소는 아니지만 알랭 드 보통처럼 그곳을 오고 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이 간직한 사연을 엿보는 것도 나름 흥미로운 일임을 히드로 공항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사진들을 통해 잘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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