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의 식탁 - 최재천 교수가 초대하는 풍성한 지식의 만찬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어릴 땐 또래 아이들의 장래희망 중 가장 인기가 높던 직업이 바로 과학자였다.

나도 멋모르고 그 대열에 합류했었는데 초등학생시절까지만 해도 과학에 관심도 많고 좋아했는데

중학생 이후로는 과학과는 인연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다.

그나마 초등학생때까진 실험 등을 통해 과학에 대한 흥미나 호기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는데

중학교 이후에 만난 과학은 난해한 이론들만 있을 뿐 거기에 푹 빠지게 만들 매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문과를 선택하게 되면서 과학과는 더욱 멀어지게 되었는데

이젠 과학과 친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조차 믿기지 않을 정도가 되고 말았다.

 

직업도 과학과는 무관한 일을 하다 보니 딱히 과학과의 만남을 가질 기회는

어쩌다 읽게 되는 책을 통해서밖에 없는데 과학 분야의 서적은 쉽게 손이 가지 않아서

가물에 콩 나듯 연례행사 수준이 되고 말았는데

최근 최재천 교수가 제시한 '통섭'이라는 새로운 화두에 관심이 가던 차에

그가 추천하는 책들로 차린 만찬에 참석하게 되었다.

 

최재천 셰프가 차린 통섭의 식탁에는 셰프 추천 메뉴, 에피타이저,

메인 요리, 디저트, 일품 요리, 퓨전 요리 등 풍성한 요리들로 가득했다.

셰프의 전공이 생물학이다 보니 생물학 관련 요리가 대거 등장하는데

예전에는 그다지 젓가락이 가지 않았던 음식들이었지만 역시 셰프가 그 분야의 달인인데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게 음식을 차려 내니 절로 손이 갈 수밖에 없었다.

최재천 셰프가 차려놓은 메뉴 중 내가 이전에 맛본 음식은 겨우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밖에 없었으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편식을 하고 살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통섭의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의 주재료는 역시 동물, 생명, 진화 등으로 셰프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동물들의 삶을 관찰, 연구함으로써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 해주는 책들이

많았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의 다른 구성원들과 더불어 살아야 함에도

자신들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만하며 환경을 파괴하고 동식물들을 멸종의 상태로 내몰고 있는데

지금의 상태를 반성하지 않는다면 결국 자신들도 파멸로 내몰 것임을 경고하는 책들이 인상적이었다.

현명한 인간이란 의미의 '호모 사피엔스'라는 자만을 버리고 '공생 인간'이란 의미의

'호모 심비우스'로 거듭나자는 셰프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았다.

또 다른 주요 재료 중 하나인 진화와 관련해선 역시 다윈이 많이 거론되었는데

그의 이론 중 이미 확고한 지위를 차지한 자연선택론과는 달리 성선택론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는 상태인데 이를 소개한 책들은 꼭 찾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보통 소문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들 하지만 최재천 셰프가 마련한 '통섭의 식탁'에는

진귀한 먹거리가 가득했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대중적인 음식보다는

남들이 잘 모르는 숨겨진 맛집에서나 맛 볼 수 있는 독특한 음식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미식가 수준에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편식을 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 책은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기본 상식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통섭의 식탁을 중요성을 잘 보여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