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일주일을 - 히드로 다이어리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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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불안', '여행의 기술' 등으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알랭 드 보통의 이 책은

그가 히드로  공항에서 일주일간을 보낸 체험담을 담고 있다.

히드로 공항에서 그에게 일주일간 공항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상주작가'의 기회를 주면서

공항과 관련된 아무 얘기나 쓰라고 한 제안을 받아들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인데,

히드로 공항에서 일하는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 공항을 오가는 여행객들의 관찰 등

일주일간 공항에서 지내면서 경험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특유의 입심으로 풀어놓고 있다.

 

첨에 이 책 제목을 봤을 때 바로 떠올랐던 건 탐 행크스 주연의 영화 '터미널'이었다.

모국에서 쿠테타가 발생해 하루 아침에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공항 노숙자가 된 남자의 얘기를 담은 이 영화를 통해 공항에서의 삶이 어떤지를 대략이나마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책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영화 속 공항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노숙자 신세인 탐 행크스와

특별 대우를 받으며 공항에서의 일주일을 즐기는 알랭 드 보통을 똑같이 볼 수는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알랭 드 보통의 히드로 공항에서의 체험담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내용과 유사한 골격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공항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공항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떠나거나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연출하는 만남과 이별의 공간이기도 한 공항에 대해

알랭 드 보통은 우리 문명을 관통하는 다양한 주제들을 깔끔하게 포착한,

화성인을 데리고 갈 단 하나의 장소라고 평한다.

 

개인적으론 공항을 이용한 경험이 거의 없다 보니 공항이란 공간이 상당히 낯설게 느껴진다.

공항에서의 짧은(?) 대기시간 동안 공항 여기저기를 둘러볼 맘의 여유도 없었고

온통 여행 목적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공항 속에서의 기억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히드로 공항도 정말 잠시 들렀는데 별 기억이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항이란 인류 문명의 총아라 할 수 있는 공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사연을 가지고 추억을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짧은 일주일 사이에 하룻밤의 로맨스를 만들어낸 알랭 드 보통에게도

히드로 공항은 다른 공항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될 것 같다.

 

사실 무엇보다 부러웠던 게 알랭 드 보통이 받은 제안이었다.

여행작가같은 경우에는 여행을 보내주면서 책을 쓰게 한다지만 내용에 특별한 제한없이

공항을 마구 누빌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게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공항이 그렇게 매력적인 장소는 아니지만 알랭 드 보통처럼 그곳을 오고 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이 간직한 사연을 엿보는 것도 나름 흥미로운 일임을 히드로 공항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사진들을 통해 잘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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