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말해줘
존 그린 지음, 박산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19번째 여자친구에게 또 다시 차인 콜린은 자신을 버렸던 여자친구들의 이름이

모두 캐서린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실연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콜린은 유일한 친구인 하산과 함께 자동차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자신만의 사랑의 공식을 만들어내는데...


영화로 봤던 '안녕, 헤이즐'의 원작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의 작가 존 그린의 대표작이라는

이 책은 열 아홉 살의 괴짜 신동 콜린이 자신의 연애경험을 되돌아보며

나름의 연애법칙을 세워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독서광에 자신이 읽은 모든 걸 기억하는 신동 콜린은

그동안 왜 자신이 여자친구들에게 일방적으로 차였는지 곰곰이 생각한 결과

일단 여자친구들이 모두 캐서린이란 똑같은 이름을 가졌단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된다.

마치 영화 '온리 유'에서 자신의 운명의 짝이 데이브 브래들리란 이름인 걸 알고

여주인공이 그 이름의 남자만 찾아다녔던 것처럼 콜린이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캐서린이란 여자들에게만 끌리는 것은 운명의 장난인지 뭔지 모를 이유가 있는지 정말 궁금했다.

물론 콜린 자신도 잘 몰랐는데 하산과의 여행에서 린지를 만나게 되면서

어설프게 시작한 공식을 다양한 변수까지 감안하면서 섬세하게 가다듬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연애사에서 뭐가 문제였는지를 조금씩 깨닫는다.

자신과 같은 이름의 또 다른 콜린(또다콜)과 사귀고 있던 린지와도 묘한 관계에 빠지게 되는데

과연 콜린은 자신의 열 아홉 번의 연애사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완벽한 사랑 공식을 완성할 수 있을까...


공식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콜린은 많은 걸 깨닫게 된다.

자신이 열아홉 번 모두 차인 줄 알았지만 공식을 적용해본 결과 의외의 진실도 알게 되고,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는 기회도 되면서 한층 성숙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열아홉 살이라는 나이가 청소년에서 성년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시점이라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시점에 콜린은 절친인 하산과 여행지에서 만난

린지를 통해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고 또 다른 사랑을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이 책에서 콜린이 연애 법칙을 수학 방정식으로 만들겠다는 시도 자체가 기발하다 할 수 있었는데,

자신이 찰지 차일지를 그 공식에 대입만 하면 알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지구별 출신이 하기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모두 톡톡 튀는 뚜렷한 개성의 소유자들이어서

어떤 결말을 맺을지 자못 궁금했는데, 과거는 공식으로 정리하고 해석해낼 수 있을지 몰라도

미래는 결코 천편일률적인 공식이 통하지 않는 예측불허임을 알고 자신에게 진정 중요한 일들에

충실하게 살자는 것이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19
신동들은 다른 사람들이 알아낸 것을 아주 빨리 배울 수 있다. 반면 천재들은 이전에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해낸다. 신동들은 남이 이뤄놓은 것을 배우고 천재들은 스스로 이뤄낸다.
309
과거는 논리적인 이야기다. 그것은 이미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는 아직 기억되지 않았기 때문에 절대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기욤 뮈소 지음, 김남주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여자와 친구도 버리고 자신이 꿈꾸던 정신과 의사로서 성공의 길에 들어선 에단은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정체불명의 여자가 자신의 옆자리에 누워 있고,

자신의 차가 완전히 망가져 있어 혼란에 빠진다.

가까스로 방송출연을 하게 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제시라는 소녀의 방문과

자신이 일방적으로 떠나버렸던 전 애인 셀린에게서 받은 청첩장까지 계속 꼬이기만 하던

에단의 하루는 제시의 자살을 시작으로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하는데...

 

'구해줘'를 시작으로 기욤 뮈소와의 인연은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사랑하기 때문에', '내일' 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그의 책들은 영화를 보는 듯한 감각적인 편집과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쉴 새 없는 스토리 전개,

시간과 공간을 파격적으로 넘나드는 구성과 반전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을 가졌기에

어떤 작품을 읽어도 금방 해치웠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이 책도 기존에 만났던 책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책의 기본적인 구성은 에단에게 하루가 반복된다는 설정이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에서 빌 머레이가 지겹도록 하루를 반복했던 것처럼 에단도 그에게 특별한

하루를 반복한다. 문제는 에단에게 그 하루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5년 전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 주위 사람들을 떠나 성공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한 에단은 어느덧 스타 정신과 의사로 유명세를 누리는 위치까지 오르게 된다.

이렇게 많은 걸 이뤘지만 에단의 마음 속 한 편은 허전함으로 가득한 상태에서

아침부터 예측불허의 상황을 계속 겪게 된다. 그야말로 최악의 하루를 보내게 되는 에단은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넘어가고 말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그에겐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에단은 엉망이 된 하루를 다시 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지만 꼬이고 꼬인 상황은 마음처럼 쉽게 정리가 되지 않고 또 다시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사실 비슷한 설정의 영화나 소설 등을 많이 접해 봤기 때문에 그리 새로운 내용들은 아니었지만

에단이 과연 그에게 주어진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도대체 그에게 왜 이런 끔찍한 일들이

일어난 것인지 궁금해서 끝까지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었는데

한 마디로 이 책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의 근원에는 사랑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정한 사랑을 잃어버린 에단에게 각종 시련이 닥쳐 예전에 버렸던 사랑들을 다시 찾게 하고,

사랑의 힘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나름 최선의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

인생에서 소중한 가치가 뭔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에도 전에 읽은 '나이트 폴'처럼 9. 11. 테러의 극적인 순간을 활용하거나

에단이 첫 눈에 반한 셀린에게 고백하는 장면 등 특유의 세련된 기교가 넘쳐나는 작품이었는데

기욤 뮈소의 작품들은 왠지 가을에 더욱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든다.

겨울 냄새가 벌써 나는 스산해진 가을에 딱 제격이었던 작품이었다.

 

147
운명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운명이란 삶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구실일 뿐이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과 가면의 룰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에 읽은 '미궁''쓰리'를 통해 한층 가까워진 작가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작품인 이 책은

악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사실 미스터리는 범죄를 소재로 하기

때문에 당연히 악당이 등장하여 악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불러 일으킨다.

얼마나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지독한 범인을 만들어내느냐가

작품의 성패에 상당 부분 영향을 줄 정도로 악역의 비중도 무시 못할 지경인데,

이 책에선 대놓고 악마를 만들어내는 집안 얘기를 그리고 있다.

재계는 물론 정치권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키그룹의 오너 집안은 하나 같이

정상이 아닌 사람들이었다. 아버지란 사람은 늦둥이인 막내 아들 후미히로에게

세상을 불행하게 만들 '사'의 존재임을 각인시키고 열 한 살밖에 안 된 아들에게

열 네 살이 되면 지옥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자기 아들에게 이런 망언을 서슴치 않고 하는 아버지의 존재부터 예사롭지가 않은데

후미히로는 구키가의 양녀로 들어온 동갑내기 가오리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낀다.

가오리에 대한 감정이 점점 커져 갈수록 그녀를 잃게 될까봐 두려움도 커지는 가운데

아버지가 가오리에게 몹쓸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미히로는

아버지가 말한 지옥의 의미를 어렴풋이 깨닫게 되고 아버지를 죽이지 않으면

가오리를 지킬 수 없겠다는 절박감에 아버지를 죽일 완전범죄를 계획하는데...

 

사춘기 시절 고통스런 경험을 한 후미히로와 가오리는 이후 헤어각자의 삶을 살아가지만

후미히로는 가오리에게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성형수술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살면서도

가오리 주변을 맴돌며 그녀를 지켜주려는 그의 모습은 왠지 애처로운 느낌마저 들었는데

문제는 '사'의 집안 출신이라는 숙명이 후미히로를 계속 괴롭힌다는 데 있었다.

특히 그의 형 미키히코는 이런 후미히로에게 가오리를 망가뜨리지 않으면 자신이 그렇게

만들겠다고 협박하자 후미히로는 가오리를 지키기 위해 최후의 결단을 내린다.

전체적으로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극단적인 설정의 얘기가 펼쳐져 좀 거북한 느낌도 없지

않았는데, 특히 직전에 읽은 '미궁'처럼 금기시되는 내용이 적지 않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이 책의 여러 등장 인물들을 통해 악의 근원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데 타고난 악마들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후미히로도 집안의 전통에 따라 '사'로 길러질 예정이었지만 가오리라는 사랑하는 여자가 생기면서

아버지의 뜻과는 다른 방향으로 자란다. 물론 환경이 그렇다 보니 정상적인 성인이 되진 못하지만

최악의 범죄자가 되지 않은 건 뭐니뭐니해도 가오리라는 사랑하는 여자의 존재 때문이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사이코패스들이 넘쳐나는 소설 속 세계에서(현실도

그리 다르지 않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누군가의 존재가 브레이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었는데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작품 스타일이 어떤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스 관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김희균 옮김 / 검은숲 / 2012년 1월
평점 :
일시품절


저명한 미술품 거래상 게오르그 칼키스가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장례식을 마친 후

그의 변호사인 마일스 우드러프는 칼키스가 최근에 변경한 유언장이 금고에서 사라졌음을 

알게 되어 이를 신고한다. 사라진 유언장의 행방을 찾기 위해 칼키스 집안 사람뿐만 아니라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까지 샅샅이 뒤지지만 아무런 단서를 얻지 못하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

가운데 엘러리 퀸이 유언장이 있을 곳은 오직 칼키스가 누워 있는 관밖에 없다고 추리를 하자

칼키스의 관을 열어 본다. 거기서 유언장은 찾지 못하고 칼키스의 시체 외에 또 다른 시체를

발견하게 되자 사건은 더욱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게 되는데...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 네 번째 작품. '로마 모자 미스터리',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

'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까지 순서대로 보고 다음 작품인 이 책을 볼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이 책을 96년에 이미 봤기 때문이다. 이 책과 다음 작품인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는

국명 시리즈를 검은 숲에서 다시 완간하기 전에 이미 봤던 작품들이라 그냥 건너 뛰고

여섯 번째 작품인 '미국 총 미스터리'로 바로 갈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너무 오래 전에 봤고 책장의 구색을 갖추고 싶은 욕심 때문에 다시 읽게 되었는데

내용이 거의 기억이 나지 않고 오직 범인이 누군지만 알고서 읽게 되니 느낌이 새로웠다.

보통 미스터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두 번 읽지는 않는 편인데 범인을 알고 보는 것도

작가가 깔아놓은 암시나 단서들을 발견하는 묘미가 있어 나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엘러리 퀸의 추리로 새로운 시체를 발견하지만 사건은 더욱 꼬이게 된다.

엘러리 퀸은 사라진 유언장과 시체로 발견된 앨버트 그림쇼의 죽음을 설명하기 위해

칼키스 범인설을 자신 있게 내놓지만 찻잔을 가지고 장난을 친 범인의 농간에 추리가

완전히 무너지며 의기소침해진다. 연이어 그림쇼의 형인 길버트 슬론 마저 죽은 채 발견되어

범인인 슬론이 자살한 것으로 사건이 종결될 뻔하지만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엘러리 퀸의 끈질긴 노력으로 그가 자살이 아닌 살해당했음이 밝혀진다.

여전히 사건이 난관에 봉착한 상태에서 범인의 대담한 협박은 계속되고

엘러리 퀸은 지능적인 범인을 잡기 위해 교묘한 덫을 놓는데...


이 작품에서 엘러리 퀸은 상당히 고전한다. 칼키스 범인설의 추리가 무너지며 망신도 당하고 

슬론이 죽은 뒤 혼자서 사건 종결을 납득하지 못해 눈총을 받기도 하지만

그의 사건에 대한 예리한 감각은 그대로 묻혀버릴 뻔한 사건의 생명력을 계속 이어가는 힘이 된다.

이후에는 그의 명성에 걸맞게 자신을 가지고 놀았던 범인에게 똑같은 복수를 해주며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해낸다. 전에 읽었던 작품임에도 범인을 맞추는 논리적인 추리를 해내기엔

버거웠는데 역시 망각의 힘은 책을 다시 읽는 재미를 안겨주었다.

특히 몰랐던 사실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나름 솔솔했는데, 차례의 첫 단어를 이 책의 제목으로

교묘하게 연결시켜 놓은 엘러리 퀸의 기발함은 책의 재미를 배가시켜 주었다.

국명 시리즈 중에서도 이 작품과 다음 작품인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아동용으로 읽었던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는 정말 인상적인 작품이라

여전히 핵심적인 내용이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어 과연 다시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이 책을 읽은 탄력을 받아 성인용으로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형사 슈투더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7
프리드리히 글라우저 지음, 박원영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형사 슈투더는 외판원인 벤델린 비치를 게르첸슈타인 인근 숲 속에서 살해한 혐의를 받던

용의자 슈룸프를 체포해 감옥에 보내지만 왠지 그가 범인이란 사실이 영 미심쩍다.

그래서 슈투더는 슈룸프가 갇힌 교도소로 면회를 가는데

마침 슈룸프가 가죽 벨트로 목을 멘 상태여서 슈투더가 간신히 그를 구해낸다.

슈룸프와의 대화를 통해 더욱 자신의 의심이 굳어진 슈투더는

이미 끝난 사건을 혼자서 다시 수사하는데...

  
독일 미스터리하면 이젠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로 국내에서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타우누스 시리즈가 대표 브랜드라 할 수 있는데,

사실 그 외에는 그다지 알려진 작가나 작품이 드문 게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 독일 정통 미스터리라는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는데

사실 스위스 출신의 작가인지라 독일 작품이라고 하기엔 좀 어폐가 있었다.

아마 독일도 미스터리 시장에선 변방이라 할 수 있는데 스위스는 더욱 불모지로 여겨져

그나마 독일 미스터리로 포장한 게 아닌가 싶다. 암튼 정체성이 모호한 이 작품은

이미 해결이 난 것 같은 사건을 물고 늘어지는 형사 슈투더의 집념으로

누명을 쓰고도 체념하고 있는 슈룸프의 무죄를 밝혀내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보통 자기에게 죄가 없다면 적극적으로 무죄를 주장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게 정상인데

슈룸프는 오히려 진실을 숨기려고 해서 슈투더는 뭔가 있음을 직감한다.

하지만 모두가 이미 슈룸프가 범인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고, 마을 사람들도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슈투더만이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고군분투를 하는 모습이

애처로울 지경이었는데 시골 마을의 묘한 분위기는 얼마 전에 읽은 '파인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배경이 된 마을들과도 비슷했다.

외부에 배타적이고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진실보다는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훨씬 중요했다. 도시에서 살인사건 열 건보다

시골에서 일어난 사건 하나가 더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투더는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욕 하나로 마을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니면서

결국에는 여러 사람들이 알리고 싶지 않았던 비치의 죽음에 숨겨졌던 진실을 알게 되지만 

범인을 세상에 알리진 않는다. 1930년대 작품이란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는 구성에 슈투더라는 개성 강한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나름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주었는데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대로 수사를 진행하는

형사 슈투더의 매력을 후속작품을 통해서도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