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처럼 생각하라 - 상식에만 머무는 세상을 바꾸는 천재 경제학자의 사고 혁명
스티븐 레빗 & 스티븐 더브너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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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작의 첫 편이라 할 수 있는 '괴짜 경제학' 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하는 많은 행동의 근원에는 인센티브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교사와 스모 선수의 공통점이 부정행위라거나 KKK와 부동산 중개업자의 닮은 점은 정보 독점에 있고,

마약판매상이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은 그들이 최저 임금보다 못한 소득을 올리기 때문이라는 등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경제학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줬었는데

최종 완결판이라는 이 책에선 대놓고 괴짜처럼 생각하라고 가르친다.


먼저 축구에서 페널티킥을 찰 때 한가운데로 차는 게 훨씬 성공 확률이 높음에도

보통 구석을 향해 차는데 이는 가운데로 차다가 실패하는 것보단 

구석으로 차서 실패하는 게 개인적으로 덜 망신스럽기 때문이었다.

공익보단 사익이 아무래도 개인에겐 치명적인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인데

이렇게 다수가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의 생각을 하면 비록 괴짜 취급을 당할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결과는 훨씬 좋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세상의 편견과 무리에 속하고 싶어하는 본능, 생각할 여유가 없는 점 등이

괴짜가 되는 걸 방해하지만 이 책은 여러 사례들을 통해

기존의 통념에 반하는 생각이 실제로는 실속이 있음을 알려준다.

영어에서 가장 말하기 힘든 세 마디는 바로 모른다라고 이 책은 알려주는데 어떤 질문을 받았을 때

왠지 모른다고 대답하려면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미래 전망 등을 예측하는 질문을 받으면 절대 모른다고 하지 않고

나름의 답을 주는데 맞으면 좋고 틀려도 자신의 답변에 대한 책임추궁을 받을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다지 이런 사람들의 말에 전적으로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인데,

핫도그 대회 우승자가 작고 마른 일본인이란 사실도 우리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게 해준다.

덩치도 큰 서양인이 유리할 거란 편견을 무참히 깨준 우승자 코비는

핫도그를 먹는 방식을 완전히 다르게 접근함으로써 문제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정의했다.

유산균 음료 광고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발견한 노벨상 수상자 배리 마셜은 

자신이 직접 배양한 세균덩어리를 삼킴으로써 궤양의 원인을 발견해냈다.

이 책에서도 전작들에 이어 인센티브의 중요성이 여지없이 부각되는데,

이 책에서 가르쳐주는 인센티브 계획을 설계하는 기본원칙은 여섯 가지였다.

사람들이 입으로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하는 것 이면에 그들이 '진정으로' 중요시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간파하고,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동시에 인센티브 계획 시행 시

비용도 적게 드는 측면에 초점을 맞춰 장려책을 구상하고, 사람들의 반응에 주의를 기울여

예상치 못한 반응이나 당신이 목표한 행동에서 크게 빗나간 반응이 나온다면

다른 접근법을 시도하며, 가급적 쌍방 관계를 적대적인 틀에서 협력적인 틀로 변화시킬 수 있는

인센티브를 고민하고, '올바른'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특정 행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며,

어떤 사람들은 시스템을 교묘하게 우회하거나 악용하기 위한 방법을, 그것도 때로는 당신이 전혀

상상도 못한 방법을 궁리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분별력 있는 자세를 유지하면서,

그들의 탐욕을 비방하기보다 그들의 독창성을 인정해주려고 노력하라는 것이었다.

솔로몬왕이 진짜 엄마를 가려낸 것처럼 적절한 인센티브는 거짓말을 하는 가짜들이 스스로 자백하게

만들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강력한 도구는 바로 이야기이며,

포기하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음을 재미있는 사례들을 통해 잘 보여줬다.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사례들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고정관념에 빠져

잘못된 판단들을 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남들과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면 속칭 괴짜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할 수도 있겠지만

훨씬 더 합리적이고 실속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절실히 느꼈다.

그동안 '괴짜'경제학 시리즈로 대중들의 경제학에 대한 선입견을 깨주고 몰랐던 이면의 진실들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준 이 책이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게 아쉽기도 했지만

아마도 두 명의 환상의 콤비가 괴짜 노릇을 그만두진 않을 것 같다.

그들의 기막힌 새 책이 나올 때까지 괴짜로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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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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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작가 중 한 명인 조정래 작가는 '태백산맥'을 비롯한 대작 소설들로 명성이 자자한

소설가지만 기본 10권인 이들 작품들은 쉽게 손을 댈 수 없어서 그의 작품은 '황토', '유형의 땅'

근래에 선풍적인 인기끌었던 '정글만리'를 읽어봤었는데 비록 그를 대가로 불리게 한 대작들은

아니었지만 그가 왜 국민작가라는 칭송을 받는지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의 화두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인 경제민주화였다.

정치민주화는 나름 이뤄냈다고 자평할 수 있지만 경제민주화는 아직 요원한 일이다.

돈이 모든 가치의 척도이자 세상을 지배하는 힘인 자본주의 세상에서

서양의 선진국들이 수 백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냈던 경제성장을 단기간에 압축해서 해내다 보니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을 쓸 수밖에 없었지만 어느 정도 경제가 궤도에 오른 지금

그 폐해를 시정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기업의 투명 경영과 사회적 책임, 이윤의 사회 환원 등을 요구하는 국민적인 열망은 강렬하지만

기업은 물론 이들을 감독, 감시해야 할 정부나 언론 등은

늘 기업 편에 서서 이들의 편법을 눈 감아주기에 급급하다.

왜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을까 하는 의문들을 갖기 쉬운데

작가는 이 책에서 그 적나라한 부패의 고리를 잘 보여준다.

국내 유수의 재벌 일광그룹은 라이벌인 태봉그룹이 비자금 사건으로 무죄를 받은 반면

자신들은 회장이 실형을 살고 나오자 태봉에 못지 않은 영향력 확보를 위해

회장 직속의 문화개척센터를 발족한다.

회장의 오른팔인 윤성훈을 필두로 태봉에서 스카웃한 박재우, 실무책임자인 강기준의 삼두마차로

정관계, 언론 등 전방위로 로비스트 역할을 할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그리고 건설사를 이용해 조성한 1조대 비자금을 바탕으로 설, 추석 등 명절과

가족들 생일까지 챙기며 자신들의 우군들을 만들어놓는다.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이들의 치밀한 전략은 비자금 사건이 다시 터졌을 때 바로 효과를 발휘한다.

검찰수사는 유야무야 되고 언론은 거의 사건을 다루지 않는다.

평상시부터 뇌물로 관리하는 정관계인사들이나 광고로 생명줄을 쥐고 있는 언론사가

재벌에게 불리한 행동을 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수사방침에 반기를 든 검사는 제주도로 좌천되어 옷을 벗고

비난조의 칼럼을 실은 신문사는 광고가 당장 끊기고, 칼럼을 쓴 교수는 대학 재임용에서 탈락한다.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누리는 재벌은 불법상속과 경영권 승계로 그들만의 제국을 영구히 이어가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이 이에 대한 제동을 건다. 물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할 수 있어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 없지만 이들의 문제제기는 그나마 재벌의 행동을 감시하는

소중한 역할을 하는데 그나마도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재벌의 비열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


이 책을 보면 우리의 재벌이 어떤 식으로 그들의 지위를 계속 유지해나가고 있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다.

불법 비자금을 바탕으로 속칭 힘 쓸 수 있는 사람들을 돈으로 구워삶아 약을 미리 쳐놓고

문제가 생기면 이들을 총동원해서 철저히 봉쇄하고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자들은

어떤 나쁜 짓을 해서라도 짓밟아 다시는 대들지 못하게 만든다.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돈에 영혼도 파는 모습들이 씁쓸하기만 했는데

문제는 이런 작태에 분노하면서도 잠시뿐이라는 점이다.

각종 사건이 터지면 그 순간만 난리들을 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잊어버리는 국민들의 무관심은 이 책의 표현대로 자발적 복종을 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이 책에서는 재벌들을 직접 다루기보단 그들 밑에서 각종 궂은 일을 하는

자칭 골든패밀리들의 얘기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줬는데 서민들은 생각도 하지 못할 수십 억

스톡옵션을 챙기고도 불만을 터트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런 인간들은 완전히다른 세상에서 사는 인간들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돌아가고 있는 세상을 보면 여전히 경제민주화란 요원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래도 이런 책들을 통해 대중들이 늘 깨어있다면 재벌들의 만행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책의 서두에 여러 대문호들의 글이 실려 있다. '진정한 작가이길 원하거든 민중보다 반 발만 앞서 가라.

한 발은 민중 속에 딛고'라는 톨스토이의 말, '진실과 정의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이

문학의 길이다'라는 타고르의 말, '작가는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해야 한다'라는 빅토르 위고의 말,

'불의를 비판하지 않으면 지식인일 수 없고,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작가일 수 없다'라는 노신의 말,

'나랏일을 걱정하지 않으면 글(시)이 아니요, 어지러운 시국을 가슴 아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옳은 것을 찬양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다'란 정약용의 말까지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말들인데 조정래 작가는 그간의 작품들은 물론

이 작품을 통해서도 우리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어떻게 세상이 변화되어야 하는지를 몸소 잘 보여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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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야 : 일반판
정주리 감독, 배두나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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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 파출소장으로 좌천된 영남(배두나)은 집에서 학대받고 학교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도희(김새론)를 알게 되면서 도희가 걱정되어 자기 집에 데리고 있는다.

도희는 영남과 함께 지내면서 영남에게 의지하게 되고 두 사람은 각별한 사이가 되지만

도희의 영남에 대한 집착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데...


여자들이 주인공인 영화라면 왠지 '델마와 루이스'와 같이 남자들이 지배하는 폭력적인 세상에

저항하는 여자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일 것 같은 막연한 추측이 들곤 하는데

이 영화에선 성인 여자와 청소년인 여자 커플(?)이 등장해서 그렇게 추정할 순 없었다.

이 영화 속에선 의붓아버지(송새벽)에게 상습적으로 구타당하며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찬밥 신세였던 도희가 자신을 보살펴준 여자 파출소장인 영남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되면서 생기는 미묘한 문제를 잘 그려내고 있다.

사실 영남이 레즈비언이라서 도희의 집착이 더 심해진 측면도 있었는데

무엇보다 부모 같지도 않은 의붓아버지 용하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 할 수 있었다.

부모 자격도 없는 인간들이 부모랍시고 자식들에게 가하는 폭력은 

자식의 인생을 망치는 것은 물론 각종 사회문제의 온상이 되곤 한다.

게다가 여전히 편견의 대상이 되는 동성애까지 불거지면서

두 사람의 행복했던 동거생활은 위기를 맞게 된다.

도희와 영남은 같이 살면서 각자의 상처를 서로에게 위로받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게 서로를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게 만들기도 하는데

상처받은 두 여자가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치유의 과정을 잘 그려낸 영화였다.

항상 보이시한 매력을 보여줬던 배두나가 딱 맞는 동성애자 역할을 한 것 같고

'아저씨'에서 어린 소녀였던 김새론은 훌쩍 자라 어느새 소녀의 티를 벗은 모습을 잘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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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걸스
로렌 뷰키스 지음, 문은실 옮김 / 단숨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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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은 영화나 소설 속에서 종종 만날 수 있어서 그다지 낯설지는 않은데

연쇄살인마가 시간 여행을 한다는 설정은 그리 흔한 소재는 아니여서

과연 어떤 얘기가 펼쳐질지 궁금했다. 역시나 종횡무진 시간 여행을 하면서

빛나는 소녀들을 죽이는 살인마 하퍼의 행보를 따라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하퍼가 자유자재로 시간을 넘나들며 살인할 대상을 찾아다니는 거에 대해 

별다른 설명이 없기에 왜 이런 짓을 저지르는지 이해할 순 없었다.

물론 연쇄 살인마의 범행동기가 정상적일 리는 없지만

그래도 나름의 사연이라도 들려주면 조금이나마 납득을 할 수 있을텐데

묻지마 살인을, 그것도 시간 여행을 하면서 함에도 동기가 드러나지 않으니 좀 답답한 면이 없진 않았다.

그럼에도 쿠퍼가 여러 시간을 왔다 갔다 하면서 범행대상을 물색하고 범행을 저지른 후

다른 시간으로 달아나는 게 나름 흥미진진했는데 얼마든지 완전범죄가 가능할 것 보였던 쿠퍼도

커비란 소녀를 죽인 줄로만 알고 떠나지만 그녀는 꿋꿋하게 살아남아

자신을 죽이려했던 살인마를 쫓기 시작한다. 사건이 일어난 당시 자신을 괴롭힐 정도로 취재했던

기자 댄의 조수 노릇을 하면서 커비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사건들과 비슷한 사건이 있는지를

조사하면서 살인마가 남긴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뜻밖에 꼬리를 잡힌 시간 여행을 하는 연쇄 살인마 쿠퍼와 그를 찾아내 응징하려는 커비와 댄은

결국 숙명적인 대결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시간 여행이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장소인 '더 하우스'였다.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체인 것처럼 사람을 갖고 노는 '더 하우스'가

오히려 연쇄살인마 하퍼보다 더 섬뜩한 괴물이라 할 수 있었다.

초반부에는 하퍼가 이런저런 시대들을 계속 들락날락거리는 데다 피해자들간의 특별한 연결점도

없어서 산만하고 좀 혼란스러워 잘 집중이 되지 않는 면도 있었는데

하퍼와 커비의 양자 대결구도가 잡히면서부턴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소재 자체가 워낙 엄청난 얘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는데 비하면 너무 시간 여행을 남발해

함께 따라가는 사람들에겐 좀 멀미가 나서 사건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 못하고

멍해진 느낌이 들 때가 있어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설정 자체가 얘기를 끌고 가는 힘을 발휘했는데,

만약 '더 하우스'를 현실에서 발견하게 된다면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 책의 하퍼처럼 시간 여행의 매력에 빠져 '더 하우스'의 노예가 되는 것도 마다 하지 않을 사람이

분명 적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런 인간의 심리를 스릴러로 잘 녹여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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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파운드의 슬픔
이시다 이라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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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와는 전혀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지만 가끔은 영화나 소설 등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곤 한다.

인간의 삶에 있어 사랑이란 게 어떻게든 중요한 요소임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인데

현실에서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걸 영화나 소설로 보충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왠지 제목부터 뭔가 느낌이 왔는데 유사품인 '1리터의 눈물'처럼

과연 왜 슬픔을 1파운드로 표현했는지 궁금했다.


이 책에는 총 10편의 다채로운 모습의 사랑 얘기가 담겨 있다.

먼저 '두 사람의 이름'에선 각자 자기 물건에 이니셜로 표시하는 동거 커플이 등장한다.

좀 계산적이고 각박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아픈 새끼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성큼 좁혀졌다.

'누군가의 결혼식'에선 결혼식 피로연에서 만난 웨딩플래너와의 만남을,

'11월의 꽃봉오리'에선 꽃집에서 일하는 유부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단골손님의 얘기를 그리는데

조금은 낯선 웨딩플래너란 직업의 세계와 애환을 엿볼 수 있었고

권태에 빠진 결혼생활에 오아시스와 같은 설레이는 만남으로 삶의 활력을 되찾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여직원이 동료 남자 직원의 도움을 받아 목소리를 되찾는 '목소리를

찾아서'도 여직원이 남자 직원에게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었다.

육 년 동안 사귀다 일 년 반 만에 다시 만난 남녀의 얘기를 담은 '옛 남자 친구'는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 시작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었고, 바에서 만난 작업남과 순진녀의 얘기를 다루는 '슬로 걸'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남녀가 사랑을 시작하는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졌다.

책 제목과 동명인 '1파운드의 슬픔'은 가장 야한 작품이었는데,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온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살 1파운드를 응용했다. 

원거리 연애를 하던 두 사람이 만났다가 헤어질 때 느끼는 슬픔을 이렇게 표현했는데

나중에 써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ㅎ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와닿은

'데이트는 서점에서'는 책 읽는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가 등장해서 더욱 반가웠다.

좋아하는 책 얘기를 서로 나누면서 서점에서 데이트도 하고 서로 추천하는 책을 선물하기도 하는

그런 일은 나의 로망이기도 한데 이 작품이 딱 나의 로망을 소설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었다.

'가을 끄트머리의 이 주일'은 열 여섯 살이나 차이가 나는 부부의 얘기인데

아내의 생일에 매년 특별한 선물들을 준비하는 남편의 정성이 돋보였고,

마지막 단편 '스타팅 오버'는 옛날 직장동료에서 연인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커플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열 편의 단편들에 다양한 형태의 연인들이 등장하는데 그만큼 사랑이란 게

사람마다,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정말 다채로운 모습을 띠게 된다.

남녀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랑의 방정식이 존재할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여러 커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니

내 안에 멸종된 연애세포가 조금은 소생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ㅋ

주인공들이 30대라 그런지 풋풋하고 싱그러운 느낌이 별로 없었지만

가볍지 않으면서도 평범한 남녀들의 진지한 사랑 얘기가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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