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파운드의 슬픔
이시다 이라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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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와는 전혀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지만 가끔은 영화나 소설 등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곤 한다.

인간의 삶에 있어 사랑이란 게 어떻게든 중요한 요소임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인데

현실에서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걸 영화나 소설로 보충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왠지 제목부터 뭔가 느낌이 왔는데 유사품인 '1리터의 눈물'처럼

과연 왜 슬픔을 1파운드로 표현했는지 궁금했다.


이 책에는 총 10편의 다채로운 모습의 사랑 얘기가 담겨 있다.

먼저 '두 사람의 이름'에선 각자 자기 물건에 이니셜로 표시하는 동거 커플이 등장한다.

좀 계산적이고 각박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아픈 새끼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성큼 좁혀졌다.

'누군가의 결혼식'에선 결혼식 피로연에서 만난 웨딩플래너와의 만남을,

'11월의 꽃봉오리'에선 꽃집에서 일하는 유부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단골손님의 얘기를 그리는데

조금은 낯선 웨딩플래너란 직업의 세계와 애환을 엿볼 수 있었고

권태에 빠진 결혼생활에 오아시스와 같은 설레이는 만남으로 삶의 활력을 되찾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여직원이 동료 남자 직원의 도움을 받아 목소리를 되찾는 '목소리를

찾아서'도 여직원이 남자 직원에게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었다.

육 년 동안 사귀다 일 년 반 만에 다시 만난 남녀의 얘기를 담은 '옛 남자 친구'는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 시작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었고, 바에서 만난 작업남과 순진녀의 얘기를 다루는 '슬로 걸'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남녀가 사랑을 시작하는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졌다.

책 제목과 동명인 '1파운드의 슬픔'은 가장 야한 작품이었는데,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온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살 1파운드를 응용했다. 

원거리 연애를 하던 두 사람이 만났다가 헤어질 때 느끼는 슬픔을 이렇게 표현했는데

나중에 써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ㅎ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와닿은

'데이트는 서점에서'는 책 읽는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가 등장해서 더욱 반가웠다.

좋아하는 책 얘기를 서로 나누면서 서점에서 데이트도 하고 서로 추천하는 책을 선물하기도 하는

그런 일은 나의 로망이기도 한데 이 작품이 딱 나의 로망을 소설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었다.

'가을 끄트머리의 이 주일'은 열 여섯 살이나 차이가 나는 부부의 얘기인데

아내의 생일에 매년 특별한 선물들을 준비하는 남편의 정성이 돋보였고,

마지막 단편 '스타팅 오버'는 옛날 직장동료에서 연인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커플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열 편의 단편들에 다양한 형태의 연인들이 등장하는데 그만큼 사랑이란 게

사람마다,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정말 다채로운 모습을 띠게 된다.

남녀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랑의 방정식이 존재할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여러 커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니

내 안에 멸종된 연애세포가 조금은 소생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ㅋ

주인공들이 30대라 그런지 풋풋하고 싱그러운 느낌이 별로 없었지만

가볍지 않으면서도 평범한 남녀들의 진지한 사랑 얘기가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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