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11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센 뤼팽이 등장하는 작품들은 초등학생 시절 어린이용 도서로 만난 기억이 남아 있다.

보통 명탐정의 대명사인 셜록 홈즈와 라이벌 관계인 것처럼 부각되곤 하는데

아무래도 모리스 르블랑이 두 사람을 등장시킨'아르센 뤼팽 대 헐록 숌즈'라는 작품에서

흥미로운 맞대결을 시키면서 그런 구도가 형성된 것 같다.

암튼 어린 시절 읽었던 뤼팽의 신출귀몰한 활약이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 있는 가운데

정말 오랜만에 뤼팽이 등장하는 작품을 읽게 되었는데

예전의 추억이 가물가물 떠오르면서도 조금 낯선 느낌도 들었다.


사실 왠만한 뤼팽의 작품은 어릴 때 읽었거나 최소한 제목이라도 들어봤는데

이 책은 솔직히 처음 접하는 작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르센 뤼팽이 그의 친구인 레닌 공작에게 들었던 얘기라는 형식으로

애매하게 표현되고 있는데 두 사람을 서로 혼동하지 않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사실상 동일 인물임을 넌지시 내비친다.

그래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레닌 공작이 아르센 뤼팽이라고 생각하고 책을 보긴 했는데

이름이 다르다 보니 뭔가 어색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레닌 공작과 오르탕스가 3개월 동안 여덟 번의 모험을 하는 얘기를 담은 이 책에선

뤼팽 시리즈 특유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이 전개된다. 

어떻게 보면 레닌 공작이 오르탕스의 마음을 얻어가는 과정을 그려낸 로맨스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었는데 처음에 레닌 공작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오르탕스가 차츰 마음의 문을 열고

레닌 공작에게 점점 의지해가는 과정은 여자가 남자를 사랑해가는 전형적인 과정이 아닌가 싶었다.

오르탕스 주변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사건들을 레닌 공작은 하나씩 멋들어지게 해결해내는데

기상천외한 범죄로 보였던 여러 사건들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테레즈와 제르맨'은 밀실 트릭의 전형이라 할 수 있었고,

'눈 위의 발자국'은 눈 위에 남겨진 편도의 발자국 트릭의 전형이라 할 수 있어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장 루이 사건'은 요즘은 유전자 검사로 쉽게 해결될 누구 아이인지 하는 문제를 레닌 공작

특유의 재치로 잘 해결내했고, '도끼를 든 여인'은 여자들이 연쇄 납치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나던 중

오르탕스가 납치되어 그녀를 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레닌 공작의 필사적인 모습이 그려지는데

피해자들 사이의 공통점을 추리해서 기어이 그녀를 구해내는 레닌 공작의 멋진 모습에

오르탕스가 안 넘어 가고는 못 배길 수밖에 없었다.

결국 레닌 공작은 오르탕스가 오래 전에 잃어버렸던 홍옥수를 찾아내 그녀에게 돌려주고

때마침 울리는 여덟 번의 괘종 소리까지 두 사람의 사랑의 완벽한 완성이라 할 수 있었다.

여덟 편의 단편들을 통해 레닌 공작의 비상한 지혜와 탁월한 행동력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와 오르탕스의 영화같은 로맨스는 아르센 뤼팽의 또 다른 모습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공식적으론 레닌 공작이라 불려 좀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아르센 뤼팽은

예나 지금이나 신출귀몰하는 능력이 돋보이는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그와의 재회가 다른 작품으로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