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와 게의 전쟁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18대 대선을 끝나서 그런지 선거를 소재로 한 이 책은

딱 시의적절한 작품이란 느낌이 들었는데,

'악인'시작으로 여러 작품을 통해 만났던 요시다 슈이치는 여러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며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이번 작품은 제목만 보면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쉽게 짐작이 가지 않았는데,

일본의 전래동화 속 얘기를 바탕으로 이리저리 치이면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보통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통쾌한 복수극을 그리고 있었다.

 

갓난 아이를 데리고 남편을 찾아 무작정 상경한 미쓰키와 미쓰키 모자가 호스트인 남편 도모키와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바텐더 준페이의 만남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준페이가 우연히 목격한 뺑소니 사고의 진범이 세계적인 첼리스트 미나토인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다가 미나토의 매니저 유코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우여곡절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어찌 보면 막 사는 밑바닥 인생들의 한심한 애기라 폄하할 수도 있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삶에는 나름의 진정성이 담겨져 있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면 직업의 귀천을 굳이 따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는데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다수가 그런 인물들로 음지에서 살지만 나름 자기 삶에 충실한 모습인 것 같았다.

조금 황당하긴 하지만 준페이가 얼떨결에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면서

정계 거물인 상대방 후보와의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을 벌이는 과정이 치열하게 전개되는데

나도 모르게 준페이와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을 응원하게 되었다.

사실 현실에선 준페이 같은 경력의 후보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일그러진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건 뭔가 부족해 보여도

세상에 대한 애정과 진정성을 가진 사람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개인적인 복수극과 세상에 대한 복수극이 잘 버무려진 이 책은

다양한 성격과 직업의 인물들의 사연을 통해 소설의 재미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지금 보이는 게 아니라 지금 보고 싶은 것을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이 싹틀 수 있고

보통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왠지 전에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꿈의 도시'와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지만 추한 삶의 단면을

부각시켰던 '꿈의 도시'에 비하면 이 책은 희망이 담겨져 있고 읽고 난 뒷맛이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여러 가지로 세상살이가 점점 고달픈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희열과 희망을 주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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