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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부러진 화살 - 아웃케이스 없음
정지영 감독, 안성기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영화 '도가니'에서 힘 없는 어린 아이들을 성적학대한 자들에게 관대한 판결을 했다는 이유로
사법부가 비난을 받았었는데 이 영화는 그보다 더 사법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낸다.
'석궁사건'으로 유명한 김명호 교수 사건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데
아무래도 김명호 교수쪽의 일방적인 주장을 대부분 담고 있는 문제가 있지만 여러 가지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원만한 절차 진행을 못했던 재판부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김명호 교수 같은 사람을 상대로 재판을 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하겠지만).
영화에선 뻔히 아는 실명들을 조금 바꾸는 등 영화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있는데
어차피 목적이 사법부에 대한 비난이라면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적나라한 진실을 그리도록 노력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석궁사건의 진실이야 당사자만 알겠지만(보통 당사자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재판은 결국 제3자가 하는 일이다 보니 진실(타인이 진실이 뭔지 알긴 정말 어렵다)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영화 속에서 김경호(안성기) 교수와 그의 변호사가 끈질기게 다투는 것처럼
이 사건에 일부 의혹이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전체적인 큰틀에서 보면
김경호가 판사를 쏘려고 석궁을 가지고 판사 집 앞에 간 것은 분명하고
석궁을 꺼내 쏘려 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석궁의 발사와 석궁을 맞았는지 여부에 대해
명쾌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범죄가 성립하는 점엔 의문이 없을 것 같다.
형사재판절차에서 피고인이 여러 주장을 할 수 있고 증거신청도 할 수 있지만
무조건 자기가 옳다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재판을 진행하려 한다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는
재판이 과연 있을까 싶다. 사사건건 트집잡고 물고 늘어지면서 계속 '재판이 개판'이라고 소리치는데
재판을 개판으로 만드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건 피고인과 변호사인 것 같다.
분명 피고인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도 있겠지만 그 부분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절차진행에 참여하는
자세부터 피고인은 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본인 스스로 꼴통이라 했으니 더 할 말이 있을까).
영화만 보고 있으면 마치 피고인이 굉장히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인 것처럼 묘사되는데
그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사법부가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석궁사건으로 사법부를 비난하는 건
좀 안 맞는 것 같은데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안 그래도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심한데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했다고
판사에게 테러를 저지른 사람을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이 영화를 보면 오로지 자기 주장만 옳다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