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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라이 1 - 탐정 미타라이키요시의 사건기록
시마다 소지 지음, 하라 텐카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신본격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시마다 소지는 '점성술 살인사건'이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겨서
다른 작품들은 '점성술 살인사건'에 묻힌 듯한 느낌이 없지 않다.
나도 요시키 형사 시리즈의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미타라이 기요시가 등장한 '마신유희',
'최후의 일구'를 읽어봤지만 다들 나름 괜찮은 작품들이었음에도 '점성술 살인사건'이 남긴 여운을
지워내진 못했는데 시마다 소지의 원작을 만화로 그렸다니 과연 어떤 작품이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정말 궁금했다. 사실 만화도 어릴 때 보고는 성인이 되고 나선 애니메이션은 엄청 많이 봤지만
종이 만화책은 진짜 언제 봤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오랜만에 만화책을 보니
어릴 때 만화책을 즐겨 보던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 책은 시마다 소지의 단편 '실톱과 지그재그', '우산을 부러뜨리는 여자' 두 편을 만화화했는데,
둘 다 시마다 소지의 대표 탐정 미타라이 키요시가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설정이었다.
무엇보다 주인공 미타라이 키요시를 만화로 만나니 내가 예상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소설 속 미타라이 키요시는 워낙 까칠한 개성만점의 점성술사로 뭔가 특이한 스타일로 연상되었지만
이 책에선 훤칠한 꽃미남으로 등장해서 그동안 책을 보며 상상했던 모습과는 좀 어긋났다.
'실톱과 지그재그'에서는 라디오방송에 전화를 걸어 괴상한 시를 읽는 남자의 얘기가 등장하는데,
문제는 자살예고로 추정되면서 그 남자가 자살하는 걸 막기 위해 라디오 DJ가 청취자들의 도움을 받아
시에 함축된 단서들을 근거로 자살장소를 추리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사실 시가 너무 가독성이 떨어져서 무슨 내용인지를 판독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남자를 구하기 위해 생방송을 팽개치고 자살예고장소를 찾아가는 긴박감이 나름 솔솔했다.
다음 작품인 '우산을 부러뜨리는 여자'는 좀 더 시마다 소지표 미스터리에 가까웠는데
비가 오는 와중에 우산을 부러뜨리는 기이한 여자에게 숨겨진 비밀을 밝혀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도대체 그녀가 왜 그랬는지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인근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현장에
그녀가 시체로 발견되자 사건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사건 속에는 복잡한 사연이 얽혀 있었는데
역시 미타라이 키요시가 특유의 추리로 깔끔하게 사건을 해결해낸다.
소설로 볼 때는 여러 가지 상황을 상상하고 추측해서 나름의 추리를 하게 되는데
만화로 보니 좀 더 사건이 쉽게 이해되는 측면은 있는데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를 오랜만에 만화로 만나서 색다른 재미를 맛보았는데
'소년탐정 김전일'이나 '명탐정 코난'같은 만화를 왜 보는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