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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유희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티모시라는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에 난데없이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보니 페니라는 여자가 난도질당하여 시체 토막이 여기저기서 발견되는데
더 충격적인 건 그녀의 머리를 개의 몸에 꿰매놓은 엽기적 범행이란 사실이다.
조용한 마을이 발칵 뒤집어진 가운데 종잡을 수 없는 기이한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하는데...
시마다 소지의 미타라이 기요시가 등장하는 작품은
'점성술 살인사건', '최후의 일구'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작품이다. 사실 '점성술
살인사건'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었던 것과는 달리
'최후의 일구'에선 그다지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던 미타라이 기요시는 이 작품에선 뜬금없이
의대 교수가 되어 있어 낯설기 그지없었다.
이 책의 부록으로 미타라이 기요시에 대한 간략한 정보와 등장작품이 목록이 실려 있어
참고가 되었는데 아무리 괴짜형 명탐정이지만 점성술사에서 사립탐정, 뇌과학자까지
너무 과도한 변신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작가의 책인데도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이 배경이어서 좀 황당한 느낌도 들었는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네스호의 괴물 네시로 유명한 마을이라 그나마 친근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괴물이 산다는 동네답게 그곳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은
가히 최고 수위라 할 수 있었는데 왜 이런 참극이 벌어졌는지 범인(?)의 수기라 할 글이 중간에
제시되어 범인에 대해선 방심하고 있다가 마지막에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반전을 맞게 되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로테스크하면서 종교와 신화적인 냄새마저 풍기면서
묘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로드니 라힘의 수기 속 얘기는
전형적인 유대교도의 일방적 주장이라 할 수 있었다.
성경 속의 모세 얘기와 야훼가
유대인들을 구원하기 위해 저지른 행동은 영화 '십계'의 장면들을
연상시켰는데 이스라엘의 만행은 정당시하며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 지역 사람들의 테러를
비난하는 시각은 서양의 편협한 시각에 다름 아니었다.
유대인에게 구원의 신이었던 야훼가 이집트인에겐 악마와 같은 마신이었던 것처럼
어떤 입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판단이 달라짐을 잘 보여주었다.
이 책에서도 미타라이 기요시는 그다지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긴 하지만 작품의 후반부에 잠시 모습을 드러낼 뿐이고
작품의 전개는 화자인 주정뱅이 버니와 로드니 라힘이 이끌었다.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다중우주이론을 등장시키는 등
다양한 얘깃거리를 담고 있어 흥미진진한 작품이라 할 수 있었는데
도대체 얼마나 원한에 사무쳤으면 저럴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범인은 전혀 의외의 인물이라 좀 당황스러웠다.
엘러리 퀸의 'Y의 비극'과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의 절묘한
결합과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었는데 이국에서의 엽기적인 연쇄살인사건이라 색다른 느낌을 줬지만
미타라이 기요시 특유의 매력을 맛볼 수 없는 점은 아쉬운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