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탐구 생활 박람강기 프로젝트 6
엘러리 퀸 지음, 홍지로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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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엘러리 퀸은 '로마 모자 미스터리'를 비롯한 국명 시리즈와

'X의 비극'을 시작으로 한 비극시리즈, '재앙의 거리'를 필두로 한 라이츠빌 시리즈까지 미스터리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걸작들을 쏟아낸 고전 미스터리의 대가라 할 수 있다.

미스터리 잡지를 창간하는 등 미스터리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한 엘러리 퀸이 쓴

에세이 성격의 이 책은 미스터리와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어 마니아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먼저 작가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탐정의 이름 짓기에 관한 흥미로운 사연이 등장한다.

탐정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셜록 홈즈를 비롯해 네로 울프, 르콕, 프로제 등이

e-o 조합으로 이뤄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추리소설의 아버지인 포(Poe)도 마찬가지라 했다.

 억지스런 얘기라 할 수 있지만 흥미를 돋우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면 작가의 필명이자 탐정의 이름인 엘러리 퀸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했는데,

엘러리는 어린 시절 친구 이름에서 따왔으며 한참 후에 알고 보니 '오리나무가 자라는 섬에서'라는 뜻을 가졌다. 성인 퀸은 엘러리와 결합했을 때 훌륭한 연상작용을 일으키는 성 중에서 골랐다는데

기대했던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지는 않아 좀 아쉬웠다.

엘러리 퀸은 장서광이 네 단계의 진화를 거친다고 얘기한다.

책을 무작정 수집하는 단계에서 시작해 초판본을 소장하는 과정을 거쳐

좋은 상태의 초판본을 찾다가 저자의 헌사가 담긴 희귀 초판본을 구하는 단계에 이른다고 한다.

나름 책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재밌는 분류라고 생각되었는데

개인적으론 판본이나 작가의 헌사 등에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아 영원히 1단계에 머무를 것 같다. 세계 최초의 여탐정이 누구인지는 전혀 생각도 못한 주제였는데, 이 책에서 엘러리 퀸이 나름 조사해

밝힌 결과는 익명 여성이 1864년에 쓴 '어느 숙녀 탐정의 폭로'에 등장시킨 파스칼 부인이 아닌

앤드루 포레스트 주니어의 '여성 탐정'에 나온 익명의 여성이었다.

지구상 최초로 출간된 탐정소설 책인 에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들' 이후

현대 탐정소설의 발전사를 세 단계로 요약하면, 후더닛(누가 했는가)에서 하우더닛(어떻게 했는가)을

거쳐 와이더닛(왜 했는가)으로 진화되었는데 살인자의 정체에서 살인을 저지른 방식과 살인의

동기를 밝히는 과정으로 점점 다각화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후더닛에 끌리는 편이다. 이런 책에서 꼭 빠질 수 없는 내용이 바로 최고의 추리소설이 무엇이냐 하는 부분이다.

존 딕슨 카가 꼽은 즉석 선집 열 권을 시작으로 열 두 명의 전문가들이 선정한 사상 최고의 단편 소설

열 두 편 등 여러 리스트가 등장하는데, 아무래도 미스터리 작가들이 꼽은 책들의 목록에 눈길이 갔다.

존 딕슨 카와 렉스 스타우트의 목록을 보면 겹치는 작가는 있지만 작품은 없을 정도로 사람마다

선호가 다름을 알 수 있었는데 같은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목록이 조금씩 달라졌다.

그럼 역사상 가장 훌륭한 탐정소설이 뭐냐고 묻는다면 사람마다 선택이 제각각이겠지만

엘러리 퀸이 선택한 목록을 보면, 단편집으로는 에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들',

멜빌 데이비슨 포스트의 '엉클 애브너',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의 모험',

G. K.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의 결백'이 들어가 있는데 멜빌 데이비슨 포스트는 처음 알게 되었다.

장편으로는 에밀 가보리오의 '르루즈 사건', 윌키 콜린스의 '월장석', 코난 도일의 '진홍색 연구', 마지막으로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나 '유리 열쇠'를 골랐는데 나중에 책을 고를 때 도움이 될 듯 하다.

그 밖에 탐정소설의 제목에 얽힌 얘기를 비롯해 미스터리 소설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들들이

무궁무진해서 미스터리의 애독자로서는 얘기 하나하나에 푹 빠져서 볼 수 있었다. 

본격 미스터리의 대가로만 알고 있던 엘러리 퀸이 들려주는 탐정소설의 비화는 그동안 몰랐던

여러 가지 숨겨진 사연들을 알게 해주었는데 미스터리에 얽힌 주변 얘기들까지 알고 나니

미스터리 세계의 매력이 더욱 무궁무진함을 실감하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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